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과 노년기의 중간단계에서 인간관계, 경제력,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중년기는 제2의 사춘기이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목사 친구한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신학대학을 졸업해서 대형교회 부목사로 목회 초반에는 잘 나가 자신만만했지만, 40대부터 개척교회도 제대로 되지 않고 대형교회 목회자로 몇 번 추천이 되었지만 마지막에 다 탈락해서 좌절도 많이 겪던 친구였다. 뜬금없이 “나 목사에서 은퇴한다”라고 이야기한다. 목사의 임기는 대부분 70세쯤인데, 친구는 일찍 은퇴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택시 기사를 해서 스스로 돈을 벌려고 해. 돈 벌어서 해외 선교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헌금도 하고 싶어. 그리고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서 돈도 쓰고 싶어. 여지까지 목회의 삶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60대에 들어서는 이제 다른 삶도 살고 싶어.”
충격적인 전화였다. 개인적인 인품과 능력은 출중했지만, 목회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 친구에 대해서는 항상 안타깝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젊은 나이에 은퇴하겠다는 것은 나에게 더 큰 충격이었다. 하나님께 헌신하던 목회자를 살았으니 이제는 자기 자신의 삶도 살아 보겠다는 것에 대해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중년기라는 제2사춘기는 그동안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고 다시 재정리하는 시기라는 것을 체감했다. 중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탐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년기를 제2의 사춘기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청소년 사춘기와 마찬가지로 심리적, 신체적 큰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기는 젊음의 절정이 지나고 노년기로 접어드는 전환점이다. 중년기에는 노화로 인해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는 사춘기 때 겪는 신체 변화와 유사하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로 인한 호르몬 변화로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고, 남성 역시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외모 변화를 겪게 된다. 정서적으로 중년기에는 자신의 삶을 재평가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 노력하게 되는데, 이는 사춘기 때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려 했던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중년기를 제2의 사춘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중년은 다가오는 제2의 사춘기를 체감하지 못한다. 대부분 청소년 사춘기에 비해 중년기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신체적 심리적 변화 징후를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년기 변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고, 일과 생활에 치여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또한 중년기 변화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노화 현상을 두려워하고 거부감을 갖는다.
그러나 모든 여성이 갱년기를 겪듯이 모든 중년도 제2의 사춘기라는 경제력, 인간관계 등 외부 변화와 영적, 심리적인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사춘기 때와 마찬가지로 중년기에도 정서적 기복이 있다.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우울, 불안 등의 정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외부적인 큰 변화는 여성인 경우에는 자녀가 독립하면서 공허감과 역할 상실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자녀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지만, 노후 준비 등 새로운 재정적 고민이 생긴다. 그래서 은퇴를 어떻게 대비할까 고민하기도 하고, 은퇴 후 삶의 재설계가 필요해진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사회적인 인간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인 인간관계는 내 사회적인 역할이 끝나면 다 끊어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중년기 이전에는 사회적인 인간관계로 넓고 얕은 관계를 형성한다면, 중년기에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인간관계가 좁고 깊어야 한다.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인데, 중년기 이전에는 돈을 모으는 시기였기 때문에 제약 없이 돈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중년기 이후는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고,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소비하는 시기이다. 돈을 모을 때와 돈을 쓸 때는 확 다르다. 특히 경제적으로 자녀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지만, 노후 준비 등 새로운 재정적 고민이 생겨서 은퇴를 준비하며 재산 재설계가 필요해진다.
특히 중년기에는 내면의 영적, 심리적 측면에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내가 그동안 잘 살아왔나 고민하면서 기존의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잃고 실존적 공허감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자아정체성의 혼란과 재정립 과정을 겪으며 우울, 불안, 신경과민 등 부정적 정서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결국 중년 사춘기 겪는 신체적, 인간관계, 경제력 등 외부적 변화 그 이면에는 영적 심리적 내적인 측면이 숨겨져 있다. 신체적, 인간관계, 경제력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내면의 영적 심리적인 측면이 든든하고 강화되어 있으면 외부의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내면의 영적 심리적인 면이 가장 드러나는 것은 가치관이다.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내 삶의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가치관이다.
중년기 전에 살아왔던 가치관이 성공과 성취의 삶이었다면, 중년기의 혼란은 그 가치관이 옳았는지 내면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중년기 혼란을 통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과 성취가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대학 선배가 있었다. 직장에서 인간관계 좋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하며, 특히 자금 업무에 정통하여 회사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항상 사장으로 거론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경영능력을 인정했지만 결국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하였다. 그 선배는 사장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사장이 되지 못한 것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퇴직 후에 자기 스스로 투자 회사를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펀드를 만들고, 초기에는 자산을 잘 운영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직장에서의 성공의 비결과 회사 창업의 성공의 비결은 다르다. 결국 투자한 펀드들이 다 문제가 생겼고 그 펀드를 끌어오는 과정에서의 엮인 선후배들과도 인간관계가 끊어졌다.
만일 퇴직 후에 그 선배의 가치관이 성공과 성취의 삶에서 변화했다면, 그동안 임원을 하며 모은 재산으로 직장 선후배들에게 베풀고 존경받고 즐거운 노후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선배의 성공과 성취의 가치관은 무리한 사업을 벌이게 만들었고, 그 실패로 인해서 모든 관계가 끊어져서 지금은 아무도 그 선배의 연락처를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