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비행일기
비행하면서 느끼지만 한국사람들은 정말 동안인 것 같다. 한국인 크루들에 대해 외국인 크루들이 기본적으로 갖는 생각들이 있는데 항상 말하는 건 피부가 매우 매우 좋다는 것, 동안이라는 것,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감사하게도 위의 말들은 항상 듣는 편인데, 특히나 첫 번째와 두 번째 말을 많이 듣는다. 살면서 피부과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집안의 유전인지라 피부가 좋고 타인들에 비해서 하얀 편이다. 그래서 항상 크루들이 올리브영에서 무얼 사야 하나, 너 피부과 어디 다니냐, 피부과 추천해 달라고 하면 화장품이야 내가 사용하는 것을 쉽게 추천해 줘서 포스트잇에 적어서 건네주지만 피부과는 참 난감하다. 나는 피부과에 평생 다녀본 적이 없어... 시술도 안 해봤어... 네가 나보다 더 잘 알 거야라고 말하면 가끔 귀찮아서 대충 넘어가는 줄 아는 크루들도 있는데 진짜라고 말하면 정말이냐면서 유전이라 부럽다고 말해준다.
나는 동안이라는 말도 참 많이 듣는데, 다행히 이 부분은 할머니의 유전 영향이 큰 것 같다. 할머니는 본인 또래에 비해서 피부가 탱탱하시고 동안이셔서 그 나이대로 사람들이 절대 보지 않았다. 할머니의 유전도 있지만, 아무래도 내가 동글동글한 얼굴형을 가지고, 이목구비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더욱 동안으로 사람들이 바라봐주는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나이에 대한 관심은 참 크다. 가끔가다가 크루들이 크루패스를 흘겨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백퍼 그럴 때는 얘가 몇 년생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나도 그런 적도 종종 있었고. 하지만 나는 굳이 나이에 대해서 먼저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아, 다만 나이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 아이스브레이킹 목적으로 많이 말하는 것 같다. 그러면 쉽게 쉽게 친해지는 경우가 더러 많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 상사의 경우 ' 이 직업이 너의 첫 번째 직업이냐'라고 물어보신다. 그러면 나는 '세 번째 직업이다.'라고 말하면 바로 너 몇 살이야?라고 백이면 팔십은 그렇게 말하신다. 그러면 나는 이미 충분히 늙었다면서, 몇 살로 보이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다들 감사하게도 24살, 25살 혹은 27살로 말하신다. 그러면 나는 와우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만 나이로는 29살이고 한국 나이로는 30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들 놀라서 말하신다. 되게 어려 보이는데? 너 되게 동안이다 라면서 말씀 주신다. 다른 크루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크루는 나를 자기보다도 어리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부탁하고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추후에 나이에 대해서 말이 나와서 내가 본인보다 한참 언니인 걸 알고서는 좀 멀리하는 (?) 웃픈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크루들이 나를 굉장히 어리게 본다. 정말 적게 보면 23살 24살이라고 본다. 하하.. 얘들아. 언니, 누나 늙었어...
아무튼 일을 하면서 이렇게 나이로 인한 에피소드는 거의 매 비행마다 이슈가 되는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선배님이신 경우도 많았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제 막 비행을 시작한 사람들도 많았다. 근데 뭐, 나이가 뭐가 중요하랴. 우리는 다 함께 일하러 온 사람들이고 나는 나이에 대해서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않는다. 나보다 일찍 들어왔다면 많이 배우신 거니 선배님으로 잘 모시고, 나이가 많더라도 늦게 들어왔다면 나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있을 터이니 내가 해줄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잘 대해주는 것일 뿐. 그것이 내가 다른 크루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동안이라서 좋은 점? 그냥 일상생활이 좋다는 거. 동안이라서 단점? 나를 가끔 너무 어리게 봐서 무례하게 구는 애들도 있다는 거. 그 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