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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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풍경을 담은 삶
젊은 시절, 우리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경주마처럼 살아간다. 목적지에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도착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옆을 볼 틈조차 없이 앞으로만 나아간다. 목표지점에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이 모든 것을 보상해 줄 것이라 믿으며, 과정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이 믿음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삶이 한 번의 경주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이제는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그 노정 속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섬세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 발밑에 부서지는 잔돌들의 촉감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노정 속에서 풍경을 살핀다는 것은 단순히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 속에서의 대화와 감정, 작은 일상에서 느껴지는 행복, 그리고 실패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까지 포함한다.
이는 삶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는 경험이다.
도착지에 급급했던 시절에는 간과했던 모든 순간들이 결국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삶의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풍경들은 고요하면서도 강렬하다. 이는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닌, 순간을 음미하며 걷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우리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풍경들은 더욱 깊은 이야기를 전해 준다.
나무 한 그루, 돌 하나조차도 나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으며 이 풍경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결국, 삶이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 그 과정 자체를 살아가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목표를 향해 질주하던 자신이 이제는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소소한 행복을 더 깊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속도를 늦추고, 과정을 음미하며 풍경을 사랑하는 삶. 그것은 결국 자신을 더 사랑하는 길이기도 하다.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이 끝나고 남는 것은 그곳에서 무엇을 이루었는지가 아니라, 그 여정 속에서 무엇을 보았고, 느꼈으며, 사랑했는가일 것이다.
이제는 삶의 속도를 줄이고, 과정에서 마주한 풍경들을 나의 일부로 삼고 싶다. 천천히 걸어가는 삶 속에서 발견되는 기쁨은 우리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빛나게 한다.
그런 삶을 살고 싶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