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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엘리 Nov 06. 2024

자전거 탄 풍경

새로운 일을 해보자

오랜만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날 새로 생긴 수목원 입구에 있는 카페가 떠올랐다.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카페에서 수목원 일부를 내려다볼 수 있어 경치가 무척 좋은 곳이다.

'버스를 타고 갈까?'

'걸어서 갈까?'

그러다 문득 '자전거를 타고 수목원까지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수목원까지 가는 길은 걸어가면 40분 정도 걸리는데 자전거를 타면 더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날씨도 좋고 가는 길이 어렵지 않으니 자전거를 타고 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맑은 날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니! 뭔가 낭만이 느껴졌다.


곧장 집에서 나와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여러 대의 공용 자전거 중에서 괜찮아 보이는 자전거를 골랐다. 바퀴도 살펴보고 안장도 보며 신중하게 골랐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라 두근두근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막상 한발 한발 디디다 보니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어느새 걱정은 날아가고 신이 났다.


설렘도 잠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자전거 도로가 있었지만 길이 울퉁불퉁했다. 게다가 공용 자전거는 너무 무거웠다. 낮은 오르막길에도 페달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걸어가는 사람과 속도가 거의 비슷할 지경이었다. 다리는 아프고 땀이 범벅이 될 즈음엔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왜 자전거를 타서 이 고생이지?


하지만 오르막이 지나 내리막이 시작되자 조금 전과는 다르게 자전거 페달이 가볍게 굴러갔다.

바로 그 순간, 바람이 솔솔 불고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상쾌함을 느꼈다. 그래, 내가 상상한 자전거 탄 풍경이 이 순간이었다.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길가에 핀 꽃들이 가볍게 살랑이고  키큰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자전거를 타며 바라보니 초록 잎이 햇살을 머금어 싱그러워 보이고 맑은 파란 하늘은 더욱 눈부셨다. 어디선가 까치의 소리도 들리는듯했다. 맑고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닿아 들뜬마음으로 가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맛에 자전거를 타는구나~'  

버스를 탔다면 편하게는 왔겠지만 느낄 수 없었던 자유로운 기분을 온몸으로 느꼈다.


가끔은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이 좋다.

 매일 가는 장소 말고 새로 생긴 곳이나 안 가본 곳에 일부러 찾아가는 일. 매일 마시는 똑같은 커피 말고 새로운 음료를 시켜보는 일. 평소라면 하지 않을 새로운 일을 한두번쯤은 과감하게 해보자.

어떤 기분인지, 어떤 맛인지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알 수가 없다. 새로운 즐거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후회할 수도 있다. 처음 간 카페의 커피는 내 취향과 다를 수도 있고, 혹은 몸 고생 마음고생 돈낭비를 할 수도 있다. 안 해본 일을 하는 일은 매번 망설여지고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한순간, 자유로움과 들뜬 마음을 느꼈던 그 한순간을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와는 달리 자전거 타는 것은 힘들었지만 내리막길에서 느낀 짧았던 그 순간의 행복함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자전거를 타며 느꼈던 바람과 그날의 분위기와 반짝이는 풍경만큼 생생하게 남아 지친 하루에 미소를 짓게 해준다.


카페에 도착해 습관처럼 시키던 아메리카노에서 조금 비싸지만 쫀득한 크림이 올라간, 시나몬향이 향긋한 크림 커피를 마셨다. 크림의 부드러움과 진한 에스프레소의 조화가 너무 달콤해서 한입 마시자마자 행복함을 느꼈다. 멋진 사진을 찍은 건 덤이었다. 새로운 커피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그 작은 일로 하루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작은 행복도 크게 와닿는 힘은 어쩌면 새로움에 대한 설렘일지도 모르겠다. 비슷비슷한 하루,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거창하게 확 바꾸는 것이 아닌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새로움에 대한 궁금증과 용기랄 것도 없는 열린 마음가짐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은 변화에서 발견한 작은 은행복들이 쌓이고 쌓여 하루가, 결국은 삶이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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