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의 매개체, 도구의 쓸모를 인지하는 습관
현재 내 직업은 '무전기'를 드는 일이다.
경찰이어서 소방관이어서가 아닌, 패션매장에서 난 무전기를 든다.
알바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혹은 자주 패션매장을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라면, 사용해보고 봐왔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도 아니었고, 나에게는 정말 새로움 그 자체를 주는 매개체였다.
처음에 이 곳에 입사했을 때, 나에게 '무전기'는 매우 낯선 존재였다. 아마 한번도 들어보지 않아서, 어색한 기류였던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리고 초기 입사교육에서 식사나 화장실을 오고 갈 때에도 나에게 '무전기'를 사용하라고 했다. 나는 그 사실에 크게 당황했다.
'화장실을 가려고 할 때도 보고를 해야한다니..'
이 충격은 컸다. 마치 어린시절의 학생 때 선생님께 보고를 하는 듯한 느낌이 난 들었다. 대학생 때 수업을 듣다가 화장실을 가려면 그냥 조용히 일어나 다녀오면 됐다. 2년간 사무직을 한 나는 화장실은 가야하면 가면 알아서 다녀오면 됐다. 누구한테 보고할 필요도 없이.
그렇게 이러한 소리로부터 그 전 직장들이 자유로웠다면, 이 곳은 약간의 구속의 시작으로 느껴졌다. 남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사실들이, 나에게는 어색함의 출발이었다.
그리고 느꼈다. 새로운 세계에서의 시작은 사소한 것부터의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새로운 세계에서 적응을 한다는 것은 작은 변화들에서부터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래도 이 곳에 왔으니, 나는 일단 적응해야했다. 무전기를 사용하려고 하니, 막상 무전기를 어떻게 쓰는지조차 몰랐다. 그래서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나는 물어봤다.
"이거 어떻게 쓰는거에요?"
그랬더니 직원은 무전기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난 낯선 곳으로 점차 들어와갔다.
그렇게 패션매장에서 일한 지 6개월 차.
이제는 무전기가 익숙하다. 그리고 무전기가 없으면 '누군가가 나를 찾을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으로 무전기를 가서 들고나온다. 이곳에서의 무전기는 '업무 생산성 도구'다.
입사 초기에는 무전기를 사용해야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했다. 쓰라고 하니 일단 써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용해보면서 알았다. 이 패션매장에서 왜 무전기를 사용해야하는지.
무전기의 용도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였다. 갑작스럽게 해야하는 다른 일이 생기면, 해당 직원을 호출해 가능여부를 물어본다. 그리고 매장의 실시간 상황을 중개해주는 역할도 했다. 결국 매장에서의 무전기는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존재했다. 그것이 무전기의 목적이었다. 이 사실을 근무를 하면서 금방 깨닫게 됐다.
그러니 화장실을 갈 때에도, 식사를 하러 갔다올 때에도 '무전기'로 그 사실을 안내해야하는 것이었다. 매장은 각 영역별로 직원들이 업무를 한다. 포지션별로 정해져있으며, 구체적인 시간 별로 일정이 나뉘어져있다. 그러다 보니 각기 직원들이 해야하는 일들은 명확했다. 그래서 그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그 일을 할 대체자가 필요했다. 그 일의 대체자에게 안내를 하기 위해, 무전기로 그 사실을 전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매장에서 무전기가 필요한 이유였다.
지금은 무전기의 존재를 명확하게 알기에, 이 툴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업무 인수인계를 남길 때에, 실시간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할 때에, 다른 직원에게 안내할 때에 등등
모든 것이 처음이 어색함이 나에게 배움을 주었다.
비즈니스 업종과 직무마다의 다름을 이해하는 눈을.
그동안 사무직이어도 나는 IT직종의 기획으로서 일했기에, 팀위주의 프로젝트와 미팅이 잦긴 했지만, 직무 자체는 근본적으로 개인작업의 일이었다. 기획을 해도 내가 맡은 부분에 대한 기획을 이슈없이 끝내치기 위해 내가 스스로 연구하고 적용해보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 여기서의 프로젝트는 이슈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는 것과 산출물을 기한 내에 완성시키면 됐다.
조금 더 현장직인 매장은 실시간적인 변동사항이 잦게 발생하는 곳이었다.
소프트웨어 제작하는 IT직종의 서비스기획의 일이 조금 더 비즈니스의 서포트 단이었다면, 세일즈를 담당하는 패션매장직종에서는 비즈니스의 앞단이라고 할수있었다.
그러다보니 한 섹션의 매장직원들은 약간의 마치 한팀이 된 것처럼 움직여야 했다.
매장의 특정 영역에 고객들이 몰리면, 다른 직원들이 그 곳에 가서 서포트를 해야했다. 그리고 특정 영역의 업무가 과부하이면, 가용한 직원이 가서 그 업무를 서포트해야했다.
이렇게 매장은 마치 '팀워크'가 중요했다. 그렇게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따금 다시 알아갔다.
그래서 팀워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던 것.
6개월이 되어가는 지금의 나를 보면, 이러한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진 내가 됐다.
이렇게 무전기는 다른 직종에 대한 배움인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매장에서는 어느 정도 다닌 직원이라면, 알아서 필요한 서포트를 한다. 무엇이 필요한 지를 아니, 이를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직원들로 가득 찰 때 매장은 더욱 잘 굴러간다. 이것이 '매장 운영의 선순환'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깨달은 것은 '운영 서포트의 중요성'이다.
'세일즈'가 쉽지 않은 이유는, 그뒤에서 해야하는 매장운영 단의 서포트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 제품이 준비되어있어야 했고, 그 제품을 드리는 직원의 서비스도 준비되어있어야 했다. 그 준비가 되기 위해서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이 있다. 재고 관리, 제품 케어, 결제 시스템, 각종 소모품 및 부자재 준비, 제품의 진열 등등.
매장의 존재이유는 세일즈를 위한 것이므로, 모든 운영의 측면은 세일즈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돌아간다.
신상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상품 진열위치를 변경하고 등이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해서다.
그렇게 매장에서 나는 세일즈를 위한 직원으로 포지셔닝 되어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다가오는 고객들에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의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됐다. 그것을 알지만, 매장에서 그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없을 때 고객처럼 나도 아쉬움이 남는다. 고객과의 그 1분의 순간의 만족을 위해서, 매장에서 여러 명의 운영서포트가 필요한 이유이다.
목적을 알고나니, 행동의 이유는 명확했다. 그리고 이유가 명확하니, 무엇을 해야할 지도 뚜렷했다.
그러다보니, 내 행동의 목적을 생각하게 되는 습관이 자연스레 생겼다. 그리고 그 습관은 내 일상생활에도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각기 상황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 어느 업종 어느 직군 막론하고 그러하다.
이를 먼저 보기 위해 관찰하는 나도 생겼다. 매니저들이 이 관리자들이, 이 직원들이 이 일을 왜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습관 말이다.
도구는 각기 존재목적이 있다.
혹시 그 도구의 존재이유를 생각해보셨는지요?
그 도구는 정의된 쓸모가 있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쓸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셨나요?
그 깊은 생각이 나에게 배움과 행동의 이유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 더 넓은 시각을 갖게 합니다.
우리에게 그러한 시각은 우리를 한층 더 성장시킵니다.