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이상을 한 곳에 머물게 되면 여행보다는 거주가 되기 때문에 숙소가 매우 중요해진다. 짐도 풀어놓아야 하고, 음식도 해 먹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므로 구조와 비품 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 가족이 숙소를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건은 다섯 가지다.
첫째, 층간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것.
두 돌이 가까워지며 아이가 뛰어다니게 되어서 층간소음이 없는 1층 또는 단층의 숙소를 찾았다.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의 걸음을 늘 조심시켰는데, 제주도에 사는 동안에는 그런 것 신경 쓰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둘째, 청결과 위생에 문제가 없고 취사가 가능할 것.
아이와 여행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마음에 드는 숙소가 있으면 네이버, 카카오, 숙소예약사이트 등을 활용해서 리뷰를 확인했다. 다른 조건이 다 좋아도 이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제외했다. 또 매일 매끼를 식당에서 먹을 수는 없으니 취사가 가능한 곳을 찾았다. 식기와 냄비는 가져가면 되니까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밥솥, 화구, 싱크대 정도만 있으면 충분했다.
셋째, 합리적인 가격일 것.
인터넷에 광고되는 예쁜 제주도 숙소는 비싸다. 눈에 들어오는 숙소는 적어도 1박에 8만원 이상 할 것이다. 옵션과 인테리어가 좋다면 백프로 15만원 이상이다. 일반 펜션과 비교하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런 숙소는 한달살기 비용이 250만원 이상 나온다. 게다가 장기투숙 숙소는 수도, 가스비를 따로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더 늘어난다. 우리는 1박 기준비용을 5만원 이하로 잡았다. 싸고 좋은 건 없다고 하지만, 수천 개의 숙소가 있다는 제주도에서 도전이나 해보자고 설정한 금액이었다.
넷째, 마당이 있을 것.
에너지 넘치는 두 살 남자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논다. 아빠가 한창 몸으로 놀아줘야 하는 시기기 때문에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았다. 마당이 있는 집의 또 다른 장점은 차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숙소 입구가 자동차 도로와 맞닿은 곳이 생각보다 많은데 마당이 있으면 담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다섯째, 세탁이 가능할 것.
건조기까지 있으면 더 좋은데 그런 숙소는 너무 비싸서 세탁기만 있어도 리스트에 올렸다. 처음에는 객실 내 비치된 곳을 찾다가 공용세탁기까지 선택의 폭을 넓혔다. 아이가 있으면 빨래도 많고 자주 해야 해서 세탁시설은 매우 중요하다. 제주도에 코인빨래방이 많기는 한데, 비용도 비싸고 빨래를 하는 동안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낭비된다. 가능하면 세탁시설이 있는 숙소를 권하고 싶다.
실제로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어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있다.
한 가지는 병원과의 거리. 특히, 근처에 소아과가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제주도에 병원이 많이 없기도 하고 일찍 닫는 곳도 많다. 병원 근처에 살진 않더라도 가장 가까운 소아과가 어디인지, 진료를 잘 보는 곳인지는 꼭! 꼭! 알아보아야 한다.
또 하나는 보일러다. 제주도의 옛날집 숙소들은 기름보일러가 많다. 가스보일러라고 해도 도시가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싼 가격이다. 장기투숙을 한다면, 특히 보일러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시기에 머물게 된다면, 난방 관련 사항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생각지 못하게 공과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