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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Sep 01. 2023

2023년 8월 27일 식도락 음식 일기

어머니는 정화수, 딸은 밥 한 그릇

두 달 반이나 되는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오늘 아들은 2학기 개강 준비를 위해 집을 떠나 학교로 돌아간다.

방학 동안에 빈둥거리며 늦게 자고 게임하는 모습에 심장에 불이 날 것 같아 옳은 소리(내 입장에서)를 했다.

엄마인 내가 보기에는 배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지금이 필요한 지식을 쌓아가는 적기가 아닐까 싶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인데 대학생인 아들의 방학은 아직도 초등학생 방학생활을 하고 있는 듯하다.


쓰린 마음을 한 곳으로 밀어내 놓고 한 동안 먹지 못할 집 밥을 먹여 보내고 싶은 마음에 밭으로 내려갔다. 




아들을 위해 잡곡밥과 소고기 부추샐러드를 만든다.

1. 집 앞 텃밭에서 공수해 온 야채들이다. 부추는 벌써 꽃대가 올라와 있다. 연한 꽃대 부분을 잘라먹어보니 아주 달큼하다.

2. 샐러드에 사용할 부추는 깨끗하게 다듬고 씻어 5cm 정도 길이로 자르고 깻잎도 1cm 정도의 넓이로 잘라서 준비한다.

3. 적색 양파는 반쪽으로 나누어 얇게 채 썰어서 찬물에 잠깐 담가 두었다가 물기를 빼놓는다.



1. 얇게 썬 소고기를 잘 펴서 프라이팬에 올리고 마늘도 편을 썰어 가장자리에 두었다가 소고기의 핏기가 없을 정도로 익었을 때 소고기와 섞어서 익혀준다.

2. 소금 1작은술, 후추를 뿌려 구워준다. 소스가 간장 베이스기 때문에 소금을 적게 넣어야 한다.







1. 접시에 예쁘게 플레이팅 한다.

2. 드레싱은 간을 보면서 뿌려주고 섞어 준다.






1. 드레싱은 양조간장을 베이스로 한다.

2. 진간장 2큰술, 식초 2/3큰술, 올리브유 1큰술, 꿀 1/2큰술, 마늘 2알, 후추 약간, 통깨 약간을 넣고 잘 섞어준다.






1. 멥쌀과 찹쌀현미를 7:3 비율로 섞고, 검정깨, 토종 들깨를 씻어 밥을 짓는다. 쌀을 먼저 씻어 밥솥에 넣고 깨는 따로 씻어 넣어야 된다. 쌀과 함께 넣어 씻으면 깨들은 물을 따라 다 도망을 간다.

2. 검정깨와 토종 들깨를 넣은 밥을 먹은 지 석 달이 지난 현재 흰 머리카락이 집중적으로 나는 곳에서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검정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었다.



** 친정엄마의 자식사랑은 정말 애틋하셨다. 

자식들이 잘 되라고 장독대에서 가장 크고 온전한 장독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하셨다. 정화수로 사용할 물은 동네 사람들이 물을 길어가기 전 새벽에 엄마가 맨 먼저 떠온 우물물을 사용하셨다. 큰방 벽에 조상? 뭔지 모르겠지만 쌀과 과자 등을 올려놓으시고 손바닥을 비비며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우리들은 향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엄마의 뒤에 앉아서 구경을 했다. 향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우고, 두 개의 촛대 위에서 춤추는 불꽃, 엄마의 상체를 약간 구부린 채 드리는 분명하지 않는 기도소리가 어우러져 다른 세상으로 순간 이동하여 머물고 있는 듯했다.

정말 그때는 몰랐다. 엄마의 절실한 기도가 무엇을 의미하고, 바쁜 시골생활에도 왜 그렇게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리는지. 석가탄신일이 되면 엄마는 절에 가셔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고춧가루, 파, 마늘, 부추 등 향이나 자극적인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드시지 않으셨다.

어머니의 기도와 정성으로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어머니의 기도 응답이라 생각하며 감사하다.


엄마가 된 나는 친정엄마처럼 장독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드리지 못했고, 절에 불공을 드리지도 않았다. 엄마의 정성에는 비할바가 못되지만 내 방식대로의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한다. 

각자의 밥그릇에 밥을 퍼서 담을 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짧게 기도를 드린다. 

내가 해서 먹인 한 그릇의 밥을 먹고 세상에 나가 생활할 때 든든한 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맛있게 후딱 밥그릇을 비우고 샐러드를 맛있게 먹고 있는 아들을 보니 아쉬움은 사라지고 그저 좋기만 하다.



40여 년 전 타지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토요일 오전 수업을 끝내고 학교에서 바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하룻밤을 자고 일요일 오후에는 집을 떠나기 싫었지만 엄마가 챙겨주시는 반찬 등을 가지고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여유가 있을 때 가끔은 엄마와 함께 1km가 넘는 큰 둑길을 걸어서 면사무소가 있는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어느 날인가 버스에 올라타는 나에게 엄마는 '우리 희야 잘 가자'라며 손을 흔들어 주셨다. 그 인사말은 평생 나의 마음에, 뇌리에 저장되어 있다. 그 말은 언어가 아니라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엄마의 전부였다. 그런 엄마가 가슴 시리도록 좋았고 행복했고 얼른 다음 주 토요일이 왔으면 했다.


아들이 사용할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학교 기숙사 앞까지 데려주고 왔다. 

헤어지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내 말에 아들은 어떤 마음을 담았을까?

아들을 들여보내놓고 딸과 함께 캠퍼스를 걸으며 내 아들이 밟고 지낼 땅 위에 축복의 기도를 드렸다. 


"우리 모두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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