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윤희 Dec 11. 2023

인생의 루저는 죽기 전에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2019. 03. 19.

오늘은 학교 행사로 아침에 여덟 시까지 오라 해서 열심히 달려갔더랬다. 7시 50분 도착해서 캠페인 하고 하루가 길고도 바빴다. 오늘 찬이 미술학원 가는 날이라 늦게 마치다 보니 오늘 10시간을 학교에 있었다.


나는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기본만 잘 따라가 주길 바랐고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 푸는 법에 접근을 못해 학습지를 시켰는데 수업 자체를 너무 싫어해 아들과 싸우고 싶지 않아 근 십 개월 만에 그만두기로 했다.  이리저리 수학을 그만두고 싶다니 방문 선생님께서


어머니가 지신 거예요~라고 하신다.


나는 이 좁은 거제도 땅에서 아등바등 살 생각이 없다. 이런 것으로 아이와 신경전을 하고 아이가 싫다는 것을 억지로 시키고 그걸로 내가 이겼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다. 그냥 착하고 성실하고 조금 더 인간적이며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 능력을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참여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투자할 수 있는 그런 아이면 좋겠다.


수학학습지 하나 끊었다고 이 아이의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계속 지켜볼 거기 때문에. 아이랑 다투고 싶지 않아 그 일을 학습지선생님께 떠넘기려 했던 내 착오였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이기적인 이 녀석은 엄마의 걱정 때문에 순순히 싫어하는 일을 해 줄 위인은 아니라는 걸 나는 내 자식을 잘 알기 때문에.


멀리 보고 나는 내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걸 선택했다. 학교공부만 잘 따라가자. 우물 안 개구리라 하더라도 그냥 우물 안에서 살란다. 우물을 나가고 싶다면 그건 이 아이가 더 자라서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다. 부모이기 때문에 나는 내 아이만의 가능성을 믿는다. 핸드폰과 게임의 철벽수비 만으로 요즘 피곤하다.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은 엄마의 얄팍한 수가 언제까지 통할지도 모를 노릇이고 민찬이가 필요하다는 풍물과 정구에 미련이 남아 계속 시키고 싶은 엄마의 욕심을 이 녀석을 받아 줄 만큼 시킨다고 하는 시기는 지난 듯하다.


지가 좋아 시작한 일도 하기 싫은 때가 오는데 하물며 엄마가 하라는 일이 뭐가 그리 좋겠는가.


것도 수학 공부를.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다시 민찬이를 키우더라도 지금처럼 키울 것이다. 다른 아이들만큼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마음이 쓰이고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억지로 학원을 보내고 억지로 공부를 시켜서 아이를 지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스스로 깨우침이 늦어서 남들보다 한 발짝 늦더라도 그러면 한 해 더 공부하면 된다. 인생의 긴 시간 일 년 늦어진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그 순간 자신의 삶의 소중한 것을 깨우쳤다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 주말 친정 언니가 집에 와서 이 현실에 너무 만족하지 말라고 하더라. 언니 말도 맞고 내가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고 산다는 것도 안다. 우리 아들이 머리가 조금 비상해서 조금만 더 푸시하면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내 아들은 지금도 잘하고 있다. 학교에서 수업에 집중하고 선생님의 설명을 잘 듣고 온다. 시험 기간이 되면 열심히 요약정리해서 다 외울 때까지 진지하게 몰입한다. 더 앞서나간 것들을 배우지는 않지만 나는 지금 아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정확하게 배우고 익히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등학교 가서 배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아져서 하루하루 바쁘더라도 그 속에서 배우고 자라날 내 아들을 믿기 때문이다. 바르고 성실하게 자라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내 아이가 인생의 승자라고 생각한다. 


그 뒤에서 항상 바라봐주고 따뜻한 무릎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그게 엄마고 내가 할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의 입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