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만난다.
강의실에는 낯선 이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가 묘하게 잘 어우러져 기분 좋은 기류를 만들어낸다. 마주치는 눈동자들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자기를 소개해 본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서툰 문장이지만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쓴다. 우리는 고향도,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열 번의 글쓰기 수업을 함께 하는 동안은 그저 같은 반 친구다.
수업시간에는 일주일 동안 조몰락거리느라 맨들맨들해진 서로의 글을 공유한다.
훌륭한 작가의 유려한 글을 분석하는 것도 좋지만 서툰 우리의 글을 읽는 시간이 나는 제일 좋다. 처음에는 가슴에 새겨진 추억을 서로 나누었고, 그다음에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크고 작은 꿈을, 그리고 기억 저편에 뽀얗게 먼지 쌓인 어린 시절도 꺼내보았다.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인생을 보여주고 생각을 나누었다. 그래서일까. 고작 몇 번 만났을 뿐인 새 친구에게서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수업 중에는 차를 두 번 마신다.
같은 반 친구가 고운 마음으로 준비해주는 따뜻한 녹차 한 잔, 그리고 모두가 늦은 밤까지 고민해서 준비해온 글 한 잔. 두 번째 차에는 저마다의 삶이 진하게 우러나와 모두 다른 향이다. 달고나처럼 설탕 녹는 향이 나 피식 웃음이 나는 차도, 첫 줄부터 눈시울이 붉어지는 부모님 냄새나는 가슴 아린 차도, 세상 귀한 것을 다 주어도 바꾸지 않을 내 아이의 살 내음 나는 차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매주 두 시간을 만났다.
서로의 삶이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각자 가슴에 품은 이야기를 나누며 향긋한 차를 함께 마셨다. 그리고 오늘,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우리는 헤어진다. 딱 떨어지지 않고 나머지를 남겨버린 나눗셈처럼 아쉬움이 한가득 남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