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떡으로 만든 냉이 올린 고구마 피자!!
매서운 바람 아래에서도
냉이는 때를 잊지 않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내가 그냥 지나쳤을 뿐.
일주일 전만 해도 거의 마른 낙엽 색깔을 띠고 있던 냉이가
오늘은 제법 초록의 색을 띠고 있기에
내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한 자리에 앉아서 캐도 금방
한 번 먹을 넉넉한 양이된다.
냉이는 다듬기가 참 번거로운 봄나물이다.
캐서 옆에 있는 소쿠리에 담는 동시에
잎들이 죄다 뿌리를 향해 오그라 들기 때문에 캐면서 바로바로 마른 잎은 떼어 내고
지저분한 뿌리도 다듬어야 한다.
그래서 냉이를 캘 때는 쑥을 캘 때와는 달리 바깥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오늘은 딸과 둘이서만 점심을 먹기에
건강하게 자라준 냉이로 피자를 만들어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합의를 봤다.
일요일이면 먹는 우리 집 아침 식사 재료인 떡국떡으로 피자 도우를 만들고
토핑으로는 냉이나물, 으깬 군고구마, 돼지고기를 올렸다.
먼저,
크기가 애매해서 남겨진 한 입 크기의 고구마를
오븐에서 구워 뜨거울 때 껍질을 벗긴 후 매셔로 포슬하게 으깼다.
다음으로는,
다듬어서 깨끗하게 씻은 냉이를 끓는 물에 소금 1 작은 스푼을 넣고 굴리듯 30초만 데친다.
한 번 찬물에 씻은 후 꼬~옥 짜서 물기를 제거하고 총총 썬 다음 소금, 깨소금만으로 조물조물 무쳐 놓는다.
냉동실에 두었던 떡국떡은 찬물에 한 시간 정도 불린 후 물기를 대충 제거하고
계란 두 개, 후추,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섞어 준다.
팬에 포도씨유를 바르고
떡을 빈 틈 없이 깐 후 그 위에 남은 계란물을 꼼꼼하게 부어 준다.
깔아 놓은 떡 위에 으깬 고구마를 덮는다.
고구마 위에 간을 한 후 볶은 돼지고기 앞다리살(소고기 또는 베이컨)을 올린다.
돼지고기 위에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냉이나물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피자치즈로 완전히 덮어 준다.
프라이팬의 뚜껑을 덮고 약한 불(인덕션으로 3)에서 서서히 익힌다.
상상 이상의 맛있는 피자다.
식용유로 노릇하게 구워진 떡의 바삭함과 고소함,
고구마의 달큼하면서도 포슬한 식감,
그리고 봄내음 가득한 냉이의 향긋함, 끝도 없이 늘어지는 치즈가 먹는 내내 웃음이 나오게 한다.
토핑으로 넉넉하게 올린 고구마로 인해 통통하게 살이 찐 피자를 앞에 두고
두 모녀는 연신 '정말 맛있다'를 외치며 결국 한 판을 다 먹고야 말았다.
딸과 함께 먹는 모든 음식이 안 맛있을 수가 없지만 냉이 고구마 피자는 정말 맛있다.
만드는 과정에서 베이컨을 노릇하게 구워서 올려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이라 당장 사 올 마트도 없어
냉이가 좀 더 풍성하게 자랄 때쯤에는 베이컨을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가 토핑으로 올려봐야겠다.
**엄마가 구워 준 시골 피자
겨울 방학이면 농촌에는 농한기다.
엄마는 우리들을 위해
가을에 털어 둔 콩이나 쌀을 볶아 주셨고
여름 방학, 비 오는 날에는 부추 전을 부쳐 주셨다.
엄마의 전은 얇은 전이 아니라
장떡이라고 불리는 두툼한 전이다.
장떡에 들어가는 재료는 짙게 자란 부추와 방아잎, 그리고 약간 매운 풋고추,
양념으로 된장과 고추장이 들어갔다.
국을 끓이거나 반찬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작은 무쇠솥의 뚜껑을 뒤집어서 기름을 붓고
가지를 툭 잘라 만들어 골고루 뚜껑에 기름을 칠했다.
열이 가해진 솥뚜껑에 반죽을 놓으면 '치~지직' 하는 맛있는 소리와 동시에 고소한 맛이 확 올라온다.
엄마 옆에서 납작한 소쿠리를 들고 서 있는 우리에게
잘 구워진 장떡 한 장을 올려주면 냅다 마루에 앉아서 서로 머리를 부딪치면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장떡이 사라질 때면 다시 엄마가'떡 가져가라'하는 소리에 다시 부엌으로 향한다.
우리들이 부엌과 마루를 오가기를 뜸할 즈음에
엄마는 마무리를 하시고 '마니 묵었나?' 하시며
그제서야 장떡 한 조각을 떼어 입으로 가져가셨다.
부추의 향긋함과 우아한 방아잎 향,
약간 매운맛과 된장의 구수함이 섞인 엄마표 장떡!! 어쩜 그리도 맛났을까?
오늘도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나의 딸에게 나의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니
하염없이 그리워진다.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