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비행일기
최근에 다녀온 인천비행은 모든 크루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다들 너무 착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강해서 아주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비행들보다도 인천 비행이 여전히 마음은 편하다. 그리고 이 비행에서는 나랑 함께 비행을 했었던 크루가 무려 3명이나 있어서, 정말 반가웠고 이래서 사람이 나쁜 짓을 짓고는 못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은 최근 부산 비행을 다녀왔던 친구였고, 한 명은 인도 하이데라바드 비행에서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나가주었던 친구였으며 나머지 한 명은 737 (작은 비행기) 턴어라운드를 함께 했었던 남자 승무원이었다. 다들 내 얼굴을 보자마자 굿 투 씨유 어게인 ~ 하면서 웃으면서 인사를 나눴다. 모난 사람들 없이 다들 나를 좋아해 주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해당 크루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은 나를 '우리 같이 비행했었잖아.'라면서 기억해 주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그 이유는 바로 내 눈 밑에 매력점이 있어서이다. 이번에 함께 한 한국인 선배의 경우에도 예전에 나를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눈밑에 있는 점을 보니까 기억이 난다고 말해주셔서 놀랐었다.
내 매력점으로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내 매력점은 어릴 때부터 있었다. 근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진해졌다. 한 번은 고등학교 입학 때 있었던 일인데, 당시에 굉장히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나의 첫인상에 대해서 말해줬던 일이 기억난다. 당시에 입학했을 때, 외고라서 딱히 규정이 없었기에 까만색 목도리에 까만색 하트 귀걸이에 안경을 꼈는데 눈 밑에 점까지 있으니 당시에 이 친구가 나를 보고 어디서 놀다 온 앤가.. 싶었다고 했다. 얼굴도 하얗고 머리는 까만 데다가 매력점까지 있고 하니 당시에 굉장히 차가 워 보이고 또 먼저 인사를 걸었는데 내가 웃지도 않고 아, 안녕하고서는 휙 하고 가버렸던데. 그래서 더 무서웠었다고. 하지만 알고 보니 세상에 이런 허당이며 순둥이가 없다고 웃으면서 말해주던 그 순간을 여전히 잊지는 못한다. 아, 내가 그랬구나?! 내 인상이 차가워 보이는구나.
가끔 크루들 중에서도 나를 처음에 보고 좀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고 보면 세상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을 해주는 경우가 꽤나 있다. 나를 기억하는 이유도 이 매력점 때문이고, 또 이 매력점 때문에 나를 일본인 크루라고 많이들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얼굴이 하얘서 그런 경우도 많고 말이다.
예전에 세이프티 트레이닝 때도 누가 봐도 내 성은 정말 흔한 '김 씨'인데, 한 인스트럭터가 나를 '히히상~'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나는 당시에 정신이 없어서 못 들었는데, 같은 한국인 배치 언니가 그 말을 듣고서는 그 인스트럭터한테 '쉬 이즈 코리안.. (쟤 한국사람이에요)라고 말하니까 인스가 놀라서 오오오, 쏘리!! I thought she is Japanese. (오오오, 미안! 나 쟤 일본사람인 줄 알았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 비행에서는 싱가포리안 승객께서 나한테 서비스가 끝나고 나서는 갑자기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하길래 나도 모르게 놀라서 에?라고 말했는데, 그분께서도 당황했는지 내 이름표를 보시더니 세상 그렇게 놀란 말투와 표정으로 'oh my god! Ms. Kim! I thought you are Japanese. So sorry. (엄마야, 김 씨! 나 당신이 일본사람인 줄 알았어요. 정말 미안해요)라고 말해주셨다. 해서 나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저 그런 말 많이 듣는다고 말하면서 함께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하고 자리를 떴었던 웃픈 사연이 있다. 내 피부가 좀 하얗고 점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 말을 손님들은 물론이고 다른 크루들한테도 많이 듣는다. 가끔 나한테 일본말도 하는 크루들이 있는데 그럴 때, 한국말로 네!라고 하거나 아니요~라고 말하면 다들 오오 쏘리라는 경우도 있다. :) 난감쓰...
아무튼 내 눈밑점으로 인해서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나를 일본사람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고.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하면서 이런 경우가 참 많아서 재밌기도 하다. 특히나 외국항공사승무원이라, 한국인들만 일하는 로컬 회사가 아니니 이런 재밌는 일이 일어나는 거라 생각한다. 이 회사에 입사하고 나선 '아, 내가 전형적인 한국사람처럼은 안 보이나 보군?'이라면서 놀라는 경우도 많다. 아무튼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랑 일하게 되니 별의별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아, 눈 밑 매력점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냐고? 있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를 다들 잘 기억해 준다는 거. 그래서 마냥 못 되게 굴고 싶다가도 못 되게 못 군다. 나를 쉽게 기억하니깐 말이다. 이거... 좋은 거야 나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