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브이!!
갤럭시휴대폰의 특별한 기능
"이것 좀 봐" 남편이 신기한 듯 웃으며 휴대폰을 보여줬다.
'5년 전 스토리입니다.'
요즘은 핸드폰에 그런 기능도 있는지, 5년 전에 찍은 사진들을 음악과 함께 슬라이드쇼로 보여주고 있었다. 거기엔 아기티를 아직 간직하고 있는 아이와 환하게 웃고 있는 우리 가족,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렇게 귀여울 때도 있었는데, 이땐 나 좀 괜찮았네?' 예전 사진을 보고 있자니 뭐를 해도 마냥 예쁘고 귀여웠던 아기 때가 생각났다. 똥만 싸도 칭찬을 해주던, 까르르 웃기만 해도 주변모든 이들이 행복했던 날들. 갑자기 옆에 있는 아이가 그때의 그 아기라는 생각에 요즘 좀 혼내고 말도 안 듣는다며 엄하게 했던 것들이 미안해졌다.
어느 날 '0년 전 스토리입니다'라는 알람이 떴는데 사진 속에서 더 이상 웃고 있지 않는다면? 함께 추억할 만한 사진들이 몇 장 없다면? 더 이상 우리가 서로를 아름답게 기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아기 때의 기억은 희미하겠지만 어제의 기억, 일주일 전의 기억은 생생하다. 숙제 안 한다고 혼나고 방어지럽혔다고 혼나고 글씨 제대로 안 쓴다고 혼난 기억이 가득하면 어쩌지?
요즘 아이가 좀 컷다고 사진 찍자고 해도 잘 찍지 않는다. 아이 어릴 때는 키 맞추려 쪼그리고 앉아 셋이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언제부턴가 아이 혼자 찍거나 앞서가는 뒷모습을 찍거나 풍경이나 음식사진이 앨범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 모습 그대로를 찍어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어디 좋은 곳에 갔거나 특별한 날에만 찍지 말고 평상시에 모습을 찍어두자.
사실 생각해 보면 기억에 남는 일들이 특별한 순간만은 아니다. 오히려 맛있는 거 먹고 눈이 똥그래졌던 모습이나 목욕하면서 까불고 비눗방울 만드는 모습이 하루 속 사소한 일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진을 보며 추억하고 이야기하고 기억하게 된다.
슬픈 날 화나는 날 사진 찍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좋은 날, 행복한 날에 기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물론 사진을 찍지 않은 날도 행복한 날일 수 있지만 사진을 많이 찍으면 찍을수록 행복한 날이 많다는 말이 아닐까?
티비를 보며 과자를 먹고 있는 아이를 보고
"찰칵"
사진을 찍었다.
"왜?"
"그냥, 귀여워서"
아이는 그게 뭐야 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 보는데?"
"마술. 엄마 이거 봐바!"
아이가 보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니 아까 혼난 것도 잊은 듯 재잘재잘 떠들며 설명을 해줬다. 관심 있는 척, 재밌는 척, 신기한 척하며 아이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지금 이 사진을 볼 때도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