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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예성 Oct 17. 2023

자발적 자유2_스무 번째 이야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20


무대 다른 쪽, 성한의 방. 음악을 틀어놓고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고 있다. 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영란.     


성  한         무슨 일이지? 이렇게 함부로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영  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천국이라면서요. 

성  한         그래서?

영  란         그런데 이게 다 뭐냐고요? 이러려고 데리고 왔어요?

성  한         (일어나며)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널 데리고 온 게 아니라 네가 네 발로 온 거지. 안

                 그래? 

영  란         난자만 채취하게 해주면 죽을 때까지 편안하게 살게 해주겠다면서요. 아무 일 없이.

성  한         그래서 아무 일 없잖아. 

영  란         사람이 없어졌잖아요. 어쨌어요? 죽였어요? 

성  한         언제부터 그렇게 오지랖이 넓었어? 여기 네발로 기어들어 온 이상, 너도 우리한테 협조해야 되는

                 사람이야. 

영  란         무슨 협조? 나를 속인 건 그쪽이 먼저라고.

성  한         은혜를 이렇게 원수로 갚으려고 하면 안 되지. (영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기억 안 나? 네가 무

                 슨 짓을 했는지.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머리에 피도 마르기 전부터 사기에, 살인에. 온갖 전과

                 로 너덜너덜하게 쫓기며 살고 있던 너를 이렇게 좋은 곳에서 아무 대가 없이 살게 해주고 있는데

                 뭐? (영란의 머리를 밀치며) 속였다고? 이런 건방진 년! 온전히 목숨 건사하면서 계속 지금의 오

                 영란으로 살고 싶으면 까불지 말고 조용히 있으란 말이야. 

    

성한이 방을 나가려는데.     


영  란        아저씨도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건가 보죠? 아저씨도 길바닥에서 거지처럼 살던 사람

                이었다면서요. 주제를 알아야지. 같은 처지끼리 마치 주인이라도 된 듯 행동하지 말란 말이에요.

                당신 자식을 저들이 제대로 건사해 줄 거라고 믿어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당신도 나랑 똑같아!


성한이 영란의 뺨을 때린다.      


성  한         미친년!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면 안 되는 거라고 하는 거야.  

   

성한이 방을 나가고 영란이 억지로 분을 참고 있다. 암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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