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분홍빛이다.
4월의 창 밖은 만연한 봄이었다.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수 조리원으로 향하는 차 안. 벚꽃이 흩날리며 분홍빛으로 창밖을 가득 메운 모습이 잊히지가 않는다.
작고 여린, 눈도 잘 못 뜨는 아기를 품에 안고 벚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아기와 나를 축복해 주는 꽃길 같았다.
그래. 어느새 봄이구나. 이렇게 예쁜 봄에 나에게 와주었구나. 봄 같은 나의 아가야.
그때부터였을까. 벚꽃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되었던 것이. 봄을 기다렸다. 날이 따뜻해지는 날이면, 벚꽃이 흩날리던 그날이 생각난다.
아기 냄새, 보들보들한 볼, 똘망한 눈망울.
만개한 벚꽃 아래 유모차 속에서 잠자고 있는 아기와 쉬기도 하고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려고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사진 찍었다. 어느새 킥보드를 타고 벚꽃 바람을 일으키며 씽씽 달리고 이제는 예쁜 나무밑에 엄마아빠를 세워놓고 사진도 찍어주며 아이는 벚꽃과 함께 자랐다.
누구나 인생에서 잊지 못할 광경이 있을 것이다. 분홍빛일 수도 파란빛일 수도 초록빛일 수도 있을 것이다. 뭐든 간에 분명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기억임은 틀림없다.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 포대기에 포옥 싸인 아기 때의 모습이 생각나면서 아기와 함께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던 몽글몽글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황홀했던 순간이 시간에 빛바래지 않도록. 마음속에 사진을 찍어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