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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Sep 13. 2023

2023년 9월 13일 식도락 음식 일기

밥을 부르는 알싸한 열무김치

물김치를 좋아하는 아들 먹이려고 씨를 뿌려 놓았던 여름 열무가 아들이 떠나고 나니 이제야 먹을만하게 싱싱하고 깨끗하게 풀과 함께 잘 자라고 있다.

정말이지 풀 반 열무 반이다. 

워낙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밭에 내려가서 풀을 뽑아내는 작업을 포기했으니 이 지경이 된 상황은 당연하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여름에 일반 열무씨앗을 뿌리면 조금 자라다가 고온과 다습으로 인해 녹아내리는데

여름 열무씨앗은 더위도 타지 않고 이렇게 예쁘고 싱싱하게 잘 자란다. 씨앗이 중요한가 보다.

기온이 너무 높다 보니 벌레들도 그늘에서 쉬느라 먹이활동을 하지 않았는지 약을 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온전한 열무를 수확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초여름에 열무 씨앗을 뿌려서 잎이 나올 때 약을 치지 않으면 벌레들이 잎을 다 갈아먹어서 줄기만 앙상하게 남기에 한동안 열무 농사를 짓지 않았다.

밭에서 죄다 뽑아 온 열무를 앞에 두고 잠시 고민을 해 본다.

살얼음 끼얹은 열무 물김치를 좋아하는 아들도 개학해서 학교로 돌아가고, 기온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졌기에 물김치에 수저가 잘 가지 않을 것 같아서 열무김치를 만들어야겠다.

 마침 산제피도 발갛게 익었기에 알싸한 열무김치를 만들기로 했다.


<<밥을 부르는 알싸한 열무김치>>


1. 풀과 함께 자라서인지 연하고 부드럽고 색깔도 먹음직스럽다.

2. 뿌리와 맞닿은 줄기 부분에 흙이 끼어 있을 수 있기에 뿌리 부분은 깨끗이 잘라내고 잎들도 정리해 준다.

3. 서너 번 깨끗하게 씻어준다. 씻을 때는 열무에 상처가 나서 풋냄새가 나지 않도록 살살 달래듯이 씻어준다.


1. 씻은 열무는 팔팔 끓는 물에 소금 한 줌을 넣고

1분 정도 재빨리 굴린 후 찬물에 헹군다.

2. 오래 데치지 않아야 김치를 만들었을 때 아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고 나물 냄새가 나지 않는다.

3. 소금에 절여서 사용하는 것보다 데쳐서 사용하는 것이 식감도 좋고 시간도 절약된다.




1. 채반에 건져 물기를 제거해 두고 양념을 준비한다.

2, 물기를 제거한 열무의 무게는 800g이다.





1. 까나리액젓 2큰술, 맑은 멸치액젓 2큰술, 보라양파 1/2개, 마늘 10알 정도, 붉은 청양고추 2개, 고춧가루 2큰술, 통깨와 원당은 1큰술씩, 제피가루 1작은술

2. 양파는 채 썰고, 마늘은 찧고, 붉은 청양고추는 반으로 잘라 총총 썬다. 말린 제피는 열매를 제거한 후 프라이팬에 열을 살짝 가한 후 포일에 싸서 찧으면 된다. 



1. 모든 재료를 넣고 버무린다. 간을 봐 가면서 더하고 빼면 된다.






1. 경상도에서는 산초라고 불리는 제피나무가 집 뒤 산에 제법 자란다,

2. 딱 이맘때 예쁘게 열매가 익으면 따서 열매만 말린다. 과피가 마르면서 안에 들어 있는 까만 씨앗이 밖으로 나오면 제거하고 과피만 모아 두었다가 쓴다

3. 제피가루는 봄에 부추 무침, 가을에는 추어탕, 콩잎 김치, 열무김치, 양념 게장, 젓갈 쌈장에 넣으면 밋밋한 맛이 확 살아나고 생선 비린내를 잡아준다



9월 초에 가을 무 씨앗을 넉넉하게 뿌려 무 싹이 자라면 속아서 나물을 먼저 해 먹고, 차츰 더 자라면 솎아낸 무청으로 담근 김치도 맛있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은 동일하다.

 

버무린 열무김치는 천상의 맛이다. 

제피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 식구들이기에 알싸한 열무김치가 다 먹어갈 때쯤에는 무청으로 김치를 담가 밥상에 오를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려하지 않을 것이다. 

줄기는 아삭하고 부드러운 잎은 양념을 품고 있어 계속해서 젓가락이 가다 보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열무김치가 밥상에 올라오는 날에는 흰쌀밥에 구운 김이면 충분하다.


요즘 다이어트하느라 탄수화물을 금하고 있는 딸은 삶은 달걀 위에 열무김치를 올려 먹는다. 

바라보고 있는 엄마를 향해 엄지 척을 보내 준다.

이런 음식을 만들어 먹일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거 보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고 하신 엄마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엄마,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지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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