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노년이 되려면 중년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지혜로운 노년이 되려면 중년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슬픈 일이지만, 인간은 모두 노화를 경험하며 노인이 되기 마련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성격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지혜롭게 성숙해 가며 자신의 삶과 경험을 후대와 공유하지만, 많은 경우 변덕스러운 성격으로 변화하는 경우도 많다.
지혜롭게 노년기를 보내는 대표적인 예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있다. 김교수님은 1920년 출생해서 100세를 넘으셨는데 '행복으로 가는 길'을 강의하시며 방송, 강의, 저술을 통해 왕성하게 활동하신다. KBS 인간극장에서 방영된 '백 년을 살아보니'에서 교수님의 지혜롭고 덕을 베푸는 삶에 정말 감동받았다. 나도 저렇게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김교수님 같이 지혜로운 노년을 맞고 계시는 분을 찾기 쉽지 않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님의 치매나 변덕스러운 성격으로 인해 자녀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모가 자녀들을 따로따로 만나서 다른 자녀를 흉보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까이 모시는 자녀를 다른 자녀를 만나서 비난하는 일도 많고, 특히 부모님을 사이에 두고 자녀 간 시비가 걸리고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A 자녀에게 B 자녀를 비난하고, B 자녀에게 A 자녀를 비난하면서 서로 오해를 하게 되고 오해 골이 깊어지면 가족 간에 큰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노모가 돌아가시면 자녀들이 서로 연락을 끊는 예도 있다.
노모가 A 자녀와 B 자녀를 일부러 이간질한 것은 아니다. 감정이나 행동이 일관되지 않고 자주 변하는 노년기의 변덕스러운 성격이 문제다. 그래서 자녀에게 따로따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이 싸움의 원인이 된다. 노년기에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도시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80대 후반, 90대가 되면 무릎이 망가져서 걷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 집 안에서 거주하게 된다. 집 안에서 거주하면 사람들로부터 고립이 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자녀들도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사회 관계망이 붕괴가 되기 때문에 대부분 혼자 지내면서 자신의 생각의 늪에 갇히게 된다. 하루종일 혼자서 이것저것 생각하며, 섭섭하기도 하고 피해의식도 갖게 된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심리적인 것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특유의 정신병리 현상인 홧병이다. 홧병은 주로 여성 노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과거 50년 전 우리나라 사회에서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절대복종해야 했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폭군처럼 군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그 시대의 남편은 그렇게 따뜻하고 가정적이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바람을 피우는 경우도 많았고, 또 술을 폭음하고 가정도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시어머니에 받은 스트레스, 남편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홧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홧병(화병, Hwabyeong)은 주로 한국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증후군으로, 억눌린 분노와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말한다. 홧병은 주로 중년 이상의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심리적 갈등과 억울함, 분노가 장기간 쌓여 신체적, 정신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즉 노화로 인해 이성을 통제하는 뇌의 기능이 약화하면서 노년기에 (평생 쌓인 화, 스트레스)가 폭발한다. 평생 쌓였던 억압된 감정이 성장과정에서 해소하지 못하면, 노년기에 통제하지 못하는 변덕으로 나타나서 자녀들을 괴롭힌다고 볼 수 있다.
노년기에는 인격 변화가 쉽지 않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고, 신체적인 노화로 인지기능이 저하되며, 사회적인 고립으로 사고가 고착화되기 쉽다. 그래서 인간중심 심리치료를 개발한 미국 심리학자 칼로저스는 50세가 되면 상담이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평생 쌓인 (억압된 감정, 분노, 스트레스)는 중년기에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중년기에 평생 쌓인 (억압된 감정, 분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억압된 감정, 분노, 스트레스)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나의 무의식 속에 쌓여서 숨어 있다.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억압된 감정, 분노, 스트레스)는 해소되지 않고, 그냥 숨어 있는 것뿐이다. 무의식 속에 있는 억압된 감정을 의식화하여 드러내야 한다.
명상, 마음 챙김, 예술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쉽고 효과가 좋은 방법은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수다가 많은 여성 경우 쌓인 감정이 별로 없다. 그것은 억압된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면서 그 감정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냈을 때 상실을 전공으로 하는 교수님이 조언해 주었다. '아내를 하늘나라에 보냈을 때 받는 상실의 경험은 인간의 받을 수 있는 가장 힘든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내에 대한 기억을 다른 사람에게 많이 이야기하라는 것이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그리움을 자꾸 이야기하면 무의식 속에서 있는 아내에 대한 감정들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상담을 전공으로 하고 있지만 극심한 우울과 공황을 겪으며, 스스로 자가 치유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을 만나서 아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또 정기적인 상담도 받았다. 친구들에게 '왜 그렇게 아내를 마음속에서 보내지 못하느냐'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지만, 아내에 대한 감정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이야기했을 때 우울과 공황에서 서서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