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coma’에서 ‘event’까지
죽음보다 두려운 건
나는 2022년 여름, 무지한 상태로
물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심하게 다이어트를 하던 상태에서 공복으로 등산을 갔다가 열경련으로 인해
응급실 소생실에 들어가 나의 힘으로 숨도 쉬지 못하고 심장 박동수가 느려져 가는 소리와 함께 호흡기의
고압에도 나의 숨을 붙이지 못하다는 걸 느끼며,
죽음에 대한 무지로 두려움과 죽음에 대해 부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
“환자분, 마지막 말씀하세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완전한 죽음이 나에게 다가왔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전해지질 않을 말들을 남기며. 눈을 감았다.
처음엔 나의 죽음을 부정하고 두려워 떨었지만,
심정지가 되고 온전히 죽음을 받아들이며,
막상 죽음이 다가왔을 땐, 죽음은 두렵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몸이 47도 48도를 넘기며
몸 안에 장기들이 타 들어갈 듯한 고통도, 몸에 수분이 빠져나가 피가 돌지 않아 몸이 마비되며 나를 비틀던 그 고통도 막상 죽음 앞에서는 그 모든 고통들이 사라지며 편안해지는 걸 경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죽음보다 두려웠던 건, 나의 사람들과 나의 꿈들을 지키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한 다는 게 두려웠지 죽음이라는 건
두렵지 않았다. “
하지만 아쉬웠던 건,
나는 ‘남의 시선’에 굉장히 나의 삶을 갉아먹었고,
보이는 것에 치중한 삶을 살며 강박에 시달렸었고
또한 내가 자라온 환경들에 대한 결핍들이 모여
나를 스스로 아프게 하였던 나의 과거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때의 나를 좀 더 안아주지 못한 나에게 미안했다.
죽음 앞에서
나의 가족들, 나의 사람들에게 닿지 못할 사랑을 전하며 편안히 눈을 감았는데 심장은 멈췄지만, 뇌사로 가기까지의 시간이 있어서였는지 청각은 살아 있었기에 병원의 소리와 사람들의 소리가 다 들렸고,
가장 중요한 건, 나의 마음의 소리도 들렸다는 것이다.
“아쉽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이루려는 꿈들을 두고 가려니 아쉽지만 23년 동안 후회 없이 너무 잘 살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선택한 것들이 후회 없으니 되었다. “
하며 편안히 누워있는데,
갑자기 움직여지지 않던
나의 손가락이 툭 움직이더니, 정말 기적적으로 심장이 다시 뛰며 정말 병원에서 말하는 ‘event’가 열렸다
사실 이런 게 인생의 중요한 ‘Test’이고
심판이지 않나 싶다. ‘죽느냐, 사느냐‘,
’천국, 지옥‘ 과 같은 그런 모든 것들은,
다 나에게 달렸다는 것을
다시 살아가게 되면서 느끼고 있다.
그 이후 나는 빠르게 회복하고
다시 삶을 살아가려는데, 그동안의 결핍들과 나를
억눌렀던, 혼자 참아냈던, 혼자 이겨내려던 그 모든 게 폭발적으로 일어나
조현병이 찾아왔었고, 그로 인해 그동안의 인간관계들과 멀어지게 되었다. 내가 이제 완치하고 모든 게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내가 그런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내가 진정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멀어져 갔고, 오히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날 더 걱정하고 사랑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남들이 평생에 있어도 겪지 못할 경험들을 겪어 나가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지켜야 하는 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고 여전히 나를 찾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기에
난 내가 겪은 상황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겪은 상황들을 통해 나와 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었고 나처럼 죽음과 고통을 겪지 않아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더욱 돕고 싶어졌다.
내가 저 바닥 밑까지 어둠에 숨었지만 다시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려 하는 날 위해, 진정으로 날 걱정하고
나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해 주는 그들을 위해
오늘도 “바쁘게 살든지, 바쁘게 죽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