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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의 하루 Oct 22. 2023

국제학교 선생님 가르치기

누가 누굴 가르쳐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요가스튜디오 ‘요가반’







스케줄 표에 정식으로 내 이름으로 한국어 클래스 공지가 올라갔다. 다음 난관은 영어로만 갈고닦은 요가 수업이었다. 영어로 공부할 것만으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국어로 하려니  왜 이리  외계어 같은지.

꽤 학구적인 나는 잠깐 한국 들어갔을 때 보이는 데로 한국어 요가책을 다 샀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열중해서 했던 일이 있을까 싶게 나는 집중했다.


 


한국어 티칭 첫날 전날 밤. 또 나와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아…. 안 하고 싶다. 왜 한다고 했지.





첫 시간에 나는 초보샘이 하는 모든 실수는 다 했다. 너무 알려주고 싶은 게 많은 나머지, 한 시간의 시퀀스에 주제 없이 모든 프랍을 쓰고, 포커스 없이 척추 펴고, 햄스트링 늘리고, 팔 허벅지 근력 강화에 혈액순환까지. 수강생을 살피지 못하고,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에 급급했다. 



그때, 나의 모든 노력과 정성을 알아주시고 수업에 와 주었던 한 분, 한 분이 모두 감사하다. 월요일 하루 한국어 클래스 티칭을 위해 나는 월요일은 티칭, 화수목금토는 하루 2번씩도 수련을 이어갔다.




수련하러 간 어느 토요일 아침,


들으려고 했던 영어 요가 클래스 선생님이 안 나온 데다가 연락도 안 된다며, 매니저와 오너인 마제나가 걱정하고 난리가 났다. 갑자기 펑크가 난 것이다.  난 수련하러 맘 편히 갔을 뿐인데, 그 자리에는 영어 잘하는 베트남 필라테스 선생님 그리고 내가 있었다.


필라테스 선생님은,


난 요가 티쳐도 아니고, 케이트도 영어로 티칭 할 수 있어



마제나는, 



케이트,
그동안 널 봐왔는데 넌 충분이 준비되어 있어.
월요일에 했던 한국어 수업 시퀀스를 영어로만 하면 돼




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 수련 자체를 오지 말 걸. 오 마이 갓, 스튜디오에 이미 기다리고 있는 저 웨스턴 피플을 가르치라니!






그런데, 나는 어느새 티칭을 하고 있었다. 속으론 떨리지만 겉으로는 자신 있는 척 영어로 수업을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체이탈하여 내가 나를 바라보며 놀라고 있다. 




티칭 후, 웨스턴 수련생들에게 오늘이 나의 첫 번째 영어 티칭이라 고백했더니, 다들 놀라워하며 전혀 몰랐다면서 잘했다고 격려해 주었다. 부족했던 부분을 알려달라고 하니, 영어 표현 중에서 아리송했던 부분을 정확한 문장으로 피드백을 해 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두 국제학교 선생님들이었다. 이번에는 영어도 요가도 배움이 깊어진다.  이런 경험을 한국에 있었다면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외국인에게 티칭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해냈다. 


이렇게 한  뼘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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