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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ug 04. 2023

2023년 8월 3일 식도락 음식일기

나는 장을 보러 밭으로 간다!!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더워 온몸에 근육이 없어진 듯하다.

평소에는 식구들이 어질러 놓은 것들을 보면 치우던지, 아니면 미루고 그냥 보고 지나칠 일들이

오늘 같은 날에는 신경에 뾰족뾰족 가시가 올라온다.


이럴 때 나의 마음을 비워내고 한숨 돌릴 여유를 갖기 위해 집을 나선다.

나는 장을 보러 밭으로 간다!!


밭에 한 번 가려면 장갑, 장화, 마스크, 모자, 모기 기피제, 모자 위에 덧 씌울 양파 망, 핸드폰을 넣은 허리쌕까지 완전무장이다. 해충 기피용 모자가 시장에 가면 구할 수 있지만 모자 위에 넉넉한 양파망을 쓰면 완벽하다.


텃밭이라고 말하기는 평수가 크다. 농사짓는 사람이 게을러서 활용을 다 하지 못하지만 요긴하게 사용할 채소들을 심어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친정언니에게 전화를 하면 '마트에 가서 반찬거리를 사고 왔다'라고 한다. 특별히 살게 없다고 푸념을 한다.

뭘 사 왔는지 물으면 우리 밭에서 나는 채소들이 많이 차지한다. 가까이 있으면 실컷 나눌 수 있는데.


초등학교 다닐 때 시장을 가려면 4킬로미터 이상을 걸어서 읍내로 가야 한다. 시골 장날은 2일과 7일이었다.

딸 넷을 다 데리고 갈 수는 없었기에 선택된 한 명의 딸을 데리고 엄마는 시장으로 가셨다.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가는 딸은 뭔가를 사야 하는 딸 중에 데리고 간 것 같다. 주로 옷을 살 때 입혀보고 사 주시는 엄마의 성향 덕분에 시장 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선택에서 탈락된 딸 중에는 서러움에 중간까지 따라와 보지만 엄마는 허락을 하지 않으셨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지막 악을 쓰며 요구사항을 말하고 돌아선다.


따라오던 강아지는 몇 발자국을 더 따라오다 결국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간다. 그때부터 오롯이 엄마와 나만의 시간이다. 가끔은 동네 친척이나 아주머니들과 같이 갈 때도 있다.


시장으로 가는 길은 이렇다.

대문을 나서 마을을 지나고 큰 정자나무를 지나면 작은 냇가에 놓여있는 다리를 건넌다. 다시 둑길을 따라 걷다가 논길로 접어든다. 한참을 걷다 보면 산모퉁이가 나오고, 산모퉁이를 지나면 길에 먼지가 날리기는 하지만 대로가 나오면서 읍내 초입에 들어선다. 거기서 30분을 족히 걸으면 오일장이 펼쳐지고 더 들어가면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설 시장이다.


엄마는 볼일이 끝나면 나를 데리고 옷가게로 가셨는데, 첫 번째 가게에서 거의 옷을 샀던 기억이다. 그 가게는 내가 보기에 예쁜 옷들이 많았고 사고 싶은 옷도 많이 걸려 있던지 누워 있었다. 넉넉지 않은 돈으로 좋은 옷을 입히기 위해서 엄마의 다리는 늘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는 가게를 둘러보시고 나를 맡겨두고 더 예쁜 옷을 사러 가셨다. 주인아주머니는 나에게 사탕을 주시며

'결국은 너희 엄마 여기서 옷을 살 테니 네가 사고 싶은 옷 구경하고 있어라'라고 하셨다.

가게 주인아주머니의 말은 대충 80%는 맞았다.

그날 나에게 사 준 옷은 감색의 멜빵 주름치마, 흰 블라우스, 레이스와 감색의 리본이 달린 모자를 사 주셨다.


며칠 후 나는 엄마가 사 준 새 옷을 입고 기차를 타고 도 단위의 학생 수련회에 학교 대표로 참석을 했다.

국민(현, 초등) 학교 6학년때의 일이다.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엄마가 마당으로 들어서며 내 이름을 부를 것 같다.


엄마처럼 나도 소쿠리에 이것저것 반찬거리 재료들을 뜯고, 자르고, 따 왔다.

사람들이 불러주는 이름은 (시계 방향) 부추, 방아잎, 잎브로콜리, 모닝고추, 홍청양고추, 오이, 가지, 보라양파다. 다듬어 말끔히 씻기고 보니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부추 부침개, 오늘은 너로 정했어!!!


엄마는 여름철이 되면 부추장떡을 만들어 주셨다.

장떡을 만들기에 좋은 재료들이 텃밭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추장떡에는 넉넉히 들어간 부추, 방아잎, 청양고추, 양파를 넣고 된장, 고추장을 넣어 전보다는 두껍게 부쳐 주셨다. 프라이팬이 따로 없던 시절이라 국 끓이는 용도의 작은 가마솥뚜껑을 뒤집어서 콩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가지 꼭지 부분을 잘라서 뚜껑에 기름이 골고루 발리도록 문지르셨다.


 반죽과 달구어진 솥뚜껑이 만나는 순간의 그 소리와 냄새는 잊을 수가 없고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혀 끝에 침이 고인다.


<오징어 부추전 만들기>



*야채수가 없으면 생수 500ml, 달걀 1개, 부침가루 300g을 넣어 덩어리가 지지 않도록 잘 섞어 준다.







* 없으면 넣지 않아도 되지만 사다 놓은 오징어가 있어 1/2마리를 썰어 사용한다.







*야채는 부추 한 줌, 청양고추 1개, 작은 양파 1개, 그리고 식구들이 좋아하는 방아잎 한 줌이다.

*방아잎은 호불호가 있는 재료인데 좋아한다면 아귀찜, 매운탕, 된장찌개에 넣으면 맛이 좋다.






*모든 재료를 골고루 섞어 준다. 부침가루를 사용한다면 간이 되어 있기에 따로 더할 필요는 없다.









*처음 구울 때는 기름을 약간 넉넉하게 3T 정도

붓고, 반죽을 적당히 부어 얇게 부쳐주면 맛있다.

*앞뒤로 노릇노릇, 바싹하게 구워 내면 된다.








*부침가루만으로 간이 약하다면 간장소스를 만들어 찍어 먹으면 된다.

*간장소스는 간장 3T, 식초 0.5T, 고춧가루, 참기름, 통깨 약간씩 더하면 된다.(취향대로 가감하면 됨)





식구들은 1인 1판으로 모자라 더 추가로 구워내야 한다.

시간이 약간 여유로울 때 식탁에서 바로 구워내면서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가 없을 정도다.


**방아잎 이야기

*방아잎은 배초향의 다른 이름이다. 다른 풀들의 향기를 밀어낼 정도로 향기가 강하다는 뜻이다. 우리 가족들의 최애 허브인 방아잎을 우리 집에서는 추어탕, 매운탕, 아귀찜, 논고동찜, 된장찌개, 부침개에 쓰일 정도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생잎을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냉동실에 보관하면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향기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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