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문제다.
평일엔 슴슴하게 자연식을 나름대로 잘 챙겨먹는데 주말엔 남편 밥을 차려주고 가족과 함께 밥을 먹다보니 식탐이 생긴다.
자연식을 먹고 간식을 멀리하고 먹고 싶으면 한입만 먹기로 했는데.
파김치 삼겹김치찜이 복병이었다.
삼겹살에 된장을 발라 굽고 묵은지 넣고 파김치를 넣어 푹 찌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라서 파김치가 얼마 안남았길래 또 끓였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같이 식탁에 앉아 있으니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삼겹살에 파김치를 돌돌 말아 한입 꿀꺽!
푹익은 김치와 삼겹살을 와구와구!
삼겹살 김치 파김치 삼합으로 와앙!
먹다보니 한 점만 먹는다는게 나도 모르게 술술 들어갔다. 짜고 달고 매콤한 맛이 혀에 붙어 숟가락질이 멈추지 않았다. 적당한 비계가 붙은 삼겹살 한 개만 더 먹을까? 파김치는 살안쪄 (안찌긴 뭐가 안쪄) 김치면 야채지(아니거든) 내가 한 거지만 왜 이렇게 맛있는 거지?(안 맛있는게 뭐야!!)
평생을 마른 몸으로 다이어트를 해 본적이 없는 남편은 억울하게도 뭐든 잘먹었다. 디저트류도 나만큼이나 좋아하고 빵도, 면도 다 좋아하고 커피도 달달한 바닐라라떼만 마신다. 같이 먹으면 나만 찌는 아이러니한 상황.
건강하게 먹겠다고 글도 써놓고 삼겹살김치찜을 몇 점이나 먹었는지 모르겠다.
안되겠다. 운동을 해야지.
감기에 걸린 남편은 집에 있고 나 혼자 공원으로 나왔다. 혼자 뛰긴 처음인데 해볼까? 걷고 뛰고를 평소처럼 했다. 늦은 시간에 먹어서일까? 평소와 다르게 다리가 무겁다. 옆구리도 아픈 것 같다.
그래도 먹은 나트륨이라도 빼야지 생각하며 땀나게 뛰고 걷고 했다. 가파른 숨, 무거운 몸. 자극적인 음식 한번에 온 몸이 반응한다. 몸이 먹는 것에 반응하는 것을 보니 평일에 한 노력이 헛된 노력은 아닌가보다. 평생 자극적인 음식을 참을 수는 없다. 자극적인 음식일 수록 맛있는 법이니까. 먹었으면 몸을 움직이자. 그게 진리이다. 먹었으면 운동할 것. 과식한 다음날은 소식할 것.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다. 맛있게 먹었으니 힘들게 운동해야한다. 그 동안 이 단순한 것을 지키지 못해서 요요가 왔던 것이다. 평소보다 더 많이 운동을 해야하지만 몸이 영 힘들어 그만 뛰고 싶었다. 한 입만의 유혹이 그만 뛰고 싶다의 유혹으로 전염되어 점점 나태해지게 만들고 있었다.
나트륨이 뇌를 지배하는 걸까? 그래도 먹은 것을 생각해서 마지막 한바퀴를 더 뛰었다. 한 입에서 멈추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정신 놓고 먹은 것을 자책하며. 애초에 한 입만 먹는다는 게 말이 안되는 것 같다. 어설픈 핑계가 아니었을까?
한 입에서 끝나지 못할 거면 디데이까지는 아예 먹지 말자고 지킬지 의문스러운 다짐을 하며 발바닥에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