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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Sep 08. 2023

2023년 9월 4일 식도락 음식 일기

딸이 부르는 누렁 호박전 타령!!

마트에 들러면 꼭 둘러보는 코너가 있다.


로컬푸드라고 하는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코너인데 포장지에는 어느 마을에서 누가 생산을 했는지 알 수 있도록 표기가 되어 있어 더 신뢰가 간다. 

코너를 둘러보면서 내가 키우고 있는 야채들이 단장을 하고 가격이 매겨져 있는 것을 보면 정겹고 밭에 내려가 있는 느낌이어서 좋다.


가지, 고추, 오이 등 부모님이 정성스럽게 키우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따뜻해진다. 엄마는 밭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소쿠리에 싱싱한 야채들을 데리고 오셨고, 직접 가꾼 농산물을 귀하게 대하셨고 결코 내다 버리는 일이 없을 정도로 알뜰하게 사용하셨다. 


시골에서 직접 야채들을 키우다 보면 감히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기에 농산물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야채를 사서 먹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다.


씨앗이나 모종을 심기 위해서는 2월부터 밭정리를 하고 밑거름을 넉넉히 넣어 흙과 잘 섞이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자라는 과정에서 추비, 해충 관리, 물관리를 해주고 노루나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뿌리채소는 두더지가 먼저 먹고, 땅콩은 새들이 기가 막히게 땅을 헤집고 뿌리째 뽑아버리기도 한다.


농부의 수고와 자연이 함께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작품'이다. 농산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산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농사를 짓다 보면 '경이롭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이유다.


농산물을 구경하던 중에 '맷돌 호박'이 눈에 들어왔다. 참, 8월이지? 

적당한 크기를 골라 들어보니 엄청 무거웠다.

냉큼 바구니에 담아 왔다. 

현관 입구에 두고 들락거리면서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


며칠이 지난 후 딸이 물어본다.

'엄마 언제 호박전 해 줄 거야?' 

내 머릿속에는 단호박과 누렁 호박, 수확한 호랑이콩, 팥을 넣어 호박죽을 해 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딸은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세상이 온통 노랗게 보일 정도로 맛있는 누렁 호박전을!!

절반은 호박전으로, 나머지는 호박죽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누렁 호박전 만들기]

<<좋은 호박 고르기>>

1. 맷돌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잘 익은 '맷돌호박'이다.

2. 호박을 고를 때 꼭지가 완벽한 별모양을 하고 있는 호박이 살이 두껍고 맛있다.

3. 누렁 호박은 뜨거운 여름을 지나고 8월에 수확한 것을 약용으로 사용하기에  8월에 구입해 놓는 것이 좋다.

4. 호박을 고를 때에는 색이 짙고 고르게 잘 들고

들어봐서 무거운 것으로 고르면 된다.






1. 잘라보면 색깔이 진한 주황색이고 살집이 두껍다. 자르면 달고 시원하고 건강한 향기가 난다.








1. 씨만 제거하고 속살도 사용을 한다.

2. 수저로 긁어모으거나, 껍질을 먼저 제거한 후 감자 깎는 필러로 긁으면 된다.








1. 호박살 700g, 밀가루 1과 1/2 종이컵, 소금 30g, 원당 30g을 넣고 많이 주물러 준다









1. 프라이팬에 포도씨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한 국자 떠서 골고루 펴서 얇게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부쳐준다.




                                                                    

                                                                           


 1. 다른 전도 마찬가지지만 호박전은 따뜻할 때

먹어야 호박의 향기를 맡으면서 제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2. 우리 식구 중엔 혼자 4판을 먹는 사람도 있다.

호박전 타령하는 묵도리다.






***호박이야기

엄마는 한 평의 땅도 거저 놀리지 않고 활용하셨다. 담장을 따라 호박을 심었는데 호박을 빨리 따기 위해서는 봄이 채 되기도 전에 따뜻한 방 한 구석에는 호박씨를 넣은 판이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와 같이 자는 호박은 수시로 들여다보는 엄마의 손길로 싹을 틔우고 떡잎이 2장, 그리고 새 잎이 두 장 나오면 바깥으로 나가 적응을 한 후 땅에 심어졌다. 가끔 방에서 장난을 치다가 떡잎의 목을 꺾어서 혼나기도 했다. 


호박넝쿨이 자라면  보드라운 잎과 열매가 맺히지 않는 수꽃줄기를 따서 , 잎은 쪄서 호박잎쌈으로, 긴 수꽃줄기는 까칠한 껍질을 벗겨내고 진하게 끓이는 된장에 넣어 호박잎 전용 쌈장을 만들어 먹이셨다. 진초록의 호박잎 위에 밥을 놓고 쌈장을 얹어 먹으면 어린 나이인데도 맛있었다. 


호박이 열리기 시작하면 누렁 호박으로 키울 것은 선별하여 두고 나머지는 풋호박으로 반찬을 만들어 주셨다. 풋호박으로 만든 음식으로는 풋호박 전, 들기름과 새우젓으로 만든 호박볶음, 그리고 좀 더 지나면 풋호박과 갈치를 넣고 국물이 넉넉하게 있도록 갈치찌개를 만들어 주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가을이면 그 맛이 생각나고 부엌에서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음식을 만드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누렁호박으로 키울 호박은 특별대우를 받았다. 호박 밑에 짚으로 만든 똬리를 놓아 떨어지지 않고 상처 입지 않도록 받쳐 주었다. 

누렁호박으로는 호박범벅, 호박설기, 호박전, 대추를 넣고 끓인 호박즙, 호박을 길게 돌려 깎아서 오가리를 만들어 두었다가 이듬해 논고동찜을 할 때 사용하셨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라는 의미를 글을 쓰면서 다시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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