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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l 27. 2023

2023년 7월 20일 식도락 음식일기

장마의 눅눅함을 물리치는 자몽 오이냉국 

장마가 유난히 긴 올해다. 


아, 이제는 비가 그만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한데 주말부터 또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니 걱정이다.


'엄마, 왜 오이냉국 안 해줘?'라고 아들이 물어본다.

그러고 보니 올해 들어서는 한 번도 해 먹지 못한 것 같다. 

오랜만에 햇볕이 짱 하게 났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이 오이냉국 먹기에 딱 좋은 날씨지.

미역을 찬물에 불려놓고 부랴 부랴 밭으로 갔다. 냉국에 넣을 오이 한 개와 곁들여 먹을 모닝고추, 가지를 따서 오는데 내 얼굴에 홍수가 났다. 땀이 폭우처럼 쏟아져 나온다. 


<자몽 오이냉국 만들기>

1. 마른미역 10g 정도를 찬물에 10분 정도 불려서 바락바락 주물러 깨끗이 씻어 준다. 오래 불리면 먹을 때 쫄깃한 식감이 떨어진다.  오이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더 불려진다.

2. 물기를 제거하고 먹기 좋게 자른다.






1.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오이 1/2개를 껍질은 필러로 벗겨내고 속은 숟가락으로 제거한 후 반달모양으로 썰어 준비한다.






1. 미역과 오이를 큰 용기에 담고 국간장 2큰술, 식초 1큰술, 양파피클 국물 1큰술, 설탕 1/2 큰술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서 간이 베이게 둔다.(양파피클 국물이 없으면 식초 2큰술을 넣으면 된다)








1. 15분 정도 두었다가 붉은 피망 채 썰고, 자몽은 속껍질까지 제거한 후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누어 

올려준다.

2. 얼음으로 주변을 감싸듯이 둘러준다.

3. 끓여서 식힌 후 냉동실에 얼려둔 얼음물 500g을 부어주고 레몬청, 총총 썬 청양고추 1/2개, 깐마늘 1톨, 통깨를 뿌리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1. 녹색 계열의 오이와 미역에 핑크색 자몽이 들어가면 보기도 좋지만 먹을 때 오이의 아삭함과 입안에서 씹을 때 톡톡 터지는 자몽, 쫄깃한 미역의 식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2. 봄에 참꽃이 필 때 얼려 두었던 꽃 얼음을 올려놓으니 색다르고 봄을 올려놓은 것 같다. 







여름이 가기 전에 꼭 한 번 만들어 먹어봐야 한다. 

시원하고 상쾌한 맛은 물론이고 비주얼까지 꽤 괜찮은 요리다.

긴 장마로 눅눅해진 우리의 몸과 마음에 확 살아나게 만드는 시원한 자몽 오이 냉국한 그릇이면 족하다.

뇌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져 긍정적인 생각이 마구마구 생기고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ㅎㅎㅎ


<엄마와 오이 미역 냉국>

 여름철이 되면 엄마는 오이냉국을 자주 밥상에 올리셨다. 밭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실 때 따온 오이를 활용한 반찬이 빠지지 않았는데 그 반찬 중 으뜸이 오이 미역냉국이다. 미역을 불리고, 커다란 오이를 채 쳐서 찧은 마늘과 국간장에 재어 놓으셨다. 귀한 통깨를 아낌없이 뿌리고 집에서 만든 막걸리 식초를 적당히 넣어 시원한 물을 넣은 오이냉국은 먹으면 머리까지 얼얼했다. 그날 밥상에는 깻잎과 콩잎을 된장에 박아 넣어 만든 짭조름한 장아찌가 올랐을 것이고, 우리는 밥을 뜬 숟가락을 엄마 앞으로 내밀어 차례를 기다렸을 것이다. 콩잎이나 깻잎이 내 하얀 밥 위에 덮일 때까지. 맛있었다. 엄마가 좋았다. 


엄마가 살아계셔서 내가 만든 자몽 오이냉국을 드신다면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하실까? 많이 그립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딸이 퇴근을 하고 돌아왔다. 얼굴은 화장의 유분기로 인해 번질거린다.

'엄마, 오늘 우리 오이냉국 해 먹자' '오늘 점심에 해 먹었는데' '어? 그런 게 어딨어? 내만 빼고' '내일 해 줄게' '그래요'

아마 내일 이 시간에 나는 딸이 먹을 자몽 오이냉국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오늘 레시피에 또 뭔가를 더 넣고

더 넣어서.

자몽 오이냉국을 먹으면서 '너무 맛있다' '엄마, 오래 사셔'를 외쳐대며 연신 엄지 척을 올리며 먹을 딸의 얼굴이 그려진다. 나를 자꾸자꾸 조리대에 서게 만드는 딸, 사랑한다. 많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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