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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ug 14. 2023

2023년 8월 12일 식도락 음식일기

많이 많이 주세요!! 냉메밀국수~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을 서서 뭘 해먹을지 고민에 빠졌다. 냉장고 문을 닫고 서랍장을 열고 또 한참을 섰다가 메밀국수가 눈에 띄었다. 

그래, 내일은 메밀국수를 해 먹어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왜 오늘이 아니고 내일이지?


 내가 처음 냉메밀국수를 먹어본 것은 1984년쯤 서울시청 뒤 소바집이었다.

면을 국물에 찍어먹는 모습이 신기했다. 대나무로 만든 메밀판 위에 동그랗게 말린 메밀국수와 김가루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선배가 가르쳐주는 대로 국물에 무 간 것, 총총 썬 대파, 고추냉이, 채 썬 오이를 넣어 간을 맞추고 국수 한 덩이를 넣고 먹어 보았다. 달짝지근하면서 시원한 국물에 찍어먹은 메밀국수의 맛은 나의 뇌에 저장되었다. 

그 후 여름이 되면, 입맛 없을 때면 냉메밀국수를 사 먹었다. 


시골로 들어오면서 시내에 나가는 일도 쉽지 않고, 읍 단위의 소도시이기에 맛있는 소바집을 찾기도 어려웠다.


시골생활은 편한 것보다는 불편함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내가 아프거나 밥 하기가 귀찮아서 음식을 시켜 먹고 싶을 때, 아이들이 TV에 나오는 음식을 보면서 먹고 싶은 마음에 엄마의 주위를 빙빙 돌 때면 자장면이라도 시켜주고 싶지만 배달이 되지 않는다. 시내에 살면 입맛대로 시키고, 아니면 직접 사 올 수도 있는데.

이때 느는 것은 엄마의 요리솜씨!!!  모든 걸 직접 해내야 한다.


하지만 시골에서 누리는 것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 계절마다 변하는 색깔은 시각뿐만 아니라 미각까지 행복하게 하고 끝없이 펼쳐지는 초록 바탕 위에 올려져 있는 형형색색의 꽃들은 뇌를 춤추게 만든다.


 아이들은 냇가에서 물고기 몇 마리를 잡아와서 튀겨 달라, 구워 달라고 한다. 겨울이면 꽁꽁 언 저수지 위에서 얼음을 지치고, 여름이면 보트를 띄워 물놀이를 즐긴다. 지천에 있는 오디와 산딸기를 따 먹다 피카소도 엄지 척해줄 그림을 그린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며 '참 좋았다'라고 한다. 다행이다.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딸, 아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늘 새로운 메뉴를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된다. 

내가 음식을 만들고 있을 때면 아이들은 나의 주변으로 모여든다. 완성되지도 않은 음식을 달라고 입을 내 앞으로 들이밀 때면 '좀 기다려, 아직 덜 됐어' 하면서도 벌써 손은 음식을 집어 들고 '줄을 서시오!' 하며 아이들의 입을 향한다. 엄마로서 참 행복한 시간이고 그런 장면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트레스받을 때 떠올리면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으로 돌아온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오늘 내가 만드는 음식이 훗날의 그리움으로 남아, 우리 아이들이 추억하고 나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식구들이 유난히 기다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엄마표 냉메밀국수'다. 

냉메밀국수를 메뉴로 공지하는 날에는 '와~'라는 말과 동시에 두 팔을 최대한 큰 원을 그리며 이구동성으로  '많이 많이 해 주세요'를 외친다.


냉메밀국수를 해 먹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하루 전날부터 온 집안에 국물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면 딸은 벌써 ' 엄마, 우리 언제 메밀국수 먹을 수 있는 거야?'라고 물어본다. 국물을 끓여 식혀서 살얼음이 얼 정도로 얼려야 하는 과정이 있기에 기다림이 필요하다.


[냉메밀국수 만들기]


<국물 만들기 재료>

1. 물 3,300ml, 진간장 550ml, 소금 1/2 큰 스푼, 원당설탕 100g, 다시마 10cm 3장, 통가쓰오부시 50g, 건표고버섯 3개, 양파 1개, 건대추 10알, 대파 2대, 무 300g(사진에는 빠졌음)을 준비한다.







1. 큰 냄비에 넣고 끓으면 중불과 약불에서 40분 정도 끓여낸다.

2. 건더기를 걸러내고 국물을 식힌 후 식구 수대로 한 번 먹을 정도의 양만큼 소분해서 냉동실에 얼린다.(1인 기준 300ml 정도)

3. 먹을 때는 살얼음 정도로 만들어 사용하면 된다

4. 끓이면서 농도를 체크하면 되고, 완성된 국물이 너무 진하면 먹을 때 각 얼음을 몇 개 넣어 간을 조절하면 된다.



<고명재료>

1. 무는 단맛이 있는 푸른 부분을 잘라 강판에 간다

2. 오이는 가늘게 채 썬다.

3. 대파는 흰 뿌리 부분을 반으로 나누어 총총 썬다.

4. 김은 살짝 구워 가위로 자르거나 손으로 비벼서 사용한다.                                                      

                                                                           5. 고추냉이는 물에 개어서 사용한다.(사진에 빠져                                                                             있음)


1. 국수의 양은 성인기준으로 150g 정도로 한다.

2. 국수를 삶을 때는 생수를 넉넉히 부어 물이 끓으면 국수를 넣고 끓어오르면 찬물을 보충하면서 10분 정도 삶다가 면을 확인해 보고 적당히 삶아졌으면 찬물에 몇 번 헹구어 내어 1인당 두 덩이 정도 분량으로 나누어 메밀 판에 담아낸다. 

3. 개인 그릇에 살얼음 동동 육수를 붓고 간 무, 썬 대파, 오이, 고추냉이 조금 넣어 간을 맞춘 후 면을 넣고 김가루를 올리면 된다.


장마가 끝나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더운 열기가 찐득거린다.

그래서일까? 사진을 놓친 재료들이 있다. 


엄마가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행위는 참 위대하고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과정 과정에 진심을 다하고 맛을 내며 무엇보다 함께 먹는 풍경은 사랑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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