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행 이야기
지난달 이집트에 다녀왔다. 이집트는 죽기 전 꼭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곳으로 언제나 언급이 되는 나라이다. 바로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라미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는 불가사의한 건축물에 대한 경험을 얻는 것보다 이집트에 대한 편견을 떨쳐낸 것이 더 큰 의미로 다가 온 여행이었다. 이집트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피라미드이고 나 역시 그랬다. 이집트에 대한 내 이미지에서 피라미드를 제외하면 문명의 발상지 중 한 곳으로 피라미드를 세울 정도 위대한 고대 문명이었다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되려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작은 일부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솔직히 10일간의 여행기간 동안 피라미드를 본 건 단 하루 밖에 되지 않았다. 이집트를 피라미드 때문에 가는데 하루 밖에 안보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이집트에 도착해 피라미드를 봤을 때 놀라움보다는 이게 피라미드구나 싶었다. 신기함이나 벅찬 감동이 올 거라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 올라왔다. 왠지 예전부터 봤던 것처럼 익숙한 느낌이었다. 일단 여행 전 미디어를 통해 이미 너무 많이 접했다. 여행 중 낯선 것을 만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낯선 것을 보는 즐거움을 뺏긴 채 피라미드를 마주했기에 큰 즐거움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상상 속에 그리던 것이 실제화되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되니 그 신비로움이 통째로 사라졌다. 게다가 피라미드는 너무 불가사의 한 존재로 부각해서 그런지 오히려 나중에 만나는 신전의 규모나 상형문자의 정교함이 나에게는 더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여행 스타일이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에서 얻는 즐거움이 더 큰 여행자로 여행스타일이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역사적인 건축물이나 높은 고층 빌딩 등을 보는 여행이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과 함께 하는 여행이 더 즐거워졌다. 어찌 보면 풍경을 보는 눈이 생겼다고나 할까?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지 조금은 알게 된 것이다. 여행을 통한 경험이 여행 스킬을 높여준 것이다.
이집트는 내가 생각했던 이집트와는 크게 달랐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국가다. 아프리카대륙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 아프리카를 접한 건 탄자니아였다. 하지만 이집트의 문화나 생활을 보면 아프리카라고 하기보다는 중동이라고 불리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게다가 나일강 주변은 초록색으로 가득 차 있어 사막의 국가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집트는 나일강 주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다가 고대 유적들은 나일강 위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사막과 만난 일은 없었다. 마지막에 후르가다에서 카이로까지 8시간 정도 사막을 가로질러 가서야 이집트가 사막 국가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집트 사막은 두바이에서 만난 사막과는 조금 달랐는데, 각자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게다가 바람에 섞인 모래의 무게도 조금 달랐다. 두바이 사막은 작고 부드러웠다면 이집트 사막은 조금 더 굵고 억샌 느낌이었다. 게다가 유적을 본 뒤라서 그런지 바람에 깎인 사암조차 오묘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사막도 다 똑같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 중 가장 컸던 건 이집트 사람들에 대해서다. 여행을 가기 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 중 가장 많이 있던 이야기는 이집트 사람들로 인한 불편함이었다. 끊임없는 호객 행위와 ‘No money, No free’라는 정신에 입각한 서비스 정신 그리고 1달러를 외치며 악착 같이 달려든 아이들 이야기가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나를 불편하게 했다. 게다가 화장실은 돈을 내고 이용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그들의 말 대로 거리에서는 끊임없는 호객 행위가 이루어졌고 아이들은 연신 1달러를 외치며 달라붙었다. 화장실을 갈 때는 1달러에 4명씩 짝을 맞춰야 했고, 괜스레 이집트 사람이 친절하게 다가올 때 노 잉글리시를 시전 하며 그들과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흥을 아는 사람들, 자신의 물건의 가치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등 사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오히려 후기들만큼 그렇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나와 다를 텐데 그들의 말들만 보고서는 미리 그들에 대해 예단한 것이다.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해 보면 전에 유럽을 갔을 때도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거나 커피나 음료수를 사 먹어야 했다. 유럽에서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이집트에는 불만을 가졌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모른 사이에 이집트라는 나라를 얕잡아 본 것이다. 유럽은 잘 사는 국가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집트는 잘 사는 나라도 아니면서 왜 그래?라는 생각이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행 중에는 알지 못하고 나중에 글을 쓰다 보니 번뜩 내 머리를 치고 가면서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아무래도 여행을 꽤 다녔다고 조금은 거만해졌나 보다. 덕분에 나에 대해 조금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집트는 피라미드가 다가 아니다. 오히려 피라미드는 고왕조의 유산일 뿐 가장 번영해 많은 유산을 남긴 것은 신왕조 시대이다. 수많은 신전이 나일강을 따라 지어졌고 오랜 시간 사막의 모래 바람을 견디며 굳건히 자리를 지킨 유산들이기에 피라미드에 비해 전혀 약소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주는 유산이었다. 그것들이 있었기에 이집트는 신화가 살아 있는 곳으로 불려지는 것이다. 피라미드나 장제전 등을 보면서 이집트는 죽은 자들을 위한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오히려 사막과 홍해에서 일출을 보면서 그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이집트는 문명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국가였다. 사실 신전, 무덤, 피라미드 등도 죽어서 끝나는 게 아닌 사후 세계까지 계속해서 영속해서 살기 위한 장소이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무덤이 아니라 살기 위한 공간이었다.
여러모로 이번 여행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집트의 편견에 대해 조금은 깨트릴 수 있는 여행이었다. 여행을 미리 준비하는 건 좋지만 미리 판단하는 건 맞지 않다. 미리 예단하는 게 바로 편견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는 건 중요하다. 직접 만나게 되면 잘못된 생각이나 지식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두 번 여행으로 단박에 모든 편견을 깨트릴 수는 없지만 방문한 기간이나 횟수가 중요하지는 않다.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여행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내 생각이 잘 못 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제대로 보려고 하는 시선이 가장 큰 여행의 준비물 일 것이다.
이번 여행은 피라미드를 봤다는 경험을 얻은 것보다 직접 봐야 편견을 버릴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경험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 특별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