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비행일기_홍콩 턴어라운드 비행
오늘은 쉬는 날이다. 어제 홍콩 턴어라운드 비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모든 크루들이 기피하는 비행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단연코 1위, 홍콩 턴어라운드이다.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비행시간이지만 갔다 오면 하루가 금방 간다. 하루를 비행하는데 왔다 갔다 하느라 다 써버린다. 아침 10시에 나갔는데 집에 오니 밤 11시였다. 그만큼 많이 피곤하면서도 특히나 홍콩 비행에 VIP들이 많아서 신경 쓸 것도 많아서 다들 힘들어한다. 사실 나도 홍콩 턴 비행이 힘들어서 안 가겠다고 병가 뻥으로 낸 적 2번 있음..ㅎㅎㅎ 근데 2번 빼면 뭐 합니까 잊을만하면 또 주고 또 주고... 그런 비행이다.
하지만 이 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어제 같은 홍콩턴이라면 정말 평생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평생은 오버이고, 그냥 할 만하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어제 만난 크루들과 한 팀이 되어서 1년 내내 비행을 한다? 아 그렇다면 저는 여기에 평생 일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어제 비행하는 모든 크루들이 좋은 사람들이었고 정말 편하게 일을 해서 행복했었다. 특히 어제 함께 이코노미에서 일 한 한국인 후배는 이전에 나와 함께 인천비행을 갔던 후배였다. 함께 다시 만나서 반갑기도 하고, 재밌었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선배라고 후배분들께 시니어리티 부리지도 않고 친한 언니처럼 편하게 대해달라고 말하는 스타일이라 다들 감사하게도 나를 편하게 대해줘서 함께 재밌게 일했었다. 그 당시에는 막내라서 프로베이션, 즉 수습기간이었는데 어느새 수습기간도 다 지나고 비행한 지 7개월이 되었다는 후배를 보면서 와, 시간이 참 덧없이 빨리도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역시 비행이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크루, 즉 함께 일하는 동료가 누구냐에 따라서 정말 달라지는 것을 나는 느낀다.
이코노미에는 부사무장님과 함께 일을 하는데, 브리핑룸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인싸의 바이브와 쿨함. 크으~ 저 사람이랑 함께 일하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나에게 있어서 승객들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너희들의 행복이 제일 중요하다, 서로 싸우지 말고 가족처럼 일하고, 서로 존중해 주자. 왕따 시키는 거 절대 없다 이렇게 말씀 주시면서 정말 뭐만 하면 잘한다, 고맙다며 칭찬 일색에다가 본인은 한국음식 되게 좋아한다면서 계속 말도 걸어주시고 좋은 사람임을 여실하게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좋은 사람이면 느껴지는 것이, 복도를 지나가다가 다른 크루들이랑 만나면 모든 크루들이 그 부사무장에게 반갑게 헤이, 브로 하면서 인사하고 헤이! 하면서 반갑게 손 인사를 하면서 웃으면서 맞아주었다. 좋은 사람에게는 언제나 좋은 기운이 가득하고, 다른 크루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 준다.
리더가 좋은 사람이기에 나머지 사람들도 굉장히 쿨하면서 좋았다. 열심히 도와주려고 노력도 해주고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말이다. 특히나 한 남자선배는 한국사람도 아닌데 한국말을 다 알아듣고 한국말을 정말 유창하게 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카이스트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고 하는데 와... 카이스트? 그만큼 현지에서도 공부를 꽤나 잘했다고 했다. 참 이럴 때는 한국의 힘이 요즘 케이팝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대단하구나 하는 일명 국뽕이 차오르면서도 한국말로 욕하는 것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TMI. 특히나 성격 좋으신 부사무장님이 오 마이걸의 미미를 닮아서... 꽤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 참고로 남자다. 근데 함께 비행한 후배가 선배님... 저기 저희 부사무장님 오 마이걸의 미미 닮지 않았습니까?라고 해서 바로 에이 아니에요 설마! 했는데 쳐다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와서 맞네.. 진짜 닮았네라고 말하면서 서로 빵빵 터지면서 웃음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사실 사람 얼굴 가지고 그렇게 웃으면 안 되는데 정말 표정이랑 이목구비가 많이 닮아서 서로 놀라면서 웃었다. 성격도 좋으신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번 넌지시 말해볼까 했지만 또 남자분이신데 여자 연예인 닮았다고 하면 기분이 상해하실까 봐 우리 둘끼리만 아는 비밀로 했다. 아무튼 그렇게 서로 깔깔거리면서 웃으면서 서로 비행이야기랑 사는 얘기를 이모저모 했었다.)
아무튼, 이렇게 좋은 크루들과 함께하는 비행은 또 기록에 남겨두고 싶어서 글을 쓴다. 역시 나에게 있어서 돈이며 환경이며 모든 것이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중요한 건 당연히 크루, 함께 일하는 내 동료인 것 같다. 내 동료가 좋으면 그 비행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잘 버텨낼 수 있다.
이렇게 모든 크루가 좋은 기피하는 비행? 나에게는 돈 워리. 아이 캔 테이크 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