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하고 아삭한 연근 조림
십리길이 조금 더 되는
5일장이 서는 읍내 장에 가시면
엄마는 딸이 좋아하는
하얀 고물이 묻어 있는 말랑한 붉은 수수떡과 까만 연근을 사다 주셨다.
까만 연근을 베어 물면 가느다란 하얀 줄이 나오는 게 신기했고
포슬거리며 특유의 맛이 나는 그 맛있는 연근이
빨리 사라질까 봐 조금씩 아껴 먹었다.
엄마가 장에 가시는 날에는 은근히 사 오기를 기대하고
엄마가 돌아올 시간쯤이면
바깥에서 놀다가 산모퉁이 허리를 바라보고는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로 엄마가 보이면 냅다 달려갔다.
첫 번째 반가움은 엄마이고, 두 번째 기대는 엄마가 사 올 먹거리였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소다와 설탕, 간장을 넣어
그 옛날 내가 먹었던 연근찜을 해 주었더니 '이게 무슨 맛이냐'며
삼키지 않고 뱉어 버렸다.
나는 그때 참 맛있게 먹었었는데....
시래기, 김장 김치 등 잎채소로 된 반찬만 먹다 보면
단짠 한 맛에 아삭거리는 뿌리채소가 댕길 때가 있다.
가끔 시내에 나가는 날과 장날이 겹치면
시장에서 연근이나 우엉을 사가지고 온다.
연근은 11월 달이 제철이어서 그때가 수분도 많고 맛도 있지만
요즘에 먹어도 맛있는 밥반찬이 된다.
연근 조림은 쫄깃한 맛과 아삭한 맛을 같이 가지고 있기에
심심하게 해 놓으면 계속해서 손이 가는 반찬이다.
연근을 고를 때는
먼저,
조림용으로 사용할 거면 들어보아
무겁고 통통하고 절단 부위에 구멍이 없어야 한다.
입구가 뻥 뚫려 있으면 연근 안 쪽으로 진흙이 들어갈 확률이 높아
시커멓고 냄새도 많이 나서 결국 버려야 한다.
피클용으로 사용할 거면
길게 쭉 뻗고 가벼운 것을 구입하면 되는데 이 때도 절단 부위에 구멍이
없이 막혀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묻어 있는 진흙은 물로 씻어낸 후 필러로 가볍게 껍질을 깎아낸다.
연근의 껍질에는 섬유소가 너무 많아서 자칫 위장 장애가 올 수 있고
진흙 냄새가 있기에 껍질은 깎아 내고 요리를 한다.
진흙 속에서 뽀얀 속살을 살 찌운 연근이다.
연근의 길이를 세 토막 정도 내어
끓는 물에 소금 1스푼과 식초 1스푼을 넣고
불순물과 진흙 냄새가 제거될 수 있도록 세워서
위아래로 바꿔가며 3분 정도 데친 후
바로 찬물에 한번 씻어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모양이 부스러지지 않고 예쁘게 썰어진다.
굵은 것은 길이를 2등분으로 자른 후
0.5cm 두께의 반달모양으로 썰면 된다.
웍에 들기름 3스푼과 연근을 넣고 뒤적거리다가
연근이 투명해지면 진간장, 국간장을 2:1, 올리고당, 원당을 넣고
연근이 잠길 정도로 야채육수를 붓고 뒤적이며 익힌다.
처음에는 센 불에서 끓이고 끓고 나면 중, 약 불에서 뒤적거리며 익혀준다.
집어 먹어보아서 아삭한 식감과 적당하게 간이 베여있으면 불을 끈다.
약 20분 정도 걸린다.
후춧가루, 통깨, 참기름을 넣는다.
아삭하면서도 쫀득한 연근조림 완성이다.
쫀득한 맛은 식으면 느낄 수 있다.
1kg에 4천 원으로
이렇게 맛있고 넉넉한 반찬을 마련해서 반찬통에
나누어 담아 놓으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볶은 지리멸치와 가로세로 1cm 길이로 썬 연근조림에
밥 한 공기를 넣고 조림 국물과 참기름을 넣고 비빈 후
계란 프라이 한 개를 올리면 근사한 한 끼가 된다.
매 끼니때마다 밥상 위에
육지에서 나는 것과 바다에서 나는 것,
육지에서 나는 것 중에는 육류와 야채로 나누고
육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주를 이룬다
야채는 열매, 뿌리, 잎채소인데
콩자반, 강화순무김치, 무말랭이, 시금치나물, 단풍깻잎김치, 김장김치,
매운 청양고추 장아찌가 매번 등장한다.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는 생선, 구운 김과 멸치 볶음, 게장(양념, 간장),
그리고 미역나물을 자주 올린다.
반찬의 가지 수를 줄이려고 애쓰지만 잘 안되고,
특히,
'오늘 반찬이 뭐예요?' 물어보고 입맛이 당기는 게 없으면
'그냥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라고 하는 딸과 아들의 냉랭한 답변으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오늘 반찬 뭐 해줄까?로 바뀌고
'뭐 해 줄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엄마인 내가 가능한 것을 쭉 읊으면
딸과 아들이 고른다.
참 이상하고 희한하다.
다른 집도 이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