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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의 하루 Oct 22. 2023

안 하면 안 괜찮을 것 같아.


12월 크리스마스 휴가와 국제학교들의 겨울방학. 1월 설 연휴가 연속으로 겹치면서 하노이 전체에 외국인, 한국인이 없었다. 오너로써 경영자인 마제나는 한국 클래스 인원이 8명이 안 되면, 클래스를 폐강하겠다고 했다. 티처인 마제나와 오너인 마제나의 입장은 다른가보다.



2월부터 있을 내 수업을 기다리는 아주 소소하지만 소중한 학생들이 3명 있었는데 언제 수업이 오픈될지 모르는 상황이 답답해했다. 설상가상으로 금요일마다 오시는 한국샘도 더 이상 못 나온다고 한다.


우선 클래스를 오픈해 둬야 사람들이 모일텐데.....



결국, 한국어 클래스 8명 모집은 무산되고, 한국어 요가 클래스는 없어졌다. 나를 계속 기다려주시는 3명의 학생들은 따로 클래스를 열어달라고 했다. 그러려면 최소 주 2회는 클래스를 오픈해야 한다.


주 1회 티칭 하며 수련, 골프, 테니스, 와인 모임, 독서 모임 하는 게 나에겐 딱인데.



고민했지만,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이 3분은 정말 소중하다. 그분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요가하러 발리까지 갈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는 함께 작은 장소를 찾아 헤매었고, 친한 미술 선생님의 스튜디오와 레지던스의 커뮤니티 요가룸을 예약해서 수업을 했다. 우리도 몰랐다. 우리가 이렇게나 요가를 하고 싶어 했는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발리행 비행기 안, 뒷자리 베트남 아저씨는 다리로 내 의자를 밀고, 앞자리 인도 여행객 3명은 너무 시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설렌다. 비행시간은 아직도 3시간 남았다.



어느 날은 커뮤니티룸 예약이 잘 못 되어 30도 넘는 더위에 매트와 요가블록을 옮기고, 미술 선생님은 부랴부랴 아트룸을 치우고, 에어컨을 켜고 그렇게 헐레벌떡 요가 클래스를 마쳤다. 나와 수련생들은 모두 놀랐다.



우리가 이 더위에도 이렇게나 요가를 하고 싶었다고?




한 명, 두 명이 더 모여서 소소하지만 나에게는  대대적인 여섯 명이 되었고 조금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자꾸 블록을 옮기고, 커뮤니티룸을 예약해 주는 수련생들에게 미안함이 스멀스멀 생긴 시점이다. 이번에도 나의 은인, 미술선생님이  본인 스튜디오 탑층 공간을 추천했지만, 


월세를 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까지?
스튜디오 오픈을 이렇게까지?



그런데, 안 하면 안 괜찮을 것 같은  이 기시감. 그냥 이렇게 하게 되는가 보다. 이때부터 나는 뭔가 꼭 해야 된다가 아니라 안 하면 안 괜찮을 것 같음을 믿어보기로 했다.






작은 공간이라도 얻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었다. 청소, 관리비, 전기세, 소소한 물품들. 게다가 난 월세 개념 없이 수업료를 책정했고, 다시 올리긴 좀 그렇고. 사람을 더 모으는 수밖에. 인스타를 해야 하나? 또 이렇게 스킬 업 되나? 릴스가 뭔지, 어찌 만드는지 모르는데. 또 다른 나의 엔젤, 프랑스에서 패션 유학을 하고 클래스를 하는 리나샘이 차근차근 가르쳐 주며 나의 첫 요가 인스타 릴스를 업로드했다.



 요가와 하노이 맛집을 같이 올려볼까? 카톡 페북 등 모든 SNS를 귀찮아하는 내가 이 나이에 인스타를 하게 될 줄은 정말 1도 몰랐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지? 팔로워가 늘어가며 소통하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매일 출퇴근 시간마다 감시하는 인스타도 안 하던 남편이, 


요즘 인스 안 올리더라?
오늘은 팔로워 늘었더라?


 


‘이거 해서 얼마 번다고’, ‘이 노력을 들여서 이거밖에‘ 이런 생각이면 그냥 살던 데로 살면 된다. 새로운 시도를 안 해야 한다.


나는 내 앞의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했다. 나의 요가 수업은 40대 이상의 일반인들이 주요 타깃이다. 우리는 어려운 동작을 무리하게 하지 않고도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 사람들이 요가에 재미를 느끼고 평생의 운동을 넘어 취미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게 해주고 싶다. 요가는 마르고 유연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편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 



매트와 나만 있으면 되는. 그리고 함께 수련하며 해봤던 움직임. 이걸 알게 해주고 싶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의지가 약한 우리는 운동 시간 10분 전까지도  갈까 말까, 할까 말까를 고민한다. 


단톡방을 만들어 유대감과 소속감을 만들어주자. 오기 전에 딴생각 안 들게. 


수련 시간 전 오늘의 클래스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참여를 독려해 볼까.




수련 후 함께하는 티타임도 난 참 즐겁다. 오고 가는 정보도 유익하고 요가가 아니었음 존재도 몰랐을 우리는 8명에서 10명이 되었다.


 


서서 허리를 숙였을 때 손이 바닥에 닿지 않던 언니는 두 달여 만에 손끝이 바닥에 스쳤다. 꾸준히 집에서도 거실에 매트 펴 두고 매일 수련하는 왕언니. 웹툰 작업에 팔과 어깨, 목이 아파서 오신 작가 언니. 미술 작업 하느라 거북이 등이 된 아트샘. 라탄 공예 하느라 어깨 아픈 라탄샘. 평생 처음 움직여 본다는 하노이 뉴커머 디자이너 언니. 아이돌 몸매의 애 둘 맘. 보고 있는 사람까지 맑아지게 만드는 환한 얼굴의 막내 등등.



이렇게 10명이 된 지 2주 만에 나는 발리에 간다. 하노이에서  3년이나 살아온 나에게, 동남아 휴양지는 다 비슷한 바다여서 발리는 여행 리스트에 조차 없었는데, 발리에 가다니. 요가가 나를 발리로 끌어당긴다. 3명에서 10명이 되는 과정에서 나는 더 성장했고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기대가 된다. 



45세에도 설렐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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