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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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끝, 9월의 시작
여름은 불타는 노을,
하늘 가득 붉은 깃발을 흔들며
서서히 사라지는 시간의 강.
바람은 어딘가 서늘해지고,
나뭇잎은 조용히 귓속말한다
다음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라고.
8월은 해변의 모래성,
파도에 씻겨나가는 찰나의 꿈,
그 모래 속에 숨겨진
아직 쓰이지 않은 시의 한 줄.
9월은 새벽의 서늘한 바람,
불어오는 약속의 향기,
풀벌레 소리로 수놓은
시간의 새로운 직조織造.
우리 마음은 책의 갈피,
무거운 장을 덮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는 손.
태양은 이제 더 부드럽고,
하늘은 더 깊어진다.
그 하늘 아래 서서,
서서히 익어가는 과일처럼
조용히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8월이란 한숨처럼 스며들고
9월은 숨결처럼 다가온다.
우리는 그 사이,
두 계절의 어름에 서서
자신을 읽어 내려간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