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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의 하루 Oct 22. 2023

나는 요가티칭을 할 생각이 1도 없었다.

양보를 가장한 회피

티쳐 트레이닝 코스 마지막주 어느 날, 매트에 누워 쉬다가 부스스 일어났는데 몇 명이 메이크업하느라 분주하다. 마케팅 직원이 카메라 세팅을 한다. 뭐지? 원하는 사람에 한해, 여름 시즌에 조를 짜서 초보샘들이 커뮤니티 티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단다.



얼떨결에 메이크업 도구들을 빌려준 베트남 친구들의 도움으로 사진을 같이 찍었다. 어머나 그런데, 이 사진을 제니스 요가 스튜디오 페북에 광고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 TTC까지 했는데 한두 번 연습 삼아 티칭 해보지 뭐. 어차피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다 외국인, 베트남인 이니까




이때 집에 먼저 갔다면 사진도 못 찍었을 거고 난 티칭 자체를  안 했을 거다. 하지만, 티칭이기 때문에 나는 또 공을 들여 시퀀스를 짜고 연습하고 다른 초보 친구들 수업도 들었다. 초보샘인 우리는 다들 미숙했고  서로를 응원했고, 조심스럽게 지적하며 피드백을 공유했다.  




어느 날, 내 외국 친구들을 초대한 내 클래스에 다른 베트남 친구가 수업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이 때도 난 요가 티칭을 계속할 생각 없었기에, 난 티칭 안 해도 괜찮다며 네가 수업하라고 쿨(?)한 척 양보(?)했다. 아니, 회피했다.


휴, 영어로 원어민 친구들에게 티칭 하려니 너무 떨렸는데 다행이다




겉으론 양보, 속으로는 회피.

양보를 가장한 회피.


그런데, 안 괜찮았다. 이때가 뭔가 티칭 계기가  된 것 같다. 내가 했어야 했다. 왜 억울하지.



괜찮은 게 아니었구나.
나 티칭 하고 싶어나 봐.
내가?

난 왜 인생에서 맨날 물러서고
하다가 말고
괜찮은 척하다가 후회하나.



그냥 해버릴 것이지. 인생까지 들먹이며 후회를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또 고민한다. 고민하는 나도  내가 고민하는 게 지겨울 지경이다.



준비가 덜 된 거 같은데?  

언제까지 준비만 할래.
준비가 다 되는 날이 오긴 하나.


여기 한국인들 다 아는 사이인데?


요가하는 사람은 5명도 안 되잖아.


부끄러운데?


그 나이에?

45세 요가 티처라니 이 나이라서 더 부끄러운데?

100세 시대에 반도 안 살았잖아!



나와의 수많은 지겨운 싸움 끝에…..



그래 해 봐!


내 몸 하나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더 잘 알고 요가하려고 트레이닝 코스를 마쳤는데 나는 티칭도 하고 싶었나 보다.






이렇게 나는 초보샘을 위한 커뮤니티 티칭까지 모두 잘 마쳤다. 그리고 몇 주 동안, 다시 수련생으로 매일 제니스 스튜디오에 출근했다.



200시간으로 단련된 몸이 너무 가뿐했고, 저질 체력에서 어메이징 체력으로 바뀌었다. 매일 오전 요가 수련 후  골프 연습을 다녀왔고, 저녁에 주 3-4회 테니스 레슨을 받고, 버라이어티 한 국적의 친구들과 코트를 빌려 테니스 게임을 했다.



이걸 내가 다 하다니.



주 2,3회 드문드문하는 요가가 아닌 매일 6시간씩 6주 동안 200시간의 트레이닝이 내 몸을 다시 태어나게 했고, 몸이 건강하니 정신도 맑아지고 둘째 출산 후 매일 마시던 맥주량이 줄었다. 안 마시는 건 아니지만.



난, 40여 년  인생 어느 때보다도 건강해졌다.



요가 수련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제니스 스튜디오  매니저가 나를 불러 세운다.


케이트, 한국어 요가 클래스 맡아볼래?


이미 월, 금 두 분 샘이 가르치고 있는데?

응, 월요일 샘이 사정이 생겼어.
트레이닝 기간 동안 너무 잘했고
지금 수련도 매일 하고 눈에 띄게 잘하고 있어.
케이트가 딱이야.



나에게 얼마 전 회피했던 안 괜찮은 경험이 없었다면 난 또 피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나는 요가 티칭을 할 생각이 1은 생겼다



오케이. 알겠어. 해볼게!





                                                    수련 후 방고빙수 먹으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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