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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혜 Jul 12. 2023

스콘 선생 가라사대 대충 살지어다

맛있는 스콘을 만드는 비결  

홈베이킹을 시작하며 가장 많이 구웠던 건 스콘이다. 특별한 재료와 도구가 필요하지 않고 만드는 법도 간단해 초보 홈베이커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그런데 맛있기까지 하니, 착한 사람이 예쁘기까지 하고 예쁜데 착하기까지 한 뭐 그런.  


  스콘은 영국을 대표하는 빵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고소한 버터향이 매력적이다. 영국 사람들은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과 딸기잼을 발라서 차와 함께 곁들여 먹는 것을 즐기는데 이걸 '크림 티(cream tea)'라 부른다. 가짓수가 많은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의 간단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클로티드 크림은 저온 살균을 거치지 않은 우유를 가열한 뒤, 천천히 식는 과정에서 윗부분에 응고되는 크림을 모아 만든 것이다. 버터와 비슷한 듯 하지만 더 부드럽고 고소하며 담백하다. 먹어보면 스콘과 딸기잼이랑 굉장히 잘 어울린다.


크림이 먼저냐 잼이 먼저냐


  한국에 탕수육 부먹 찍먹 논쟁이 있다면 영국에는 '크림 티 논쟁'이 있다. 영국인들은 스콘에 잼을 먼저 바르느냐 크림을 먼저 바르느냐를 두고 뜨겁게 다툰다. 어차피 입안에 들어가면 그게 그거 아니야 싶지만 관련 논문이 있을 정도로 꽤나 진지한 논쟁이다.


  클로티드 크림 생산지로 유명한 영국 남서부 데본(Devon)과 콘월(Cornwall)은 서로 원조라 주장하며 크림 티 논쟁에 열정적이다. 데본에서는 스콘에 크림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딸기잼을 올리는 반면 콘월의 크림 티는 잼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크림을 얹는다. 콘월 사람들은 데본 사람들이 크림에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딸기잼으로 감추느냐며 귀여운? 도발을 하기도 한다.



맛있는 스콘을 만드는 주문


  스콘은 재료도 구하기 쉽고 별다른 도구 없이 손으로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홈베이커들에게 사랑받는 빵이다. 하지만 간단할수록 더욱 어려운 법, 스콘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크다.


  그렇다면 맛있는 스콘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스콘을 만들 때 마법의 주문처럼 외우면 좋은 말이 있다. '대충대충 빠르고 차갑게!' 스콘 특유의 포슬포슬한 식감은 차가운 버터 알갱이가 오븐에서 녹으며 자연스레 생기는 공기층 덕분이다. 따라서 차가운 버터를 사용해 버터가 녹지 않게 재빨리 휘리릭 반죽하는 것이 맛있는 스콘의 비결이다. 버터의 녹는점은 굉장히 낮다. 체온 정도에도 금방 녹아 액체로 변한다. 반죽을 오래 만지면 만질수록 버터는 녹고 글루텐이 생성된다. 그러면 스콘은 제대로 부풀지 않고 특유의 포슬포슬한 식감도 사라진다.


  스콘을 만들 때면 마치 세상 사는 법을 훈련받는 기분이 든다. 더 예쁜 모양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반죽을 부여잡고 있는 내 등 뒤에서 스콘 선생의 따끔한 호통이 들려온다. 어이, 거기! 힘 좀 빼고 욕심 좀 버리라고! 때론 완벽함보다 때가 더 중요한 일도 있는 법이다. 애쓰지 않고 담담하게 스콘을 만들며 깨우친 인생의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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