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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끝, 9월의 시작

청람 김왕식









8월의 끝, 9월의 시작







여름은 불타는 노을,
하늘 가득 붉은 깃발을 흔들며
서서히 사라지는 시간의 강.

바람은 어딘가 서늘해지고,
나뭇잎은 조용히 귓속말한다
다음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라고.

8월은 해변의 모래성,
파도에 씻겨나가는 찰나의 꿈,
그 모래 속에 숨겨진
아직 쓰이지 않은 시의 한 줄.

9월은 새벽의 서늘한 바람,
불어오는 약속의 향기,
풀벌레 소리로 수놓은
시간의 새로운 직조織造.

우리 마음은 책의 갈피,
무거운 장을 덮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는 손.

태양은 이제 더 부드럽고,
하늘은 더 깊어진다.
그 하늘 아래 서서,
서서히 익어가는 과일처럼
조용히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8월이란 한숨처럼 스며들고
9월은 숨결처럼 다가온다.
우리는 그 사이,
두 계절의 어름에 서서
자신을 읽어 내려간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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