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이는 엘리 Jul 17. 2024

굳이병

'굳이'를 '그럼에도'로

"굳이병"이 또 도졌다.  '굳이'라는 마음이 늘 가로막는다. 굳이병은 힘이 세다. 게으름과 한편이 되면 최강이 된다.

분명 아침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카페에 가서 글을 써야지 생각했는데 씻고 나와 날씨를 보는 순간.

'이 날씨에 굳이 도서관까지 걸어가야 하나? 집에도 읽을 책이 있는데? 카페까지 가서 글을 써야 하나? 굳이? 집에 커피도 있고 어차피 혼자 있는데 밖에까지 가서 돈 쓸 필요가 있나? '

갈 핑곗거리가 산처럼 불어난다. 거기에 가기 귀찮음이 딱 붙어 좀 있으면 아이가 올 시간이라는 합리화로 주저앉아버린다. 그러다 저녁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걸 깨닫자 도서관을 갈걸, 카페라도 갔더라면 새로운 글감을 찾았을까? 하는 후회를 한다.

이 굳이병은 어쩌면 나의 게으름의 핑계가 아닐까?


굳이병은 온갖 것에 다 붙는다.

하루 계획에도 붙고 운동에도 붙고 소비에도 붙는다.

'오늘 무릎이 좀 아픈 거 같은데 운동을 굳이 해야 하나? 너무 무리하면 안 되지.' 하며 운동을 패스해 버린다.

때로는 굳이병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있게 한다. 친척결혼식이 있어 입을 옷이 없어 원피스를 살까 하다가 '굳이' 내가 원피스를 입고 가야 하나? 내가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깔끔하게 입으면 되지. 결과적으로 하객패션으로 입고 간 블라우스에 치마가 단정하니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다. 돈도 굳고 안 그래도 좁아터진 옷장도 살렸다.


굳이의 반대말은 그럼에도 가 아닐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인스타에 릴스 올리는 걸 굳이 계속해야 하나? 팔로우도 많지 않은데'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글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꾸준함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굳이 해야 하나?'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지!'로 바꾼다면 이 굳이병을 고칠 명약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