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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의 허세와 자만이 노년기를 파멸로 이끈다

자기 분수를 알고 겸손하게 현실을 지키는 것이 중년기 지혜

by 심상 중년심리

중년기에 허세를 부리다 모든 재산을 잃고 사회에서 고립되어 황폐한 삶을 사는 선배와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친구 A는 직장에서 나름 잘 나갔다. 업적도 좋았고 승진도 빨랐다. 그래서 은퇴하고 자신만만하게 공단 앞에 큰 음식점을 차렸다. 문제는 직장에서 잘하는 것과 장사를 잘하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 직장은 인간관계가 매우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줄 잘 타고, 윗사람 비위 맞추고, 그러면서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면 된다. 하지만 장사는 다르다. 손님이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입지가 어떤지 따져야 하고, 맛도 있어야 하고, 서비스도 좋아야 한다. 사업가의 감각이 필요하다.

A는 직장에서처럼 성실하게,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음식 맛은 별로였고 손님들이 원하는 걸 몰랐다. 결국 큰 빚만 지고 문 닫았다.


그런데 이 친구,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몇몇 친구들이랑 또 부동산 분양 사업을 시작했다. 총무부에서 일했으니까 부동산 좀 안다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사회에서 부동산은 또 다른 세계였다. 분양용 부동산은 입지가 생명이고, 상권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외곽이지만 값싸게 팔면 사람들이 올 거야'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세 명이서 시작한 부동산 사업도 망했다. 분양 부지에 컨테이너 사무실 차려놓고 세 명은 매일 저녁 술만 마셨다. 한두 달이 아니라 2년을 그렇게 보냈다. 결국 한 명은 간경화로 쓰러졌고, 다른 한 명은 생활비 문제로 가정이 깨지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든 게 자만심과 허영 때문이었다.


인생 전반기와 후반기는 다르다

젊을 때는 실패해도 괜찮다. 리그전처럼 다시 기회가 온다. 시간도 있고 체력도 있으니까 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중년 후반, 노년기는 다르다. 시간도 없고 젊음도 없다. 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패자부활전 같은 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인생 후반기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걸 지키고 현명하게 쓰는 게 맞다. 행복의 기준도 바꿔야 한다. 성공이나 성취가 아닌 다른 가치를 찾아야 한다.


최근에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만난 친구 B는 30분 동안 주식 이야기만 했다. 주가 지수 투자는 이제 의미 없고, 미국 주가도 많이 올랐으니 미국 부동산 펀드를 사라고 했다. 30분을 듣다 보니 짜증이 났다.

주식은 정보가 전부다. 젊을 때는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인들에게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 들면 그런 정보는 오지 않는다. 유튜브나 신문에 나오는, 이미 다 아는 정보만 가능하다. 정말 주식을 잘 안다면 젊을 때 이미 돈을 벌었을 거다. 지금은 주식시장을 '공부'하는 거지, 주식으로 돈을 '버는' 건 다른 차원이다. 30분 동안 그 얘기 들으면서 '저 허세가 저 친구 망치겠구나' 싶었다. 주식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같이 온다. 10% 수익을 원하면 10% 손실도 각오해야 한다.


사진 동호회 모임에 가면 사진을 엄청 잘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전문 사진작가들을 비평하고 욕하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그런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중년기에 취미로 사진을 배웠을 뿐이고, 사진에 목숨을 거는 것도 아니다. 반면 전문 사진작가는 20대부터 지금까지 사진에 목을 매달고 생계를 위해 아등바등하며 사진의 세계 속에 몰두해 있다.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문 사진작가는 그 어려운 전문가의 세계 속에서 겨우 생존해 낸 예술가들이다. 그들을 쉽게 비평하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근본 원인은 나의 자만심이 문제다. 내가 사진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생계를 위해 사진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에 비해 내가 사진을 더 잘 알 수 있겠는가?


이런 식으로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은 사진뿐만 아니라 모든 세상 일을 다 잘 알고 있다고 떠벌린다. 이런 떠벌리는 허세가 잘못하면 중년기 인생을 망칠 수 있다.


중년 허세는 왜 생기는가?

중년기에 접어들면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대해 전문가인 척을 한다. 이런 행동은 단순히 성격 문제가 아니라, 우리 중년 특유의 심리적 상황에서 비롯된다.


1. 과거 영광에 갇히다

젊은 시절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경험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성공 방식이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통할 거라고 믿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승승장구했던 사람이 퇴직 후 음식점을 차리거나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직장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 하지만 음식점 운영은 맛과 서비스가 핵심이고, 부동산은 시장 흐름과 입지 분석이 중요하다. 각 분야마다 완전히 다른 전문성이 필요한데, 과거의 성공 공식만 믿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2. 자존심을 지키려는 몸부림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변화들이 찾아온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회사에서의 영향력도 점차 줄어든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자신의 자리가 좁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허세라는 방패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나는 주식 투자를 잘 안다", "사진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가다"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실제 실력보다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 아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는 것이다.


3. 조금 배운 것을 다 안다는 식으로 착각한다

중년기에 새로운 취미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것을 배우는 태도다. 몇 달, 몇 년 배운 것을 마치 수십 년 경력자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취미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지 1~2년 됐다고 해서, 20년 경력의 프로 사진가를 함부로 평가하거나 비판한다. 주식 공부를 조금 했다고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무시하기도 한다. 자신이 배운 이론적 지식과, 현장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전문가의 노하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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