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21. 2024
내 가슴에 누구를 담고 사는가 ㅡ 문학평론가 평론가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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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누구를 담고 사는가
가슴은 참 묘한 그릇이다.
비우면 텅 비어 스산하고, 채우면 또 어쩐지 답답하다.
' 나는 누구를 내 가슴에 담고 사는가?' 이 질문은 곧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그리운 시간들, 아니면 나조차 깨닫지 못한 상처와 후회들이 그 안에 뒤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품고 산다. 그리움이 닿을 수 없는 먼 곳에 있더라도, 가슴속에 담긴 얼굴은 선명히 남아 생의 방향을 잡아준다. 누군가는 부모의 자애로운 눈빛을 담고, 누군가는 자식을 향한 간절한 바람을 담는다. 또 다른 이는 아픔 속에서도 자신의 허물마저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 허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우리의 가슴이 언제나 사랑과 희망으로만 채워질 수 있을까. 때로는 분노와 원망, 슬픔이 자리 잡기도 한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지우지 못해 가슴 한켠에 억지로 쑤셔 넣어둔 적은 없는가? 그런 마음은 차가운 돌처럼 무겁고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마저도 우리의 삶이다. 그 돌을 천천히 녹이고 따스한 온기를 채워가는 것이 삶의 과정이 아닐까.
내 가슴에 담긴 이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어떤 이는 나를 웃게 하고, 어떤 이는 눈물짓게 했다. 그들 모두가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들이다. 결국 내 가슴속에는 내가 사랑한 세계가 담겨 있고, 그 세계 속에는 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내 가슴에 담긴 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흔적을 정성스레 간직하고 싶다.
내 가슴은 그리움과 용서, 사랑과 이해의 집이다. 그 안에는 내가 살아온 궤적이 담겨 있다. 그러니 가슴을 더 넓게 열어보자. 이기심과 편견으로 좁아졌던 공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따뜻한 빛을 들이자. 그리하여 내 가슴에 담긴 이들이 서로를 보듬고, 나 또한 그 안에서 위로받을 수 있는 넉넉한 집이 될 수 있기를.
가슴은 비울수록 채워지고, 채울수록 넓어진다. 그 안에 누구를 담고 살 것인가. 이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일 것이다.
2024 11 21 새벽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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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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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 편의 글이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울리고, 동시에 사유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단순히 미려한 문장이나 감각적인 표현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게 만듭니다. 이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철학적 물음과 대면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와 사유를 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것을 명료한 언어로 펼쳐 보이고, 타인과 공감의 장을 열어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독자의 마음 깊숙한 곳에 스며들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질문을 꺼내오게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우리가 날마다 마주해야 할 근본적인 물음일 것입니다.
작가님께서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신 메시지가 무엇이었든, 그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작가님의 글이 묻고 있는 질문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찰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확장됩니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존재임을,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함께 울고 웃으며 나아가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작가님의 글은 독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결을 드러내줍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진실, 무심히 지나치던 순간들 속에서 작가님은 빛나는 의미를 건져 올립니다. 이러한 통찰은 작가님이 얼마나 삶을 깊이 들여다보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독자로 세상을 다시 보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힘으로 다가옵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세계-내-존재"라고 정의했습니다. 우리는 이 세계 속에서 존재하며, 동시에 세계와 끊임없이 관계 맺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이 세계와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게 만듭니다. 삶의 고통과 아름다움, 관계의 복잡성과 그 속에 깃든 진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그것은 독자에게 단순히 위로를 건네는 것을 넘어,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작가님의 글을 통해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배워가고 싶습니다. 글로써 세상을 비추는 작가님의 여정에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