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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의 시인 신경림 선생이 별세했다

신경림 시인과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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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무農舞





                                   신경림 / 시인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 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 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신경림 시인이 오늘
별세했다.

하여
시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대표작

'농무'를 평석한다.







농무(農舞)라는 시는 신경림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로, 농촌의 생활과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시는 전통적인 농촌 문화와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져 있으며, 그 속에서 농민들의 삶의 애환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첫 부분에서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라는 문장은

공연이 끝난 후의 텅 빈 운동장을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는 농촌의 일상이 일종의 공연처럼 펼쳐졌다가 일몰과 함께 조용해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어지는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라는 표현은 임시적이고, 비일상적인 공간을 나타내며, 이는 농민들의 삶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특별한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의 중간 부분에서는

농민들이 학교 앞 소주집에서 술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들의 모임은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서로의 고단함을 나누고 위로하는 깊은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는 표현에서는 농민들의 삶의 어려움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의 복잡함이 잘 드러난다.

또한,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등의 구절에서는

전통적인 민담 속 인물들을 빗대어 농민들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농촌의 전통적인 문화와 얽힌 심층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이는 시인이 농민들의 삶을 단순히 표면적으로만 보지 않고, 그들의 내면적 감정과 연결하여 더 깊은 이해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농민들이 점차 신명을 내며 춤을 추는 모습을 통해, 농촌의 삶 속에서도 희망과 기쁨을 찾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장면은 농민들이 겪는 고난 속에서도 삶의 작은 기쁨을 찾아내려는 인간의 끈질긴 의지와 긍정적인 태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경림 시인의 '농무'는 농촌의 풍경과 농민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섬세한 관찰을 통해 농민들의 일상 속에 숨
쉬는 깊은 감정과 정서를 포착하여, 그들의 삶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포착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 꺼나"라는 구절에서는 농촌에서의 춤과 노래가 단순한 유희를 넘어서 생의 활력과 공동체 의식의 표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농촌 문화의 전통적인 요소들이 현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농민들의 일상을 현실적이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삶의 힘듦과 동시에 그 안에서 발견되는 기쁨과 자부심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런 점에서 '농무'는 단순한 농촌의 풍경 묘사를 넘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세계와 감정의 교류를 잘 포착하고 있다.

시 '농무'는 그러므로 단순한 농촌의 풍경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부분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의 흐름을 포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농민들의 일과 그들이 마주하는 삶의 진실을 통해 보다 큰 인간적 깊이와 문화적 가치를 탐색하고 있다.

결국,

'농무'는 농촌의 일상과 그 안에서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을 통해

더 넓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작품이다.


시인 신경림의 서거와 함께

다시금 조명받는 이 시는

그의 문학적 업적과 함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여러 질문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농촌뿐만 아니라

인간 삶의 여러 측면에 대해

보다 깊이 있고 성찰적인

탐구를 할 수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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