자발적 자유1_열 번째 이야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희곡부문_ 극작 홍예성

by 홍예성

<제 10 화>


모두가 나간 무대, 진순이 등장하면 저택의 뒷산으로 전환. 진순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고 있다. 나무를 만져보기도 하고 뭔가를 찾는 듯하다. 진순이 일을 하다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리고 사진을 꺼내 추억에 잠긴 듯 바라본다. 어느새 조용히 다가온 수찬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수 찬 여기 계셨네요?

진 순 (당황해서 사진을 감추며) 무슨 일인가?

수 찬 가족사진인가 봐요?

진 순 가족 이야기를 할 정도로 우리가 친했었나?


잠시 사이.


수 찬 가족이 그리우시죠?

진 순 내가 여기 있는 줄도 모를걸.


잠시 동안의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수 찬 매일 어디를 다니시는 거예요? 다리도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진 순 안 그러면 통증이 더 심해져. 이렇게 끊임없이 걸어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쯤 불구가 됐을 거야.

수 찬 사고 당하신 건가요?

진 순 (끄덕인다.)

수 찬 무슨 일로.

진 순 자네 참 질문이 많군.

수 찬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서로 잘 알면 좋을 것 같아서.

진 순 여기서 서로 잘 알아봤자 무슨 소용인가. (잠시 사이) 자네 아직도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만두게. 포기하라고.

수 찬 시도는 해보시고 포기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진 순 있었지.

수 찬 네?

진 순 나가려고 했던 사람이 있었어.

수 찬 어떻게 됐어요?

진 순 내가 말하지 않았나? 목숨을 걸어야 할 거라고. 그 자리에서 죽거나 살아남은 자들은 지옥 같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해.


진순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진 순 자네가 계속 이러면 같이 지내는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거라고. 자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네

만 그냥 내려놓게. 그럼 여기도 지낼 만할 걸세.

수 찬 여기 생활에 만족하신다는 건가요?

진 순 세상일에 다 만족하면서 살 수는 없어.

수 찬 그래도 뭐라도 해봐야죠.

진 순 (참다못해 화가 치밀어) 뭘 할 수 있는데? 내가 지금까지 한 말 못 알아들은 거야? 자네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

수 찬 지금 당장 나가자는 거 아닙니다.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시간을 투자해서 실행하자는 겁니다.

진 순 지금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걸 알아두게. 나 말고또 누구에게 이런 말을 하고

다녔지?

수 찬 ……

진 순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포기하게. 그리고 말조심하고. 여기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수 찬 아무도 위험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진순에게 건네며) 저택 내부

CCTV 위치에요. 야외에 설치된 CCTV 위치 도 알아보고 있어요.


진순이 수찬의 손에 들려있는 지도를 내려다본다.


수 찬 형님이 도와주세요.


진순, 고개를 들어 수찬을 쳐다본다. 서서히 암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