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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혜 Jul 10. 2023

당근 케이크의 사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하다. 나아가 그 음식이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내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당근 케이크는 카페에 빠지지 않고 볼 수 있는 대중적인 디저트 가운데 하나다. 당근 케이크에는 출생의 비밀? 이 숨겨져 있다. 


  당근을 한입 베어 물면 은은한 단맛이 느껴진다. 당근을 불에 익혀 먹으면 그 단맛은 배가 된다. 옛날 사람들이라고 그 사실을 몰랐겠는가. 중세 시대 유럽에서 귀하디 귀한 설탕 대신 당근을 넣어 만든 당근 푸딩이라는 게 있었다. 이것이 당근 케이크의 조상쯤 된다. 당시에는 크림이 없는 형태였다. 


  당근 케이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영국에서 새로이 역사를 쓰게 된다. 전쟁으로 물자는 부족했고 설탕 또한 귀했다. 영국 정부는 설탕 대신 당근 먹기 장려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처럼 당근바?를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출처 https://thechildrenswar.blogspot.com/      


  케이크를 만들어보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설탕양에 놀란다. 전쟁 중에 그 많은 설탕을 구할 수 없던 영국인들은 당근을 갈아 넣어 케이크를 만들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집집마다 우리 할머니만의 당근 케이크 레시피가 전해질만큼 영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1960년대  미국으로 전해진 당근 케이크는 '당근 케이크의 날(Carrot Cake Day)'이 있을 정도로 미국인들의 사랑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적인 케이크가 되었다.  


  당근 케이크에는 굉장히 많은 양의 당근이 들어간다. 그러나 당근 케이크에 당근이 들어가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당근의 맛과 향이 거의 나지 않는다. 당근을 싫어하거나 먹지 못하지만 당근 케이크는 잘 먹는 사람도 많다. 당근 케이크의 인기 비결은 실은 당근의 맛이라기보다 당근이 들어가 다른 케이크보다 훨씬 촉촉한 식감과 시나몬향과 크림치즈 프로스팅이 어우러진 맛이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창의성은 일반적으로 풍부한 자원과 환경에서 폭발한다. 역사적으로 이질적인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문화가 꽃피곤 했다. 그러나 당근 케이크는 부족한 상황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설탕이 풍부했다면 당근을 케이크에 넣을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저 괴짜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당근 케이크는 포기와 좌절이 아닌 발상의 전환과 용기 있는 시도를 통해 얼마든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약점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을 무기로 사용하라고, 당근 케이크는 외친다. 


  마음이 유난히 지친 하루였다면 당근 케이크를 먹어보자. 카페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며 커피와 먹어도 좋고 직접 만들어 먹어도 좋다. 뿌리채소의 영양이 몸을 채우고 마음에는 신선한 바람이 불어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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