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이는 엘리 Jul 31. 2024

소원을 말해봐

슈퍼블루문이라고요

"오늘 밤에 슈퍼블루문이 뜬데. 우리 보러 가자"

2023년 8월 여름이었다. 뉴스와 기사에서 오늘밤 슈퍼블루문이 뜬다고 난리였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달이 가장 가까이에 있어 크게 보이는 슈퍼문이 뜬다고 했다. 한달에 두번 보름달이 뜨는 경우 두번째 보름달이 블루문인데 슈퍼문과 블루문이 동시에 뜨는 희귀한 현상이 바로 오늘이었다. 오늘을 놓치면 14년 후에나 슈퍼블루문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도대체 슈퍼문이 어떻길래? 그냥 슈퍼문도 아니고 슈퍼블루문이 뭐길래 이 난리일까?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집앞 공원으로 향했다.

과연 난리법석을 떤 것처럼 슈퍼블루문을 볼 수 있을까? 구름에 가려져 안보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하늘을 살폈지만 아파트 건물에 하늘이 가려져 달을 찾을 수 없었다.

"여긴 안보인다 공원으로 가보자"

길 건너 공원에 가자 한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저기다! 저기가 바로 달보는 포인트인가보다. 아이는 벌써 앞으로 뛰어갔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 다들 보고 있는 방향을 봤지만 거기에도 달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없네. 구름에 가려졌나봐"

남편이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더니 지금은 구름에 가려서 안보이고 몇분뒤에나 볼 수 있단다. 아이는 실망하며 금세 흥미가 식어버렸다. 공원 산책하며 달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공원을 한바퀴 두바퀴 도는 동안 밤하늘을 살피는 일은 계속 되었고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잠옷바람으로 나온 어린 아이들부터 젊은 연인들, 가족들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슈퍼블루문에 대한 이렇게나 관심이 컷던가? 하늘에 있는 것 중 신기하지 않은 게 없는데 하도 여기저기서 슈퍼문, 슈퍼문해서 나조차 나왔으니.

그때  "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점점 밀려가고 서서히 동그란 달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육안으로도 평소의 달보다는 더 동그랗고 커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달의 윤곽도 또렷했고 무늬도 잘보였다. 사실 평소에 달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아서 다른 점을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살짝 푸른빛이 돌아 블루문이구나 싶었다

"소원빌자!"

달을 보면 소원을 빌어야지. 게다가 보기 힘들다는 슈퍼블루문인데 소원이 더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우리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너나할 것없이 여기 저기서 두손 모아 소원을 빌고 있었다.

아이도 진지하게 두 눈을 감고 중얼중얼 거렸다.

"무슨 소원 빌었어?"

"비밀이야" 아이는 새침하게 말했다.

궁금한데. 과연 아이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엄마한테 비밀이 어딨냐~무슨 소원 빌었는데?"

"말하면 안 이루어진데 비밀이야"

"엄마도 살짝 말해줄게. 엄마 소원은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한 거랑 로또 당첨이야"

내 소원은 늘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었다. 다이어트 성공기원도 빠지지 않았고 거기에 좀 더 바라면  로또당첨까지.

"로또를 사?"

"아니"

"사지도 않는데 어떻게 당첨이 돼?"

아 맞다.

로또 당첨 소원을 빌었으면서 정작 로또를 사지도 않는다. 아무리 슈퍼블루문의 파워라도 로또를 사지도 않는 사람에게 당첨을 시켜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운동이나 식단을 하지도 않으면서 매번 다이어트 성공기원을 바라거나 로또를 사지도 않으면서 로또 당첨을 원하고 있으니 소원이 이루어질 리가 없다. 준비를 하지도 않으면서 바라고만 있었다. 소원도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에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가 있는게 아니겠는가.


그날 밤 여러 sns는 슈퍼블루문의 사진들로 도배가 되었다.  다들 무슨 소원들을 빌었을까?

그 소원들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 슈퍼블루문이 정말 강력해서 소원을 이뤄줄지도 모르는데 내가 아무런 노력을 안하고 있었던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른 소원인 가족의 행복과 건강은? 그 소원도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우리가족이 서로 노력해야한다.

아들이 학원갔다 집에 왔을때 "아들 수고했어" 라고 하며 꼭 안아주었다.

아들은 어리둥절하며  "뭐야 뭐야? "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수고했다고"

"우리엄마가 달라졌어!"

"언젠 안그랬냐?

"숙제하라고 할 줄 알았더니"

"숙제를 하긴해야지."

 말 한마디라도 다정하게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쌓여 행복한 가족이 된다. 어쩌면 소원은 슈퍼블루문이 이뤄주는게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이뤄나가는 것이 아닐까.

이전 12화 소나기와 함께 내린 웃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