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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든밍지 Feb 21. 2024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말고 신선 반 동결 반!

신선배아와 동결배아를 같이 이식하면?

  지난번 동결한 3일 배양 배아 1개, 상태가 썩.. 아니 많이 좋지 않은 상태라 이번 주기에도 난자 채취를 하기로 했다. 보통 2개 정도 난자가 채취되고, 배아가 되는 건 주로 1개뿐이다. 어쨌든 한 번의 주기를 쉬고, 또다시 시험관 레이스에 막이 올랐다.


  최근 들어 연락이 잦아진 후배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생리가 기다려진다(?)고 고백하니 본인은 생리통이 너무 심해 기다리기는커녕 진절머리가 난다고 했다. 나도 싫었다. 호르몬의 노예, 식욕은 폭발하는데 무작정 먹어버리면 유난히 소화가 안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나는 생리를 기다리고 있다. 생리를 시작해야 새로운 시험관 차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인생의 가장 큰 화두이자, 달성해야 할 목표이기 때문일까. 의사는 이번에도 저자극 요법으로 시행한다고 했고, 바뀐 것이 있다면 지난번 약의 부작용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다른 약을 처방한다고 했다.


  클로미펜을 복용하다 페마라라는 약으로 변경했다. 이번에 시야 흔들림은 없었다. 효과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얘기도 있고, 조금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번에는 2-3일 차에 맞춰 병원에 방문해서 그런지 다행히 유독 빨리 자라는 난자는 없었다. 역시나 보이는 건 2개, 난자 채취일이 결정되고, 이번에는 신선이식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4번의 난자채취 동안 단 한 번도 신선이식을 할 수 없었다. 처음엔 이식할 배아가 없어서, 두 번째는 간 수치가 너무 높아서, 세 번째는 자궁 내막이 두꺼워지지 않아서 등..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웬일인지 신선이식이 가능하다고 했다.


  동결이식이 더 임신 확률이 높다는 글을 보며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었는데, 신선이식을 막상 한다고 하니 그래도 한 주기에 다 할 수 있는 신선이식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간사하다. 내가 처한 상황에 맞게 생각하게 된다.


  신선이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도 잠시, 여러 가지 변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평소 워낙에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고, 준비성이 철저한 성격이다. 난자 2개가 초음파로 보인다고 했을 때, 모두 공난포이거나 아니면 채취되더라도 배아가 되지 않을 경우를 생각했다. 그럼 이번 차수는 실패로 돌아가고, 다음도 아닌 그다음 생리를 또 기다려야만 한다.


  지난번 동결해 두었던 난자 1개가 생각났다. 채취일이 다가오기 전부터 의사에게 몇 번을 물었다.


  "이번에 만약 2개가 채취되어 모두 배아가 된다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1개도 이식할 게 없을 때 지난번 얼려두었던 동결 배아를 이식하고 싶어요. 이번에 1개가 나오더라도 3일 배양은 2개까지 이식되니, 동결 배아 1개와 신선 배아 1개를 같이 이식하는 게 가능할까요?"

* 만 35세 미만 : 3일 배양 배아 최대 2개 이식 가능 / 만 35세 이상 : 3일 배양 배아 최대 3개 이식 가능


  의사는 그런 경우는 흔치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에 가능하다고 했다. 난임 부부 지원금의 대상 기준이 소득 기준에서 전체 가구로 확대되어 지원금을 받고 시술을 진행 중이었기에 관할 보건소와 병원 원무과 측에도 해당 내용을 문의하였다.


  보건소에서 발급하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결정통지서는 신선/동결 배아로 구분되어 있다. 나는 난자채취부터 시작하는 신선이식 통지서를 발급받아 시행 중이었기에 동결배아를 같이 이식해도 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문의 결과, 보건소에서는 '이런 경우는 없었지만 아마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동결배아 통지서도 발급받아 놓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고, 병원 측은 신선이식 차수로 시작했기에 동결 배아 이식에 대한 해동비 등은 내가 부담해야 된다는 답변이었다.


  '동결배아 차수도 이번 신선이식 차수와 함께 같이 차감되는 건지, 추가 금액 부담이 있는 건지 등' 난자채취일은 하루 뒤로 다가왔는데 머릿속이 복잡했다. 시험관 카페에 질문 글도 올려보고, 보건복지부 지침까지 찾아본 결과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도 마음은 불안했다.


  병원 난임 상담실은 처음에는 안된다고 답변했지만, 나중에 연구실 측에서 가능하다고 말을 번복했다. 그나마 한 시름 덜었지만 그전까지 알아본 내용과 답변이 달라 어느 쪽이 맞는 답변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되던 안 되던 확실한 답변을 듣고 싶었다.


  2개의 난자가 채취되었지만 우려했던 대로 배아가 된 것은 1개였다.(0개가 아닌 것에 정말 감사한다.) 결국 동결 배아 1개와 신선 배아 1개, 총 2개의 배아를 이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떤 것이 성공률이 높은지에 대한 그동안의 고민은 접어 두었다. 사이좋게 둘 다 이식했기 때문에 3일 배양이긴 해도 둘 중 하나는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들었다.


  의학적으로는 같이 이식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정부 지원 등 보조금과 관련된 금전적 부분에서 가능한지에 대해 찾아보느라 애를 먹었다. 초반에 지원을 받지 않고, 온전히 자부담할 때를 생각하면 지원 대상이 확대된 지금이 감사한 건 사실이나, 지원이 된다고 해도 생각보다 비급여나 초과금액에 대한 비용이 꽤 크기에 민감한 부분이기도 했다.


  제발 아무나 살아남아라. 그러면 신선이식이 더 성공률이 높다느니, 동결이식이 더 높다느니 그런 말은 전혀 개의치 않고, 금전적인 부분도 쿨하게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병원에서 조차 동결하기를 고민했던 배아는 다행히 해동되며 죽지 않았고, 오히려 그때보다 상태는 조금 더 나아졌다고 했다. 어느 일요일, 고요한 수술대에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배아 이식이 끝났다.


  방법은 역시 찾는 자에게 있다. 임신이 하고 싶어 찾아간 병원이었지만, 나에게 모든 것을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 이식할 배아가 없을 경우에 대한 차선책, 신선이식 차수에 동결 배아를 같이 이식할 수 있는지 등.




  병원에서 모든 것을 다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신선이식과 동결이식을 같이 하는 경우를 나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고, 병원에서도 보건소에서도 그렇게 말했지만 불가능해서 주변에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찾아보니 비슷한 사례가 있기도 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생각에 따라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뿐,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임신에 얽매이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안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한다고.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다. 내가 살아온 일상의 모든 것을 멈추고, 휴직을 한 이유이자 목표이며, 이 목표를 향해 가는 빠른 길은 누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야 한다.


  목마른 자가 우물은 판다고 했던가. 그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목마른 자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열심히 찾고, 생각해 낼 것이다. 지극한 현실주의자이자 계획형의 인간인 나는 이렇게 스스로 들볶기도 하고, 새로 알게 된 사실에 뿌듯해하기도 하며, 이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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