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크나큰 용기
브랜드를 해보고 어쩔수없이 해나가야 하는 돈벌이.
그렇게 해보지 않은 직무로의 전환을 했다.
그렇게 다시 도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할 용기.'
자존심, 기존의 커리어, 연봉, 환경, 근무방식 등등.
직무 전환에서는 이것이 필요했다. 아무도 모르지만, 기존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이러한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은 어느새, 6개월 차.
높은 연차가 아니지만, 지금 매장에서는 시니어 소리를 듣는다.
그 이유는 '패션매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된다. 패션업계는 임금이 짜기로 유명한데, 더군다나 SPA 브랜드는 강도높은 업무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6개월 재직하면서 퇴사하는 사람을 내가 있는 매장에서만 약 20명을 봐왔으니, 말은 다한 것 같다.
패션매장 직원은 매장운영, 세일즈, 고객서비스를 담당한다.
고객의 접점인 매장은 생생한 현장이었고, 고객의 소리를 바로 알수있었던 곳이다.
서비스기획자로서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 시에, 언제나 궁금한 것은 고객의 소리, 니즈, 페인포인트였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고객의 현장과 상황을 보지 못하니, 알기에는 언제나 한계점이 있었다. 그래서 설문조사를 통해 정성적인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거나 트래킹 툴을 활용해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조사해서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인사이트를 뽑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에 달랐다. 고객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생생한 현장에 나는 있었다.
그 사실이 패션매장 직원이 된 내 스스로에 대한 위로였다.
매장직원으로서 할 일은 매장 운영의 전반적인 업무였다. 해본 적이 없기에 모든 것이 처음인 업무였다.
rfid로 주파수로 상품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석하는 것이 매장의 돌아가는 기본 원리였다.
그런 원리들을 기록하고 익히는 것은 3개월 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역시 어떤 곳이든 경력이든 신입이든 3개월의 수습기간을 갖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표준화된 적응기간이 3개월이기에 그리 만들어진 것 같다.
쏟아지는 옷 더미에는 나는 크게 당혹스러웠다. 내가 첫 출근한 날은 매장은 뭔지 모르게 산만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OJT가 있다며 회사의 내부 직원들만 사용하는 어플을 다운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기업의 매장에서 돌아가는 방식 및 기업에서 추구하는 방향들에 담긴 글로벌 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했다.
그리고 처음 듣는 모르는 용어집을 직원이 주었다. 그 용어들을 모두 숙지해야 업무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 용어는 외계어처럼 보였다. 이미 후기를 찾아보고 가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암기를 잘 못하는 나에게는 이것부터 난관이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가 못하는 것을 해야하는 앞으로가.
그리고 갑자기 매장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소개를 해주겠다며, 큰 매장을 이리저리 횡단했다. 위로도 내려가고 퍼져있는 창고도 들어갔다 오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돌면서 매장 내의 전 직원분들의 소개를 듣고 인사를 했다. 각 직원분들이 이름을 말하지만, 그 이름과 얼굴을 매치해서 기억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매장 업무의 가장 큰 우선순위와 업무를 하기에 앞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필수적인 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 중의 가장 기본은 아이팟과 재고관리 앱의 사용방법이었다.
그렇게 나는 매장 업무에 입문했다.
끝없는 배움의 시간
쏟아지는 옷 더미들은 모두 내가 정리해야하는 업무들이 되었다. 이상할 정도로 옷 더미가 줄지 않고 쌓여있는 반복에 노동강도가 좀 빡세구나 하고 알았다. 그리고 그 옷들을 원위치로 갖다놔야한다고 누군가는 나에게 와서 말했다. 그러나 입사한 지 1주일도 안됀 내가 수백 종류의 옷들의 원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낮은 업무 효율성의 기간이 일주일 지나갔다.
그러다가 거의 한달에서 3개월까지는 트레이닝으로 시도때도 없이 불려다녔다. 트레이닝을 해주어야 하는 시간이라며, 매장의 진열규칙부터 결제 방법, 교환/환불 처리방법, 불량 처리방법, 테스터 만드는 방법, 창고관리 업무 등의 것을 전부 배웠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옷의 보안택도 제거 못하던 내가 이제는 매장의 기본적인 웬만한 업무들은 모두 할줄 안다. 스케쥴 근무가 적응안돼, 나의 내일의 근무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매번 다른 쉬프트의 출근을 해야할 때면 헷갈려서 은근한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교대근무에 대해서도 알게됐다.
백화점이 쉬는 날임에도, 연중 무휴인 이 회사는 공휴일 주말 관계없이 출근이 강행됐다. 백화점이 영업하지 않는 날에는 어디로 출입해야하는지도 몰라 횡설수설 허둥지둥 하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또한 백화점이 마감 후의 퇴근은 어디로 해야하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사소한 불편함들을 경험했다. 이것은 적응의 과정이었으며, 이러한 불편함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것인지가 더 중요함도 차차 느꼈다.
고객과의 접점이기에 직원이 고객에게 하는 서비스는 이 브랜드의 이미지가 되곤 했다. 고객이 보기에는 우리는 이 브랜드의 소속된 직원으로서 대하기에, 그에 대한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이 회사는 중시했다. 그렇게 각 고객 유형별 어떻게 대해야하는 지를 롤플레이 및 구체적인 가이드로 안내해주어 배우기도 했다.
매장의 운영관리의 핵심은 재고관리였다. 수시로 생기는 입출고량과 창고의 적재가능용량 등에 따라서 상품의 적재여부도 결정된다. 매장의 존재유무는 세일즈를 내기 위함이었기에, 세일즈를 유력하게 주는 특히 신상 재고가 성패를 결정하곤 했다.
매장에 진열되는 상품들은 고객들이 마주하는 브랜드 이미지의 또 한가지였다. 그러기에 진열 상태와 진열 사이즈의 빠른 진열이 중요했다. 그래서 창고에서 보충하는 상품들, 피팅룸에서 나온 상품들을 제자리에 진열해주는 것은 오로지 고객을 위한 서비스였다.
매장 직원이 되고 나서 내가 느낀 종합적인 결론이다. 어찌됐든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직원들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존재했다. 그러기에 고객을 위해 일하는 것은 동일했다. 이것이 본질이었다. 매장직원은 이를 고객서비스 정신으로, 서비스기획자는 이를 프로덕트를 통해서 했다.
본질은 같지만, 스타일이 다르기에 또 다른 방식의 학습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에겐 이러한 직무전환기는 용기였고 도전이었다. 그 스타일을 학습하는 가운데에 나에게 부여된 업무들은 내가 못하는 것들도 꽤 존재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의 실수도 혼란도 자주 있었다.
그러한 과정을 겪고 나니,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 학습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따라 나의 배움의 폭은 결정되었다.
크나큰 용기의 선택을 의미있는 도전으로 만드느냐는 나의 몫이었다.
그렇게 나는 패션매장직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