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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쥐 Apr 29. 2024

[국밥로드] 원주 강릉집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중앙시장길 11

'노포'라는 단어의 설렘


'노포' 식도락에게 이 만큼 설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세월의 흔적이 퇴적되어 있는 식기,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 수만큼 맨질맨질한 테이블. 분위기라는 조미료가 섞어진 맛의 풍미는 프랜차이즈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함이다. 특히나 국밥이라는 메뉴에서는 더 그렇다.

원주시 중앙시장 지하상가에 있는 수많은 국밥집 중 하나. 유독 이 집만 사람이 북적거린다. 심지어 연고지와 다른 지역의 간판을 내걸었음에도.

늘 사람이 많다고 해서 11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갔다. 8자리 남짓한 좌석이 이미 만석이다.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회사원 기준의 점심시간이란 의미가 없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한 사람이 일하기에도 벅찰 공간에 세 명이 일을 하고 있다. 순대와 고기를 써는 할머니, 국을 담아내는 딸, 그리고 테이블을 담당하는 직원까지. 좁은 공간에서도 나름의 공간을 확보하여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내가 알기로 이런 시장통의 먹자골목은 대부분은 비슷한 곳에서 식재료를 납품받는다.

순대는 당연히 완성품을 받아쓸 것이고, 깍두기와 새우젓도 다르지 않을 거다. 슬쩍 옆집을 보니 비슷한 크기와 모양의 재료들이 눈에 띈다.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내 예상이 맞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강릉집만 사람이 많을까?

아마도 인기의 비결은 국물과 양념장인 것 같다.

돼지국밥과 비슷하게 심심한 국물. 하지만 뼈의 풍미가 충분히 우러나있다. 거기다 양념장을 섞어주는데 이게 일품이다. 얼큰하지만 너무 맵지 않고, 짭조름하지만 텁텁하지 않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먹게 되는 맛이다. 거기다 토렴이 잘되어 국물이 배어 있는 밥과 적절하게 돼지부속이 섞인 내용물은 씹는 즐거움을 준다.


국밥이 나온 뒤에 순대를 넣어준다. 당면순대가 불지 않아 더 좋다. 국물 맛이 섞이기 전에 먹으려고 급하게 점을 집어넣었다. 예상가능한 맛. 그래서 싫지 않은 맛.

순대를 좋아하냐며 몇 개 더 넣어주신다. 낮술을 하던 옆자리 아저씨들에게도 몇 개 더 얹어 주셨다. 오래도록 느껴보지 못한 정이다. 인심을 팔고 인심으로 사는 곳이 시장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금세 한 그릇을 비웠다.

양도 풍족했지만 따뜻한 정(情) 덕분에 더 배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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