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일상일기
어제 바르셀로나로부터 본국에 도착 후, 시차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드디어 시차를 되돌렸다 :) 그리고 방금, 아주 소중한 저녁을 보내고 집에 들어와 이렇게 글을 작성한다. 내가 보낸 소중한 저녁시간은 바로 여름휴가를 온 사촌남동생과 남동생 친구분과 함께 한 식사시간이다.
바르셀로나로 떠나기 전에, 오랜만에 사촌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내가 있는 이곳에 여름휴가로 놀러 온다고 말이다. 날짜를 보니 딱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본국에 도착해서 쉬는 날이었다. 너무나 좋은 타이밍에 바로 날짜를 잡고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었다. 사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8월 첫째 주의 스케줄을 변경 후, 한국에 가서 휴가 전, 아주 짧게나마라도 힐링을 좀 하려고 했었다. 근데 이상하게 스케줄이 꼬이고 꼬이고 잘 바꿔지지가 않았다. 결국 스케줄 변경을 포기하고 그냥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촌동생이 마침 온다니! 지금 돌이켜보니 아마 사촌동생을 만나라는 하늘의 계시(?)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계속 노력해도 이상하게 스케줄 변경이 너무 어렵더라. 마음을 긍정적으로 돌리고 이참에 누나 노릇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오늘이 되었다. 뭐 먹고 싶냐는 말에 딱히 대답이 없길래 이곳에서 유명한 점보 시푸드의 칠리크랩을 사주기로 했다. 식사 중에 알게 되었지만, 어제가 바로 내 사촌동생의 생일이었다는 것! 마침 이 저녁식사는 생일빵이라고 웃으며 말하며 생일 선물을 식사대접으로 준비한 셈이 되었다. 회사 트레이닝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한국인 동기들과 함께 이스트코스트 지점으로 왔었는데, 바다 뷰가 너무나도 멋져서 꼭 이곳으로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다행히 동생과 함께 온 동생의 회사 동기분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선선한 바람, 고개를 잠깐 돌리면 보이는 파랗게 펼쳐진 바다뷰,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다른 사람들까지... 오랜만에 동생 덕에 느끼는 행복이었다.
오랜만에 만나 이모와 이모부, 사촌여동생도 다들 잘 지내는지, 특별한 집안 사항은 없는지, 회사 일은 어떤지 등등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섭섭하지 않게 동생의 회사 동기분도 챙겨드렸다. 서로가 친한 동기로서, 함께 교육도 받고, 같은 계열사 부서에서 일하면서 힘들 때마다 의지도 하고 좋다 했다. 나도 비행 때, 같은 동기와 함께하는 비행이라면 더 마음이 편하고, 그 비행을 좀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동감했다. 힘들고 괴로운 시절을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보낸 동기의 존재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의미가 크고 의지가 되는 것 같다. 그나마 어려운 이 회사 생활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의지되고,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믿음직한 존재가 바로 동기인 것 같다. 칠리크랩을 먹으면서 4박 5일의 시간 동안 도대체 어떤 것들을 즐겼고,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니 송파 바쿠테가 지금까지는 1위였다면서. 또 인도 음식도 먹었고, 사실 칠리크랩을 먹긴 했는데 사테거리에서 파는 칠리크랩을 호갱 당해서 먹었다고 했다. 이를 듣고 아이고... 거기서 파는 칠리크랩을 먹으면 어떡하냐고 안타까워하면서 찐으로 먹으면서 한번 비교해 보라고 말했다. 칠리크랩이 나오고 한 입 먹자마자 둘 다 역시 진짜는 다르다면서 맛있다고 말하면서 야무지게 잘 먹었다. 열심히 집게 살과 살을 발라주면서 많이 먹으라고 챙겨줬는데, 잘 먹는 둘의 모습을 보니 뭔가 뿌듯하면서도 나도 덕분에 오랜만에 맛있고 비싼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어디 항공사 이용해서 왔냐고 물어보니 대한항공을 이용했다고 했다. 왜 우리 회사는 이용안 했냐고 웃으면서 물어보니 그러게 말이야.... 하면서 머쓱해하는 모습이 웃겼다. 이번에 대한항공 이용해 봤으니까 다음에는 우리 회사도 이용해 보고 아 외국항공사는 이렇구나 하면서 비교해 보라고 말했다. 이번에 대한항공을 이용하면서 계속 음식을 주길래 사육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하는데 뭔가 웃겼다.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내에 조명이 켜지더니 피자 냄새가 나길래 보니 피자바를 간식으로 주는데 옆에 자고 있는 사람한테는 승무원이 알아서 테이블을 펴서 올려놓고 가는 걸 보고 뭔가 웃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참 승무원들 고생이라면서, 누나도 참 고생이야 라고 말했다. 그냥 처음부터 모든 승객들을 상대해야 하고, 카트 끌고 식사하고, 또 뭐 해달라고 하면 달려가서 해결해 주고... 본인은 이렇게 앉아서 가는 것도 힘든데 비행기에서 일을 하니 피곤할 텐데 참 고생 많다면서 말해주었다.ㅎㅎㅎ 착한 내 동생... 그렇긴 하지만 나는 오히려 승객들이 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근데 실제로 나는 장비행일수록 승객들이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 긴 비행시간 동안 계속 앉아있어야 하니깐 말이다. 우리는 계속 움직이면서 일을 해서 덜 피곤하지만, 계속 앉아만 있으면 정말 허리, 엉덩이, 목, 온몸이 다 쑤신다. 비행기에서 일을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다. ㅎㅎㅎ
그러면서도 동생은 내게 난 참 누나가 대단해라고 말했다. 승무원에 도전한 것도 대단하고 이걸 이뤄낸 것도 대단하고. 더군다나 해외에 합격했으니 더 대단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해외에서 얼굴을 보고 있다는 거 자체도 참 신기하면서도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네 :) 해외여행 중에 이렇게 온다고 연락해 주었으니 말이야.
사실 승무원 준비를 내 가족들에게만 알리고 한 거니, 나머지 사촌들이며 가족들은 아무도 몰랐다. 내가 합격하고 나서 회사로부터 정확하게 조이닝 날짜가 나오고, 떠나기 일주일 전에 급하게 엄마, 아빠와 함께 그제야 사촌들에게 외국항공사승무원이 되어 집을 떠난다고 카톡과 전화로 인사를 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싶다. 당시에는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했지만, 당시 생각이나 지금 생각이나 역시 확실하게 하고 전달하는 건 맞다는 판단이 든다. 나도 참 신기해, 나도 내가 이 회사에 올 줄은 몰랐어라고 웃으며 말하며 우리 둘 다 대기업 대감집 노비들이네라고 하니 웃었다. (사촌동생은 현대 계열사에서 일한다)
사촌동생과 동생 친구 덕에 나도 배부르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 그래도 누나로서 챙겨줘서 좋았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사진을 찍고 각자 길을 떠났다. 이모와 이모부께도 안부 전해주고, 내일 돌아가기 전에 연락하라고 말했다. 집에 도착해서 카톡을 보니, 둘은 내일 떠나는 날 섭섭하게 보내지 않으려고 호텔 근처에서 2차를 보내고 있다면서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주었다. 사테거리에서 호갱 당해 먹은 칠리크랩과는 차원이 다른 진또배기 칠리크랩을 먹어 행복했다며 고맙다고 말해주는 동생에게 내가 더 고마웠다. 어릴 적에 항상 헤~하면서 웃는 아기 같은 모습만 보이던 녀석이었는데 어느덧 함께 사회생활을 하는 도비들이 되어 하루하루를 잘 버티고 있었다. 참 세월과 시간이란.. 지나고 보면 참 덧없게 빨리 흘러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승무원이 되어 내 사촌을 이렇게 해외에서 만나 밥을 사주게 될 줄이야. 이전에는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인데 참 사람 일이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이렇게 멋지게 성장한, 그리고 꿈을 이뤄 가족들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해 준 나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