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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의 하루 Oct 22. 2023

에필로그, 너도 곧 50살 될 거야.

국제학교 학부모 모임.


15명 정도의 엄마들이 학교의 페스티벌 준비를 위해 모였다. 하이스쿨 학부모들은 학교 행사의 모든 사항이 내 아이의 생활기록부에 들어가기 때문에 뭐든지 적극적이다. 지금은 방관자처럼 앉아 있지만 나도 몇 년 후 저렇게 적극적으로 되겠지.


국제학교는 수업 참관, 커피 모닝, 급식 모니터링, 과학 수업 프레젠테이션 참여 등등 시도 때도 없이 엄마들을 학교로 불러들인다. 대부분 주재원 와이프로 나와 있기 때문에 한국 엄마들은 대체로 거의 참여하고, 상대적으로 사회 활동을 많이 하는 베트남 엄마들은 거의 볼 수 없다. 외국인들의 비율은 어차피 별로 안 된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 가장 높은 12학년의 대표 언니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다. 결혼 전에는 신문사 기자로 커리어를 쌓으며 바쁘게 지내다가 주재원 와이프로 하노이 온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사하고 왔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버렸다며 아쉬워한다.


50세가 되니까 몸도 마음도 변화가 크고,  원래 하고 싶었던 시나리오를 꾸준히 쓰고 있다며 우리들을 둘러본다.



만 50세가 되니까
그동안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돼
아이들 케어하는 것도 너무 중하지만, 뭘 하고 싶은지 잘 생각해 봐.
너희도 곧 50 된다.  






아이들이 몇 주 동안 할머니댁에 가 있을 때, 내 몸 하나만 챙기면 되는 그 홀가분함에 처음 며칠은 날아갈 것처럼 마음이 가벼웠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 없는 일상이 어색해졌다. 아이들이 나의 케어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의 내 일상을 상상해 본다.






지금 나의 요가 클래스는 40대 이상이 대부분이어서, 관절에 무리되지 않는 동작을 위주로 근력도 기를 수 있는 시퀀스로 진행된다. 코어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소마틱스'에 관심이 많아서, 꾸준히 공부하면서 요가와 접목해서 수업을 하기도 한다. 입소문으로 인원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셜록현준의 100만 구독자 기념' 영상이 뜬다. 3년 전 TED 스터디에 참여했을 때가 떠오른다. 5명의 멤버들에게 내 소개를 할 뿐인데도 목소리가 너무 떨렸던 내가 보인다.  



극강의 I 인 나는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피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만 쳐다보는 사람들 앞에서 수업을 한다.  


요가 티칭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글쓰기를 통해서 또 다른 일을 해내는 내가 막연히 보인다. 나중엔 강연도 할 수 있게 될까?


흘러가는 데로 해보자. 그러고 나서 5년 후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자.
이전 14화 안 하면 안 괜찮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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