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간 준호의 눈앞에는 많은 인파들이 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준호도 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남성이 병원 옥상 난간 밖에 서 있었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민희가 있던 병실에서 만났던 그 의사였다. 그때 강민혁이라고 했었다. 민희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를 납치하고 강금하고 지하실에 두 구의 시체를 남긴 자가 그였다. 지금 그는 애타게 민희를 찾고 있었다. 무엇이 그가 그녀에게 집착하게 했을까? 그의 아래에서는 경찰이 그를 설득하고 있었고, 점점 구경꾼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민희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그를 살려야 한다. 민혁이 그를 설득하고 있는 경찰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강남서 이준호 경사입니다.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보면 모르나요? 완전히 미친 사람 같아요. 계속 강민희 씨만 찾고 있어요.」
「절대 저 사람을 살려야 합니다.」
「누군 안 그러고 싶나요? 하지만 말이 통해야 말이죠. 살리려면 강민희 씨를 데려오시던가」
「강민희 씨는 여기 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시죠.」
준호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단 상황을 보기로 했다.
병실에 있던 강민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병실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병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그녀는 그 길로 병원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눈에는 민혁이 보였다. 그녀는 그를 바라고 보고 있는 인파 사이로 들어갔다. 아래에서 민혁을 보고 있는 그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인파 앞으로 나아갔다. 민혁의 시야에 보일 정도 간 뒤 그녀는 멈춰 서서 그를 바라봤다. 애타게 그녀를 찾던 민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그의 목소리가 멈춤과 동시에 그를 바라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도 멈췄다. 뭔가 일어날지도 모르는다는 긴장감이 대중 사이에 퍼졌다. 민희의 존재를 깨달은 민혁은 환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을 보자 민희는 조용히 혼자 말을 했다. 혼잣말이라지만 숨이 성대를 지나지 않고 입술만 움직였다.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민혁에게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민혁은 좀 더 가까이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민혁은 그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조금씩 그녀의 얼굴이 선명해지면서 그녀의 입술을 읽을 수 있었다. '너는 나..' 그 순간 모든 게 깜깜해지면서 온몸의 생체 신호가 끝나는 걸 느꼈다. 그의 몸이 바닥에 부딪치는 순간 사람들은 소리를 질렀고 경찰과 소방관들은 그를 향해 뛰어갔다. 민희는 충격을 받고 있던 인파 사이로 사라졌다.
혼란한 장소를 현장 경찰과 함께 수습한 준호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침대에는 민희가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혹시 소식 들으셨나요?」
「무슨 소식이요?」
「강민혁 씨가 사망했습니다. 민희 씨가 안 오자 결국... 」
「괜찮아요. 그는 나에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니까요. 그냥 범죄자 일뿐」
「오늘 꽤 험난한 하루신데 쉬시죠. 남은 이야기는 내일 와서 듣도록 하겠습니다. 」
준호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준호가 나가자 민희는 바로 잠에 들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숙면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