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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Mar 04. 2024

2024년 3월 3일 식도락 음식일기

봄동 올린 꼬막비빔밥!!

지난가을

김장배추가 한창 자라고 있을 때

씨를 뿌려두었던 봄동


손바닥보다 더 크게 자란 잎들은

매서운 추위에 얼어 버려 생기가 사라졌고

추위에 몸을 감추고 있던  어린잎들이

따뜻한 기온과 길어진 햇볕으로

한잎 두잎 꽃송이로

다시 어나고 있다.

아삭거리는 식감과

달큼한 맛을 지닌 봄동은

이맘때

식탁에 생기를 불어넣는 좋은 식재료이다.


이즈음에

우리 식구들 입에서

'봄동 넣은 꼬막비빔밥은 언제 먹어?'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기가 막히게 제철음식을 기억해 내고

주문을 넣는 것이다.


집 앞 텃밭에서 봄동 꽃송이를

눈에 담아 두었던 터,

마트 수산물코너에 가니

때마침 유통기한이 많이 남아있는

꼬막을 할인판매하고 있었다.

입을 벌리고 있는 꼬막을 건드려보니

냉큼 입을 앙다물어 버린다.


싱싱한 꼬막을 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두 봉지를 사 왔다.


박박 문질러서 헹군 뒤

소금  한 주먹을 넣은 물에

꼬막을 담고

그 위로 검정 비닐을 씌워 두었다


1차 해감이 된 꼬막은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박박 문질러 씻는다.


끓는 물에 꼬막을 넣고

같은 방향으로 저어준다.

꼬막이 10개 정도 입을 벌리면

소쿠리에 부어서 물을 빼  준다


아들은 그 두툼한 손으로

열심히 수저로

꼬막살을 발라내고 있다.

남편과 딸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발라낸 꼬막살을

뜨거운 물에 소금 1스푼을 풀어

 살살 두 손바닥으로 비벼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을 빼 준다



꼬막살에 약간의 참기름만 살짝만 넣어

조물조물 해 둔다.


봄동은 큼직하게 썰고

당근도 채 썰어 같이 담아둔다


몸에 좋은 부추도 5cm 길이로 썰어  둔다.


양녕장은

까나리액젓, 고춧가루, 통깨. 파 송송, 참기름으로

만든다.


요즘 부추는 하우스에서 재배된 것으로

아주 연하기에 따로 살살 무쳐내고,

봄동도 같은 양념을 넣어

살짝살짝 흔들며 버무린다.


마지막으로

나박 썰기한 사과를 올리면

별미 '봄동 올린 꼬막비빔밥'이 완성이다.


사진 찍느라 재료들을 조신하게

올렸지만

바로 양푼이에 밥을 퍼 담고

봄동, 꼬막무침. 부추무침을 넣고

참기름 듬뿍 넣어서

오른손으로 다섯 번

왼손으로 다섯 번 비벼서

바로 입으로 직행했다.


식탁 중앙에 놓인

커다란 양푼이를 향해  

숟가락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


밥과 꼬막, 그리고 야채가 섞인

꼬막비빔밥 한 숟가락을 크게 떠서

입을 크게 벌리고 먹고 있는

내 식탁의 중요한 3인을

보고 있노라니

엄마로서 내가 만들어 먹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딸과 아들은

언젠가는 나의 품을 떠나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기에

오늘 같이 함께 음식을 만들며

한 식탁에 앉아 먹을 날이 얼마나 있을까?


일순간 비빔밥과 함께 입안으로 들어오는

짭조름한 눈물 한 방울의 슬픔이 

같이 씹힌다.

.

먹다 보니

.

.

그 많던 꼬막비빔밥은

누가 다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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