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안중근 ㅡ 영화 하얼빈
시인 이인애
제국주의 횡포와 을사늑약 만행
죽느냐 죽이느냐 운명의 기로에서
왜군 포로를 긍휼히 여겨 석방한 안중근
전장에서 적군에 덕을 베풀었건만
후환으로 되돌아온 뼈 때리는 업보
수많은 아군 동지의 목숨을 빼앗겼네
대동강 빙판을 자결하고자 맨발로
헤매 돌며 얻은 큰 깨달음의 발로
"내 목숨이 내 것만은 아닌
앞서 간 동지들의 몫일진대..."
비장한 단지와 피로 쓴 뜨거운 분노
대한의 독립주권을 침탈한 원흉
이토 히로부미의 심장을 겨누었다
러시아 하얼빈에서 시작된 포효
코레아 우레! 대한독립만세!
세계만방에 가열하게 울려 퍼지다
스크린과 현실이 박진감으로 이어져
울컥하는 애국심에 불을 댕기는 오늘
우리 가슴속 염통이 뜨겁게 벌떡인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이인애 시인은 애국심을 깊이 새긴 시를 통해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며, 조국을 위한 희생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안중근 – 영화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삶과 신념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역사적 서술을 넘어 시적 정서와 철학적 성찰을 결합한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은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적 의미에서 애국심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인애 시인의 작품에는 민족을 위한 희생이 고통이 아니라, 역사적 의무로서 승화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안중근 의사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앞에서 개인의 생사를 뛰어넘어 조국의 독립을 위한 대의를 실천했다.
시인은 이러한 희생을 “내 목숨이 내 것만은 아닌 / 앞서 간 동지들의 몫일진대… ”라는 구절에서 잘 드러낸다. 이 문장은 안중근 의사의 신념을 함축하면서도, 공동체적 삶의 철학을 강조한다. 개인의 삶이 개인만의 것이 아닌, 민족과 역사 속에서 함께하는 존재임을 시인은 강렬하게 환기한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각적인 시어를 통해 강렬한 서사적 긴장감을 조성한다. 특히 “대동강 빙판을 자결하고자 맨발로 / 헤매 돌며 얻은 큰 깨달음의 발로”라는 표현은 안중근 의사의 결단을 비극적이면서도 숭고한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사건을 넘어선, 운명적 각성과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어 독자의 가슴을 울린다.
또한, “러시아 하얼빈에서 시작된 포효 / 코레아 우레! 대한독립만세!”라는 구절에서는 외침을 넘어, 역사의 울림과 현재까지 이어지는 독립의 외침을 강조한다.
시인은 영화 '하얼빈'의 장면을 시적 언어로 재구성하며, 과거의 사건이 스크린을 넘어 현실로 이어지는 감동을 전달한다.
이는 영화적 감상만이 아니라, 독립운동 정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강조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인애 시인의 '안중근 – 영화 하얼빈'은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 아니다. 시인은 안중근 의사의 신념과 행동을 시적 정서로 재구성하여, 독자들이 그저 감상이 아니라 정신적 울림을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시의 마지막, “우리 가슴속 염통이 뜨겁게 벌떡인다”는 표현은 이 작품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 이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가슴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애국의 불꽃임을 강조한다.
요컨대, 이인애 시인은 역사를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현재의 감정과 가치 속에서 다시 살아나도록 한다. 그의 시적 세계는 민족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품으며, 애국이라는 주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다. 이 작품은 애국심을 되새기고, 조국의 역사적 의미를 가슴속에 새기는 역할을 수행하는 강렬한 시적 선언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