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산 리홍재 선생
ㅡ 삶의 가치철학과 작품의 미의식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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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산 리홍재 선생
ㅡ 삶의 가치철학과 작품의 미의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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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산 리홍재 선생의 삶과 예술은 붓을 통해 펼쳐진 철학과 미학의 한 세계이다. 그는 단순한 서예가가 아니라,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창조하며 한계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대구 동성로의 서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는,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끊임없이 창작과 가르침을 이어가는 ‘깨어 있는 서예가이자 학자’이다.
율산의 서예 인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붓을 잡으며 시작되었다. 대학 시절과 젊은 시절의 방황을 거쳐, 다시금 붓을 잡게 된 그의 결단은 서예를 단순한 기술로 여기지 않고, 자기 삶을 전적으로 바치는 예술적 여정으로 인식한 데서 비롯되었다. 독학으로 한학을 공부하며 수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온 과정은 “아스팔트 위에 콩을 심는 격”이었다고 회고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목숨을 걸고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확고히 하였고, 이는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예술 세계는 단순히 전통 서예의 틀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글과 한문 서체를 넘나들며 현대 서예와 문인화, 전각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작업은,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며 끊임없이 변화와 확장을 추구하는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서예를 단순히 붓글씨의 기술로 보지 않고, 춤이나 음악, 스포츠, 자연과도 연결된 하나의 생명력 있는 예술로 인식한 그의 관점은 매우 독창적이다.
이는 그가 붓을 든 순간마다 마치 신들린 듯 작품에 몰입하며, 삶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창작에 매진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율산 리홍재 선생의 서예 철학은 예술과 삶의 일치를 추구하는 무아(無我)의 경지와 맞닿아 있다. 그는 서예를 통해 자신의 진실된 자아를 표현하고자 하며, 항상 깨어 있는 마음으로 모든 순간에 임한다. 책이나 사람, 자연 등 모든 것이 그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겸허한 자세는, 그의 예술적 깊이를 더하는 동시에 대중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된다.
특히 1999년 봉산미술제 개막 서예 퍼포먼스와 안동 봉정사에서의 대형 붓 휘호는 그의 예술이 단순히 결과물로서의 작품에 머물지 않고, 창작의 순간 자체를 대중과 나누는 과정임을 잘 보여준다.
그의 작품 세계는 단순히 미적 완성도를 넘어, 관객과의 공감과 교류를 지향한다. 이는 전시회 형식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기존의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붓이 움직이는 순간의 에너지와 감동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서예를 현대 대중과 더욱 가까운 예술로 만들고자 한다. 그는 서예를 “자연이자 춤이며, 음악이고 스포츠이며, 인생이자 생명”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통해 삶의 모든 순간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제자들 또한 그의 철학을 이어받아 서예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대상을 비롯해 다수의 입상자들을 배출한 그의 문하에서는, 서예의 기법뿐만 아니라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을 배우는 것이다.
율산 리홍재 선생은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전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
율산의 삶과 작품은 단순한 서예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의 철학은 예술과 삶을 하나로 연결하며, 붓을 통해 표현되는 모든 것이 그에게는 생명력 있는 예술이다. 그는 우리에게 예술이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진실한 자기를 표현하고, 끊임없이 깨어 있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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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산 리홍재, 붓으로 그린 철학과 미학
시인 청람 김왕식
1연
붓을 잡은 열한 살 소년,
첫 획에 담긴 삶의 서곡.
방황의 날들 지나 다시 잡은 붓,
길이 없던 길에 꽃을 피우며,
아스팔트 위 콩 심는 결기로
철학과 예술의 세계를 열었다.
목숨을 건 붓질 하나로
삶과 예술의 경계를 지웠다.
자신을 던진 예술의 여정,
그곳엔 무아의 깊은 침잠이 있었다.
2연
한글과 한문,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붓은 춤이 되고, 노래가 되었다.
서예는 단순한 글씨가 아니었다.
자연의 리듬, 생명의 맥동,
모든 존재와 어우러진 하나의 춤,
그는 붓으로 세상을 품었다.
전각과 문인화의 조화 속에서
삶의 모든 순간이 예술이 되었다.
현대 서예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율산은 스스로 창조자가 되었다.
3연
붓 끝에서 번져가는 생명의 힘,
그것은 단순한 미의 완성을 넘어
창작의 순간을 공유하는 공감의 예술.
1999년 봉산미술제, 안동 봉정사,
그가 쓴 휘호는 우주를 품었다.
대형 붓의 궤적에 담긴 메시지,
삶과 예술의 경계를 잇는 다리.
모든 것은 예술이자 생명이라 했던
그의 철학은 순간 속에서
영원의 의미를 찾게 했다.
4연
책과 자연, 사람, 모든 것이 스승,
그의 겸허는 예술의 깊이를 더했다.
붓 끝에서 쏟아지는 에너지는
관객과 교감하며 삶을 노래했다.
완성된 작품을 넘어,
창작의 순간을 나누는 형식,
그는 새로운 전시 문화를 열었다.
붓의 흔적 속에 담긴 감동,
그것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사는 이의 마음을 흔들었다.
5연
서실은 철학의 정원이 되고,
제자들의 손끝에서 그의 혼이 빛났다.
대한민국서예대전의 영광도
그의 가르침에서 자라났다.
서예는 기교를 넘어선 삶의 태도,
붓끝에 깃든 정신은
예술의 본질을 깨우쳤다.
율산의 문하에서 피어난 꽃들은
저마다 다른 빛깔로
삶과 예술을 이어갔다.
6연
그는 말한다.
서예는 춤이고 음악이며,
스포츠이자 생명이고 인생이다.
삶의 모든 순간이 예술이라면,
붓질 하나하나가 삶의 맥동이다.
예술은 진실된 자기를 드러내는 길,
율산은 그 길 위에 선 시인이었다.
붓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순간들,
그는 깨어 있는 영혼으로
예술을 삶으로, 삶을 예술로 삼았다.
7연
대구 동성로에서 시작된 서예의 길,
그 길은 시대를 넘어
영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삶과 예술이 하나 되는 경지,
무아의 몰입 속에서 펼쳐진 세계,
율산의 붓은 멈추지 않았다.
철학이 되고, 시가 되고,
그의 붓은 시대의 증인이 되었다.
모든 순간을 품은 그의 예술,
그곳엔 생명이 노래하고 있었다.
8연
율산 리홍재, 붓으로 새긴 철학,
그는 삶의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
단순한 서예를 넘어선 예술의 힘,
그가 남긴 붓질 속에 담긴 영혼은
시대를 넘어 우리를 울린다.
예술과 삶을 잇는 그의 가르침,
그의 제자들과 대중의 마음속에
영원히 빛나는 흔적을 남겼다.
붓은 멈추지만 정신은 흐르고,
율산은 영원의 붓으로 살아간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