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5일쯤 산책길에
발아래 도토리 여러 개가 떨어져 있었다.
며칠은 그냥 지나쳤는데 자꾸만 반질반질한 도토리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즐비하게 떨어져 있다.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줍는 순간 그때부터
도토리가 가루가 되고, 도토리묵이 되어 밥상에 올라갈 때까지의 지난한 시간들이....
머리로는 고민을 하는데
손은 망설임 없이 도토리를 줍기 시작했다.
결국 내 건강 통장을 채우는 것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호주머니에 한 알 두 알 넣다 보니
그러지 않아도 나온 뱃살 부위에
도토리가 쌓이면서 흡사 미쉐린타이어가 되었다.
도토리 가루 만들기
다*소에서 산 다용도 가위를 이용해서 반으로 자르고 또 한 번 반으로 잘라 칼을 이용하던지 아니면
잘라진 도토리 껍질 양쪽을 잡고 뒤로 젖히면 알맹이가 쏙 빠진다. 도토리에 수분이 있을 때 자르면
쉽게 잘라진다.
알맹이는 찬물에 하루 담가 놓았다가 손으로 비벼서 물을 자주 바꿔 주면서 속 껍질을 흘러 보낸다.
이틀 후 도토리와 물을 넣고 믹서기에 갈아준다.
면이나 삼베로 만든 주머니에 간 도토리물을 부어준 후 조물조물하면 전분이 빠져나온다.
떫은맛을 제거하기 위해
전분에 찬물을 더 부어서 하루 지나고 윗물은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준 후 윗물을 버리기를 4회 정도 한 후
가라앉은 전분은 넓은 트레이에서 건조한다.
건조가 되면 비닐팩에 넣고 톡톡 두들기면 도토리가루가 완성이 된다
도토리묵 쑤기
1. 도토리 가루 1: 물 6을 잘 섞어 1시간 정도 그대로 둔다.
2. 중불에서 눌지 않게 잘 저어주면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소금 1 작은 스푼을 넣어 준다.
3. 큰 거품이 북적거리며 생길 때 식용유 한 스푼을 넣어 고루 섞어준다.
식용유를 넣어주면 탄력도 있고 그릇과 묵이 잘 분리된다.
4. 끓인 묵을 뜨거울 때 용기에 붓고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넣어둔다.
*도토리묵무침
묵, 치커리, 부추(쪽파), 상추, 봄동, 양파, 진간장, 까나리액젓, 마늘, 고춧가루, 통깨, 참기름, 식초, 설탕을 적당히 넣고 살살 버무리면 된다.
도토리묵 한 접시에도
이렇듯 정성이 필요하고 많은 손이 가는데
자식 키우는 정성은 말로 표현이 어렵다.
"아, 이 맛이지. 바깥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 맛!! 엄마 오래 사셔"
유난스럽게 엄지 척을 날리는 딸의 음식 평이 싫지 않다.
도토리를 줍기 위해서는 수백 번은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해야기에
그러지 않아도 전방전위증 진단을 받은 나에게는 무리지만
'나중에 운동하지 뭐'라며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하고,
그저 맛있게 무쳐진 도토리묵을 앞에 두고
보조 젓가락으로 열심히 먹는 딸의 모습만 그릴뿐이다.
한 가지의 반찬을 밥상에 올릴 때마저도
자식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셨던,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늘 바쁜 걸음으로 다니시던
친정엄마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엄마는 나보다 더 하셨겠지. 자식 사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