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이는 엘리 Jul 10. 2024

손끝에 반짝

네일아트

이번주 내내 비가 예고되었다. 비가 오다 잠시 그쳤지만 하늘의 먹구름을 쿡! 찌르면 곧장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날이다.

이런 날은 밖에 나가기도 싫다.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한 날씨 하며 갑자기 왈칵 비가 쏟아지기라도 하면 우산을 써도 발도 젖고 가방도 젖고 꿉꿉한 느낌이 영 별로다.

날씨가 이렇다고 기분까지 가라앉으면 안 되지.

잔잔하지만 처지지 않을 리듬이 있는 음악을 틀어놓고 기분전환으로 네일아트를 하기로 했다. 하는 김에 패디큐어까지 다시 해야겠다. 여름이 되어 샌들을 신고 다니는데 패디큐어는 필수이다.


 요즘엔 집에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젤스티커가 잘 나와있다. 약간의 수고만 들인다면 지속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네일샵에서 하는 것 못지않은 디자인에 훨씬 더 싼 가격으로 예쁘게 네일아트와 패디큐어를 할 수 있다.

화사한 빨간 체리모양의 큐빅이 박혀있는 디자인으로 할까? 바다를 닮은 파란색 그라데이션 디자인으로 할까?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르며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익숙하게 손톱크기에 맞는 젤스티커를 손톱에 꾹꾹 눌러 붙인다. 손톱길이에 맞게 잘라내고 젤램프에 몇 초간 구워주면 완성! (글은 단 3줄로 완성이지만 실제로는 이렇게까지 간단하지는 않다.)


모처럼 네일아트를 한 날에는 무채색옷이 가득한 옷장에서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듯한 느낌이다. 손톱에 예쁜 색으로 칠하고 반짝반짝한 큐빅까지 붙이면 잘 차려입은 듯한 기분이 든다. 책장을 넘기는 손이라든지, 커피를 마시는 손을 나도 모르게 자꾸만 힐끗힐끗 쳐다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짤뚱한 발가락이지만 예쁘게 패디큐어로 꾸미면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꽃길로 인도하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를 수도 있는 작은 변화이다. 남들 눈에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최고의 치장이며 변화였다. 그날의 기분마저 행복해지는 나만 아는 즐거움으로 마음이 들뜬다.

내 기분 하나쯤은 내가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중충한 날씨에 기분마저 우울해지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찾는 것.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수다를 떨 수도 있다. 게는 네일아트가 제격이었다. 날이 잔뜩 흐리고 하루종일 추적추적 비가 오는 장마기간에도 내 몸 어딘가는 반짝이는 예쁜 모습이 있다는 것. 그게 내 기분을 좋아지게 했다.


외부의 요소에 자신의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않고 내 감정이 행복하도록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겨우 작은 예쁜 손톱하나에도 기쁨을 모을 수 있다. 그렇게 모은 작은 기쁨들이 모여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