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에 대해서
흔히 말하는 오감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수많은 정보를 얻고 그것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쉽게 도와준다. 그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시각일 것이다. 인간이 받아들이는 외부 정보의 약 80%가 시각을 통해 전달된다고 한다. 이는 시각이 다른 감각보다 정보 수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각은 오감 중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다른 감각들처럼 때때로 오류를 일으킨다. 흔한 예로 착시현상이 있다. 이러한 오류는 안구의 구조와 배치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눈을 통해 전달받은 감각을 해석하는 뇌에서 발생하는 오류이다. 이처럼 우리는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은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기억에 남아 있는 표현이다. 우리의 눈은 외부로부터 많은 정보를 받고 해석하는 데 도움을 주며, 동시에 다른 이에게도 정보를 전달한다. 많은 사람들은 시선을 통해 세상의 많은 것을 인지하며 또한 시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를 판단할 때 눈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시선은 나만의 것이 아닌 남에게 보여지기 쉬운 것이다. 즉, 시선이라는 것은 단순히 시각을 통해 얻은 정보보다는 그것을 통해 얻은 주관적인 해석을 포함한다.
'눈을 왜 그렇게 뜨냐'는 말은 단순히 그 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보다는, 상대가 나에게 전달하고 있는 정보, 즉 상대의 감정 상태나 그 외에 눈을 통해 얻는 느낌이나 징후가 와닿지 않는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기보다는, 그 정보를 전달받고 해석하는 입장에서 해당 정보가 자신에게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를 교육받아왔다. 이는 자기 객관화로 가는 단계 중 하나로, 타인의 시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우리는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너무나 익숙하며, 사실 일차원적으로는 그것밖에 할 수 없다. 미래에 전뇌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시선을 완전히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아무리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해도, 인간의 인지적 한계 때문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결국 우리의 시선은 개인이 겪고 얻은 정보와 해석해 온 방식에 의해 사각지대를 가질 수 있다. 어쩌면 그 어떤 위대한 종교의 교리마저도 모든 시선을 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교리에 '위배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서로가 서로의 시선을 확인하다 못해 카메라를 통해 서로를 보고 보이기도 한다. 개인의 시선에는 결국 개인의 입장이 포함되기에 객관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만 기록하고 보여주는 카메라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주관적 해석이 결여된 카메라마저 왜곡(오류)이 있을 수 있으며, 심지어는 같은 시간, 같은 세팅, 같은 구도의 세상을 보여줘도 결국 그것을 보는 것은 우리의 시선이기에 절대적인 '객관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을 누군가는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나의 시선은 나의 시선이고 타인의 시선은 타인의 시선인 것이다. 다만 이 시선을 교환해 가며 각각의 시선을 더 넓히거나 일부 좁히기도 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아무리 열려있는 시야를 가진다고 하여도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게 되는 것이며, 아무리 보기 싫어도 보이는 것이 시선이다.
시선은 나의 지향점이 되는 중요한 지표이지만 동시에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을 비출 때도 있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대개 거울과 같은 것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상을 보는 것이 때때로 많이 힘든 이유는 명료하다. 단순히 자신이 좋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줄곧 나의 시선으로 내가 아닌 다른 것을 보아왔다. 특히 위대하고 멋진 것을 너무나도 선호하는 나의 시선은 스스로를 마주할 때 '눈을 왜 그렇게 뜨냐'고 묻는 듯하다. 나는 종종 자기혐오의 감정을 느끼며, 내 시선은 이러한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이 혐오 섞인 시선이 너무 지쳤기에, 새로운 눈을 가질 수는 없어도, 때때로라도 나를 싫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의 필요성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나의 시선을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가끔은 내 시선을 알기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는 이기적인 시선일지 모르지만, 때때로 나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결국, 이런 말들마저 나의 시선이다. 나의 주관적인 경험과 해석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므로, 다소 편협하거나 주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시선이 다른 이의 시선에 불쾌하게 다가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방구석에서-
Dilla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