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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Sep 29. 2023

2023년 9월 24일 식도락 음식 일기

곰탕에 빠진 깍두기

추석이 코 앞이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명절이 기다려지고, 평소 자주 보는 가족들이지만 명절에 만나는

가족들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옷에서 풍기는 냄새가 달랐고, 집안의 공기가 고소했다.

 손에 들고 오는 선물에 오고 가는 대화가 달랐고 따뜻함에 편안했다.


추석이 되면 손맛이 좋은 엄마는 요것조것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하셨다.

생선도 미리 사서 쪄서 먹기 좋게 반건조 상태로 만드셨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전갱이는 꼭 사 두었다가 한 번 찌고 다시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 주셨다.

정말 맛있었는데....

지붕 위로 올려서 키운 박과 무를 반 반 섞고, 미리 만들어둔 두부에 큰 조개, 소고기를 넣고

만든 탕국은 최고였다. 탕국은 끓여서 하루가 지난 후 데워 먹으면 맛이 풍부하고 더 맛있어진다.

특히 간이 베인 무는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였다.

고추튀김, 오징어튀김, 밭에서 방금 캐 온 고구마로 만든 튀김, 그리고 여러 가지 전, 그중에서도 부추전은

지금도 내 혀끝에서 살아날 정도이다. 

재래식 부엌과 뒤꼍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음식 만들기에 온 식구가 함께 했고 고소한 냄새, 

여러가지 냄새와 웃음소리가 온 집안을 넘치도록 채웠다. 참 그립다.


결혼을 하고 어른이 되면서 명절은 기다려지는 즐거움이 아니라

치러야 하는 예식이 되었고 불편함이 따랐다. 


지난해만 해도 우리 집 묵도리들을 위해 따로 집에서 먹을 것을 장만했는데

올해는 하기가 싫어졌다. 그냥 편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 

마음만 먹으면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굳이 한꺼번에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있고. 


자동차를 고치러 나간 김에 마트를 둘러보았다.

명절이라 육류 소비량이 많아서인지 소 부산물들이 약간 저렴하게 

나와 있었다. 

식구들이 곰국에 소면을 말아먹는 것을 좋아하고. 또 순대를 넣어 순댓국을

잘 먹기에 일단 저지르기를 했다.

사골 2개, 소 꼬리뼈 1개, 우족 1개, 잡뼈, 그리고 사태살까지 넉넉하게 샀다. 

올 추석에는 곰탕만으로 깔끔하게 넘어가기 위해.


집에 돌아와서 내려놓고 그것들을 보는 순간 아, 무슨 생각으로 이걸 샀을까?

후회막심이다. 

그냥 평소대로 할걸!!


힘든 여정이 시작되었다. 장장 이틀에 걸쳐 곰탕을 완성시켰다. 


드디어 끝이다 하는 순간, 

다음 해야 할 일을 딸이 야무지게 일러준다

"엄마, 같이 먹을 깍두기는 언제 담가?" 

참 그렇지 곰탕에 깍두기가 빠지면 안 되지. 

허나 묵은지와 먹어도 되잖아? 꼭 곰국을 깍두기와 먹어야 하나??

그러나 친정엄마가 그러했듯이 나 역시 엄마의 마음으로 음식 궁합을 맞추기로 했다.


그리하여 깍두기를 담기 시작했다.


<< 무 깍두기 만들기>>


1. 큰 무 1개를 준비한다.

2. 긴 장마였고, 가을 무가 아니기에 단 맛은 없고

약간의 매운맛이 있다.





1. 한 입에 넣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김치통에 담고 설탕 2 큰술, 굵은소금 35g, 고춧가루 35g(고운 고춧가루 10g,  일반 고춧가루 25g)을 넣고 버무려둔다. 

2. 설탕을 넣는 이유는 무의 매운맛을 중화시키고, 고춧가루에 버무려 두는 것은 무에서 나오는 즙에 불려두면 깍두기의 빛깔도 좋고 까칠 거리지 않고 부드럽다. 


1. 1시간 정도 두면 이렇게 물이 생긴다.







<재료>

1. 양파 반 개, 마늘 7알, 생강 엄지손가락 크기 1개, 홍청양고추 2개, 대파 흰 뿌리 부분 1개이다.

2. 양파는 채 썰고, 파는 어슷썰기, 고추도 어슷썰기 해 준다. 마늘과 생강은 찧어준다.



<들어가는 양념>

1. 고춧가루, 설탕은 무를 재워둘 때 사용한 재료다.

2. 양파청 50g, 생강청 30g, 까나리액젓 50g,

 새우젓 50g, 그리고 약간의 통깨를 넣어준다.

3. 고춧가루는 색깔을 보면서 추가하면 된다.

4. 양파청은 양파가 많이 나오는 6월에 사서 설탕과 양파 1:1에 소금 1 작은술을 넣어 만들어 두면 요긴하게 많이 쓰인다.

1. 재워 둔 무에 재료를 넣고 맛있게 버무려주면 된다.

2. 입맛에 따라 부족한 재료들을 추가하면 된다.

3. 이 맘 때는 하루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고 먹으면 된다.

4. 이렇게 담그면 서울깍두기집 맛 이상이다.



1. 진하게 우려진 곰탕에 살코기, 대파 송송,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삶은 소면을 넣어 먹으면 맛있다.

2. 곰탕에 소면, 밥, 순대를 번갈아가며 넣은 설렁탕과 순대국밥이 당분간 밥상에 오를 것이다.ㅣ

3. 자주 먹으면 질리기에 한 번 끓여 식구들이 먹을 수 있는 양만큼 국물과 살코기를 넣어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찬바람 불 때 꺼내 먹으면 또 다른 별미가 된다. 그때는 김장 무도 맛있을 때니까.



그러나 

결국 

섭섭한 마음에 지난해와 같은 음식들을 만들기 위해 장을 다시 보았다. 

나의 친정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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